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주의의 인과적 결정론 비판과 자유의지의 가능성정회균(철학·20)제1장 서론 현대 심리철학의 지배적 이론인 물리주의는 자연의 과학적 인과 법칙에 따라 현대 과학과의 정합성을 띠기에 매력적이다. 자연과학의 인과적 법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함으로써 정신의 존재론적·인과론적 위상은 크게 낮아지게 되었고, 결정론에 근거한 사고관이 점차 득세하게 되었다. 관찰할 수 없는 정신의 존재 자체는 입증이 어렵고, 정신이 존재하더라도 어떻게 법칙적으로 지배되는 세상에서 정신과 행위의 연결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물리주의는 점
진실에로 향하는 두 개의 교차수(交叉樹)- 기형도의 시 「폭풍의 언덕」을 두고 -최선재(국어국문·22) 여기 해묵은 질문 하나. “문학은 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담아내는가?” 하지만 그전에 물어야 할 것 하나. “작가의 의도는 과연 온전한가?” 이 질문은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잘 구비해놓았는가 아닌가를 말할 수도, 작가의 원래 의도가 창작 도중에 변하였는가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묻고자 하는 것은, 그 의도라는 것을 작가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인간의 마음은 다른 인간이 들여다볼 수 없다. 마음이란 말과
사랑합니다, 고객님박창수(문예창작·18)등장인물이시우 25세 남, 서비스 센터 신입사원신민호 30세 남, 서비스 센터 대리김미경 55세 여, 주부, 시우의 엄마유하린 25세 여, 시우의 여자친구나영수 60세 남배경현재서비스 센터, 길거리, 시우의 집 거실, 카페1장 서비스 센터. 왼쪽은 바깥이고 오른쪽은 서비스 센터 안쪽이다. 무대 중앙에 책상이 있다. 책상 위에 아래쪽에 구멍이 난 가림막이 있다. 조명은 가림막을 기준으로 서비스 센터 안쪽을 비춘다. 의자는 앉은 사람의 옆모습이 보이게 가림막 기준 하나씩 2개 있다. 셔츠 차림의
새이수진(언론홍보·21) 철새들은강의 뼈를 맞추기 위해 온다강이 얼어서 뼈가 드러나는계절의 향기를 쫓아 벌 떼처럼 모여든다나는 오도카니 서서 올려다본다발 밑으로는 얼어붙은 얕은 강그리고 눈밭 아래 묻힌 시여기,구름이 떠다니는 바다뼈를 갈아 만든 거울저기,자유로운 날개가만히 고개를 비춰보면거울 안으로 얼지 않는 바다가 보인다두 팔을 휘적이고 가슴을 부풀리며버들의 메마른 향을 욕심껏 들이마신다철새 한 무리가북쪽으로 대열을 바꾼다 |시 부문 심사평 올해는 코로나 이후 저조했던 응모율이 상당 부분 회복되었다. 특히 작품의 수준은 예년을 넘
냄새 없는 소각장김채린(문예창작·22) 소각장 한구석에 는 호숫가를 방불케 하는 커다란 통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통 주변으로 줄 서 있었다. 직원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자신의 몸통만 한 식용유를 콸콸 붓기 시작했다. 식용유는 마치 하나의 마그마처럼 콸콸 쏟아졌다. 수시로 입는 버석한 작업복 대신, 일회용 튀김옷을 입고 돌아다닌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개발된 지 5년이 다 되어가지만, 옷에는 고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비용이 많이 부담돼 소각장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잔뜩 하얗게 부풀어 오르는 튀김옷은 최대 24시간까
메타버스(Metaverse) 세계-로의 감각의 열림:에피쿠로스와 메를로 퐁티의 촉각이론을 중심으로 양은혜(철학·17) 들어가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만질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에피쿠로스의 감각 이론에서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촉각으로 환원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철학은 이러한 촉각적 경험을, 감각적 경험을 경시해 왔다. 현대의 과학적·의학적 연구들을 살펴보면 촉각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촉각의 감각기관인 피부는 생명 유지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이며 촉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들 없이는 살아갈 수 있으
곰과 아버지 한의진(문예창작·18) 해수는 준희에게 리모컨을 넘겨주었다.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었다. 뉴스에서는 지겹고 어두운 이야기만 나왔다. 해수는 유튜브에서 볼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먹방, 고양이, 게임, 자극적인 썰 전부 해수의 흥미를 끌었다. 썸네일만 봐도 재밌어서 눈을 떼지 못했다. 준희가 의아하다는 듯 작은 소리를 내기 전까지 해수의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준희가 채널을 돌리다가 정착한 프로그램에서는 익숙한 얼굴의 남자 연예인이 산을 오르고 있었다. 2분 정도 산을 오르는 모습과 얼마나
여행용 캐리어가 되는 법 이가인(영화예술·19) 어디든 떠나고 싶은 날에는모르는 이의 손을 잡고 순순히 따라 나선다 피해야 할 것과 올라타야 할 것을소리로 구분할 수 있다기다랗게 이어지는 굉음을 목에 두르고정거장을 지나치는 열차처럼 지퍼를 물고 놓지 않을게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집을 피워도 된다스쳐가는 사람들의 손을 풍경이라고 할 수 있나그것이 나의 여행지라고 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도바퀴는 어디든 있다 때로는 여행자가 잠든 사이몰래 도로를 질주하며 스스로 달리는 법을 익힌다기차의 속력과는 다른 여행자의 속력 나무만큼
나는 개입니다. 개치고는 달변가에 속하죠. 혹시라도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을 읊는다는 말을 떠올리신다면, 큰 오해입니다. 주인들이 내게 하는 말들을 곧이곧대로 따라 했다면 나는 바보가 되었겠죠. 놀랍게도 나는 태어날 때부터 말을 할 줄 알았고 인간의 언어를 이해했습니다. 분명 신이라는 작자가 깜빡하고 전생의 기억을 덜 지운 거겠죠. 그게 아니라면 아비인 스피츠와 어미인 몰티즈의 유전자 결합 간에 큰 오산이 있던 모양입니다. 어찌 됐건 나는 어미의 품에서 나오자마자 눈을 떴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른쪽 눈이었죠. 왼쪽 눈은 평생 떠
1. 머리말 우리가 ‘안다’는 것은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에 관한 질문은 인식론의 주요한 관심사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식론에서는 먼저 지식의 유형을 명제적 지식, 실천적 지식, 직접적 지식으로 구분하고, 정당화 구조로서 토대론과 정합론은 명제적 지식을 활용해 나름의 인식적 정당성 제시한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정당화 작업은 명제적 지식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지식을 배제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실패한다. 명제적 지식만을 취급할 경우 이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 전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이론에 국
10번 핀 잡기김소희(영화예술·15)13년 전 여름, 나와 수경 선생님은 볼링을 쳤다. 미국에서는 우주왕복선이 폭발하고, 우리나라에선 16대 대통령이 출범하는 해였다. 묵직한 검은색 볼링공 하나로 두 사람이 번갈아 치느라 손가락을 끼우는 구멍은 따뜻해져 있었다. 선생님은 나보다 머리 하나가 작고 팔다리가 가냘팠지만, 볼링공을 손에 쥐고는 절대 흔들림이 없었다. 공을 굴리면 교실의 나무 바닥에서 우르르르르 소리가 길고 일정하게 이어졌다. 그 소리는 천둥처럼 사람을 긴장시키고 몸 어딘가를 뜨거워지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오른쪽 손등이나
안일한 경찰이연주(문예창작·15)S#1 오프닝 노인정 안(오후) 노인정 같지 않은 적막한 분위기. 도박장 같다.남자 다섯 빙 둘러앉아있다. 뒤에서 구경하는 민후.인정, 뒤에 서서 무표정으로 코끝을 살짝 만진다. 일한 인정과 눈을 마주치고 패를 내자 오른쪽 남자 얼굴을 찡그린다. 다음 판이 돌아가고 인정 기침을 한다.일한 패를 내자 왼쪽 남자 얼굴을 찡그린다.인정, 머리를 왼쪽으로 꺾자 일한 마지막 패를 낸다. 민후 인정을 따라한다. 민후 우와 (박수친다) 할아버지 짱일한 자 다들 꺼내일한 패 모으며 화투판 정리한다. 인정 모자를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