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팬데믹 이후 교육분야에서는 ‘EduTech(에듀테크)’라는 용어가 대유행어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용어를 1980년대 후반 미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미국 대학의 학과이름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그리고 1990년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수강한 교과목명이 『Introduction to Educational Technology(ET)』였고, 주교재가 사진으로 보고 있는
전회(前回)의 페르소나 작성에서 살펴보았듯이 사업 아이디어는 고객에 대한 개략적이고 거시적인 통찰을 기반으로 큰 틀에서 도출된다. 개략적인 사업 아이디어만 있는 단계에서 비즈니스모델을 정교화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모델 스토리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사업의 목적과 대상 고객, 가치 전달의 방법 등 핵심적인 통찰이나 아이디어를 이야기처럼 풀어놓은 것이다. 주변에 이 사업의 구조를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개략적으로 요약하면 된다. 보통 어떤 고객에게, 무엇을, 어떻게, 얼마에 만들어서, 이것을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고
주인공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뛰어난 후각으로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있다. 그녀는 사람들이 풍기는 냄새를 이용해 감정을 읽고 범죄자나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을 색출한다. 스웨덴 출입국사무소의 세관 직원인 그녀는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이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들이 국경을 건널 수 없도록 막아내고, 스스로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티나는 특별한 능력만큼이나 특별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뭉툭한 이마, 뭉툭 한 코 그리고 뭉툭하고 큰 몸은 사람들의 혐오의 대상이 된다. 못생겼다는 말이 더
세상을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슴을 쥐어뜯거나 얼굴을 감싸 쥐게 하는 회한 따위와는 무관하다는 듯이 사는 사람들 말입니다. 물론 높은 경지에 이르러 일상이 곧 도(道)가 되어 버린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온갖 허점투성이인 데다가, 그 허점을 통해서만 비로소 인간일 수 있는 범부(凡夫)들의 숙명을 생각한다면, 회한 없이 살아가는 당당한 이들에게는 보통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특유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심리기제의 흔한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망각과 기억의 자의적(恣意的) 조작’입니
조시현의 「어스」(『AnA Vol.01』, 은행나무, 2021)는 환경오염이 극에 달해 인간이 ‘맹독성 쓰레기’로 취급받는 21세기 후반의 디스토피아(dystopia,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를 형상화 한 소설입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진 디스토피아는 일종의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 환경 파괴가 심화될 경우 인류가 맞닥뜨릴 세상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낯설게 하기’란 러시아 형식주의를 대표하는 슈클로프스키가 문학의 핵심적인 속성으로 주장한 문학예술 기법이지요. 너무나 익숙하여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
전화기와 컴퓨터 한 대면 충분하다. 2020년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금전 피해가 7,000억 원을 돌파했다. 누가 보이스 피싱에 속냐는 말을 하기에는 이 비대면 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커져 버렸다. 영화 는 국내 최초로 보이스 피싱 범죄의 단면을 샅샅이 파헤친다. 사회 범죄를 다룬 영화이지만 동시에 범죄에 맞서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김선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는 왜 보이스 피싱에 피해자들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전직 형사인 주인공 서준(변요한)은 건설 현장 직원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 동료와 자
지난 시간에는 창업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절차인 디자인씽킹 프로세스를 소개했다. 이번 시간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불편이나 기대 또는 희망 사항 등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처음에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목표 고객을 떠올린 후, 이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나 습관이나 행동 등을 기술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이런 내용을 슬라이드 하나에 요약한 것을 프로 토타입(프로토) 페르소나라고 한다. 프로토 페르소나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언제, 누가, 어떻게, 왜 구매할까에 대해 생각한 다음에 기존 제약점을 따져 보고, 대안과
존 스튜어트 밀의 은 고전이다. 숭실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군들 이 책과 저자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우연히 읽었다. 40살이 넘어 유교철학(儒敎哲學) 전반을 다룬 교양강좌 중에 자유에 대한 논의를 조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을 읽게 된 인연이다. 내 독서습관은 전공서적이라면 난이도와 두께를 불문하지만, 그 외 교양으로 읽는 책은 가능하면 가독성이 좋고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을 선호한다. 책세상에서 고전의세계 시리즈로 나온 은 딱 안성맞춤이었다. 나중에 수준
아브라함 죠슈아 헤셸(Abraham Joshua Heschel) (1907-1972)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유대교 신학자 중 한 사람이다. 헤셸에 따르면 히브리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열정에 공감한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서 역사 속에 공평과 정의를 펼치려는 하나님의 정념(파토스)의 화신들이다. 을 통해 여러 차례 헤셸은 히브리 예언자들의 가르침이 사회 정의를 촉구하는 기폭제라고 주장하였다. 은 귀납적 구조로 되어 있다. 1부는 구체적인 예언자들의 면모를 자세히 귀납적으로 고찰하고 2부는 이 귀납적인 발견물들을 바탕
우주를 무대로 한 모험담을 담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 등의 범우주적 세계관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미래 세계의 전투를 스크린으로 옮기며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영화 은 사실상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시초이자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20세기 영미권의 대표 소설로 손꼽히는 만큼 영화화가 확정되고부터 수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영화 이 여타
창업을 하자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게 대부분이다. 창업 아이디어나 사업 아이디어를 우리는 흔히 창업 아이템이라고들 한다. 이러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은 번뜩이는 생각에서 나올 수도 있고, 스쳐 지나가는 단상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접근 방법은 고객의 통점(pain point)을 해결해 주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에디슨의 최대 발명품인 전구를 예로 들어 보자. 전구가 발명되기 전 사람들은 등불에 의존했다. 등불은 위험 하고 밝기도 낮았다. 이후 가스 가로등이 나왔으나 여전히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
이번에는 다름 아닌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랑이란 언제 들어도 얼굴 빨개지는 단어지만, 그렇다고 결코 외면할 수도 없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인간 심리에 가장 깊이 다가갔다고 정평이 나 있는 S.프로이드는 인생이란 결국 “사랑하고 일하며, 일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랑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면, 사랑 없는 소설도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의 방정식이 다를 뿐이지, 소설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해답은 사랑이 아닐까요. 최초의 현대장편소설로 일컬어지는 이광수의 『무정』(『매일
영화는 90년대 초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내전으로 고립된 대한민국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기를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 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던 대한민국과 북한이 내전 상황에 처하며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했던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00%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는 90년대 소말리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낸 듯한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호평 요인 중 하나는 남북 관계라는 진부한 소재를 절절한 신파로 포장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소말리아의 상황이 단
오정연의 「마지막 로그」(『단어가 내려온다』, 허블, 2021)는 2078년이 배경인 소위 SF(science fiction)입니다. SF란 일상적인 시공간을 벗어나 여러 비현실적인 일을 과학적으로 가상하여 그린 소설을 말하지요. 인간의 과학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여 감히 신에게까지 도전하게 된 근대의 산물입니다. SF는 타임머신, 외계인, 우주여행, 인조인간 등의 주제를 다루며, 대표적인 고전으로는 J.베른의 『해저 2만리』나 H.G.웰스의 『타임머신』, 『우주전쟁』 등을 들 수 있지요. 서구에서는 상당히 인기를 끄는 장르임에도 한
한때, ‘호모사피엔스’ 또는 ‘경제적 동물’로 비유되기도 했던 ‘일본인은 경제에 대해 어떤 정신적인 신념과 이념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담론은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관심사였다. 필자는 평소에 한국과 가장 인접해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오늘날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 대국이 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일본인은 한국인과 같은 동양인인데, 과연 비범하고 특별한 존재일까? 한국인과 일본인의 궁극적인 차이점은 도대체 무엇일까? 등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궁금증을 푸는 실마리를 찾고자 오랜 기간에 걸쳐 전
창업은 우리가 흔히 자영업이라고 일컫는 생계형 창업과 스타트업 창업으로 불리는 기회추구형 창업이 있다. 생계형 창업과 스타트업 창업은 절차나 필요한 지식이 서로 상당히 다르다. 정부지원이나 사회적 관심은 스타트업에 몰려 있기에 스타트업 창업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스타트업 창업을 얘기하기 전에 스타트업에 대한 용어정의부터 하고 들어가자. 스타트업은 신생벤처기업을 일컫는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은 ‘개인 또는 소수의 창업인이 위험성은 크지만 성공할 경우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서 사업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은 실존 인물이었던 독립운동가 박열의 일대기를 다룬다. 1919년 일본으로 가 무정부주의 운동을 하고, 비밀결사 단체인 흑도회를 조직한 박열은 천황 암살을 실행하려던 중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22년 2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옥살이를 치른 인물이다.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이자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인 ‘박열’의 전기가 스크린으로 옮겨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의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그러하듯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배경과 사명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1920년대를
허수경 시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독일 뮌스터에서 사망했다. 이 책의 초록빛 띠지를 걷어내니 장정 전체를 단일하게 물들인 감색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제목의 글씨는 시카고 타이프라이터 폰트 느낌으로 처리되어 있다. 제목 밑에는 세로 행으로 ‘허수경 유고 산문’이라는 글씨가 흐릿한 보랏빛으로 심어져 있다. 가로 행만큼, 세로 행으로도 쓸 수 있는 한글이 어느 제삿날의 위패처럼 단아하다. 장정은 머메이드(mermaid) 종이류를 사용했다. 종이 질감이 인어의 비늘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껍게 처리된 머메이드 종이는 빛을
삶이 갑자기 두려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너무나 익숙하게 여겼던 누군가가 갑자기 낯설어질 때도, 그러한 순간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장류진의 「도쿄의 마야」(『릿터』, 2020년 2·3월 호)는 내가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지인(知人)이, 사실은 나와 무관한 미지(未知)의 타인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두려운 순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서준경은 결혼 후 처음 맞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러 도쿄 여행을 갑니다. 준경은 도쿄에 간 김에 대학생활을 함께 한 재일교포 안경구를 만나는데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려던 여행은, 곧 대학시
필자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어학연수를 위해 또는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을 위해서 휴학을 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나는 휴학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 정말 휴학해서 인생 경험을 하고 싶다면 창업을 한번 해 보는 건 어떠냐고 권하기도 했다. 창업을 해 봄으로써 사회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수한 난관에 부딪히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쌓아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한다는 것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같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