나라가 시끄럽다. 정치 영역에서의 갈등이야 늘 그래왔다고 치더라도 다양한 사회 갈등들의 증대도 개인의 일상생활을 온갖 스트레스로 가득 채울 만큼 커져만 가고 있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성별 갈등과 세대 갈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수준의 갈등은 한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들을 폭로함으로써 보다 나은 공동체의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갈등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그 정도가 커지게 되면 사회 전반의 피로도가 커지고 갈등 이후의 회복력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즉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36개 회원국 중 1위로 인구 10만 명 중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의 수를 측정하는 자살률은 26.6%로 나타났다. 실제 1990년 이래 20년 넘는 기간 한국의 자살률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1970-80년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1990년대 초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문화적 발전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동력으로 이어졌으나 물질주의 풍조의 만연과 이에 따른 소외현상 및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는 자살률 상승을 가져온 것으로
요즘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내 집을 장만하는 것’만큼 절박하면서도 성취가 어려워 보이는 과제는 없어 보인다. 자신의 집을 소유하는 것은 안정된 주거의 권리를 누리는 것으로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된 주거공간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크기와 쾌적한 상태를 갖춰야 한다. 1980년대 중후반 철거를 앞둔 사당동의 판자촌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들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한 조은과 조옥라의 은 제목 그대로 사당동 주민들이 그 당시 살아
자신의 소유물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타인과 나눠서 사용하는 것은 규범적으로도 바람직하며 경제적으로도 낭비를 줄이는 일이다. 이것이 미디어뿐만 아니라 항간의 대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공유경제’의 기본 정신이다. 공유경제의 개념은 수십 년 전부터 있었으나 그것이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화된 결정적 계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급격한 보급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오늘날 우버나 애어비앤비 같은 장소 및 차량 공유 서비스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소유자와 사용자의 연결을 통해 가능해지며, 이들을 이어주는 회사들도 점차
2019년 국내 극장 관객 수는 총 2억 2,668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9년 대한민국의 인구가 약 5,200만 명이었으므로 일 인당 평균 약 4.4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다. 같은 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총 다섯 편이었다. 2003년 말에 개봉했던 가 국내 개봉 영화 중 최초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이후 2019년까지 총 27편의 영화가 천만 고지에 올랐다. 물론 오늘날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은 극장뿐이 아니다. 집에 앉아서, 이동하는 전철에서 사람들은 영화를 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영화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로 나타났다. 80년이라는 긴 시간의 기억을 풀어내면 누구라도 그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그중 어떤 이야기는 오직 자신만이 경험한 특수한 것이겠지만, 비슷한 시대를 건너온 사람들이 공유한 집단적인 기억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한 세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세대 구성원들이 어떤 시기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공유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192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의 경우 그들의 삶이 한
한 사회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다양하다. 경제적 번영, 정치적 자유, 사회적 포용, 복지 수준, 환경친화력 등은 오늘날 한 사회의 발전 수준 및 미래의 잠재력을 살펴볼 때 빈번하게 인용되는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특히 냉전이 종식된 20세기 후반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향하는 ‘좋은 사회’의 핵심을 이루는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정치, 사회, 역사적 배경을 지닌 세계 이백 여 국가들은 각자가 놓여있는 맥락 위에서 이러한 목표를 성취하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어떤 사회는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 나타난 중요한 변화들 중 하나로 이는 미국,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 그리고 북유럽 복지국가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특히 일본의 경우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약 34.5%에 이른다. ‘솔로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는 등 1인 가구의 확대는 과도기적 추세가 아니며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이러한 변화를 마주하며 오늘날 1인 가구의 증가를 불러온
지난해 가을 한 고위공직자의 임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대 논전은 대학생 선발방식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진행됐고, 그 결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향후 대학 입시에서는 정시의 비중이 늘어나게 됐다. 실제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하는 수시모집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상당해 보인다. 이러한 불신은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수치를 기반으로 입시 결과를 온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커진다. 지난 학기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이 문제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다. “저보다 내신도 좋지 않았던 학생이 OO대에 진학했어요. 결과를 받아
올해 3월 이후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리 잡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거의 모든 인류가 함께 한지도 벌써 만 육 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바쁜 삶을 살다 보면 금방 지나가 버리는 반년이라는 시간은 사람들의 삶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마주함)를 하나의 자원으로 바라보며, 개인과 공동체의 단위에서 그것의 (주로 긍정적인) 역할과 기능에 주목하는 개념인 ‘사회자본’은 감염병을 피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 앞에서 무색해졌다. 실제로 최근의 한 연구는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높은 사회에서 더 많은 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