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부터 10회에 걸친 창업 네비게이션 연재에서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1차년도 기고를 마무리하는 본 회에서는 스타트업의 실패를 다루고자 한다. 2021년 8월,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CB Insight는 실패한 스타트업 111개사에 대한 사후분석을 통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12가지를 발표했다. 본 기고문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하였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직접적인 이유는 가진 현금을 모두 소진하고 신규자본을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막대한 자금을 가진
조용하지만 꾸준한 자세로 자신만의 소설 세계(이를테면 모호한 시공간의 설득력 있는 배치, 미스테리적 구성을 통한 불가해한 진실의 탐구, 관계의 결락을 통한 인간 심연의 환기)를 구축해 온 손보미 작가가 이번에도 문제작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열 살이 갓 넘은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불장난」(『창작과비평』, 2021년 가을호)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 한 여자아이(少女)가 있습니다. 어리다는 것은 찬란한 미래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날카로운 세상에 언제든지 베어질 수 있다는 아픔의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이 아이는
이 소설은 악한 권력의 상징인 절대 반지를 둘러싼 투쟁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반지의 위력과 마주한다. 간달프, 아라코른, 갈라드리엘처럼, 반지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는 고귀한 존재들이 있다. 고귀한 자의 손에 있다고, 악이 선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악이 될 뿐이다. 끝내 타락한 사루만과 달리, 이들은 이런 악의 본질을 통찰했고, 또 자신의 한계도 잘 알았다. 반면 반지를 갈망하는 이도 있다. 권력을 탐내는 사우론과 사루만, 반지에 사로잡힌 골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선한 이에게도 힘은 절실하다. 사
천문학과 박사과정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미지의 혜성 하나를 발견한다. 지도교수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계산 결과 이 혜성은 지구를 파괴할 만큼의 커다란 크기를 가지고 있다. 지구와 혜성이 충돌하기까지는 약 6개월의 시간뿐, 다시 말해 지구 종말이 반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지구 종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소수의 과학자들뿐이다. 혜성 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이라는 지극히 거대한 이슈는 개인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정치와 미디어의 활용하기 좋은 먹잇감이 된다. 영화 은 영화 와
산다는 건 만남과 이별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은 인정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지상의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변화시키는 탓이겠지요. 그렇기에 인간은 늘 떠나간 상대에 대한 애도라는 과제를 숙명처럼 안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정용준의 「미스터 심플」(2021)은 평범한 남녀의 소소한 만남을 통해 애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여기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남자와 여자가 있습니다. 한때 오케스트라의 호른 연주자였던 남자는 아내가 자기를 떠나가는 아픔을, 교정 교열과 번역의 전문가인 여자는 남편이 자살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 책은 해방 이전부터 ‘삼순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되어온 한국 여성 노동자의 궤적을 좇는다. 여기서 칭하는 ‘삼순이’는 식민지 시기를 전후로 노동 시장에 대거 진출했던 여성 ‘식모’와 ‘버스 안내양’, 그리고 ‘여공’을 뜻한다. 정치외교학자인 저자 정찬일은 오늘날의 시점에서 다소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들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를 당대 신문 기사나 잡지, 르포 또는 문학 작품 등의 다양한 사료들을 통해 흥미롭게 재구성해낸다. 이 책에 담긴 여성 노동자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기억들은 마치 본인의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
창업단계에 있는 창업자들을 보면 의외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전에 사업 경험이 없거나 창업 규모가 작은 경우 이러한 경향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창업자가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역량이 부족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업계획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업계획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인을 사전에 고려할 수 있게 하고 사업에 관련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사업계획서는 목표 시장과 사업 기회를
20세기 초 프랑스에 위치한 가상 도시 블라제에는 미국에서 온 ‘아서 하위처 주니어’(빌 머리)가 만든 주간지 ‘프렌치 디스패치’의 사옥이 있다. 이 잡지는 편집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폐간되고, 편집장의 죽음을 기리고 잡지의 마지막을 완성하고자 ‘프렌치 디스패치’의 최정예 기자 4인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들은 각자 한 편의 특종 기사를 써 마지막 호를 완성한다. 영화 는 잡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저널리즘을 향한 웨스 앤더슨의 존경이 담겨 있다. 4인의 기사를 영화로 한 옴니버스물인 는 잡지
2020년의 팬데믹 이후 교육분야에서는 ‘EduTech(에듀테크)’라는 용어가 대유행어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용어를 1980년대 후반 미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미국 대학의 학과이름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그리고 1990년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수강한 교과목명이 『Introduction to Educational Technology(ET)』였고, 주교재가 사진으로 보고 있는
전회(前回)의 페르소나 작성에서 살펴보았듯이 사업 아이디어는 고객에 대한 개략적이고 거시적인 통찰을 기반으로 큰 틀에서 도출된다. 개략적인 사업 아이디어만 있는 단계에서 비즈니스모델을 정교화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모델 스토리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사업의 목적과 대상 고객, 가치 전달의 방법 등 핵심적인 통찰이나 아이디어를 이야기처럼 풀어놓은 것이다. 주변에 이 사업의 구조를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개략적으로 요약하면 된다. 보통 어떤 고객에게, 무엇을, 어떻게, 얼마에 만들어서, 이것을 어떻게,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고
주인공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뛰어난 후각으로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있다. 그녀는 사람들이 풍기는 냄새를 이용해 감정을 읽고 범죄자나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을 색출한다. 스웨덴 출입국사무소의 세관 직원인 그녀는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이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들이 국경을 건널 수 없도록 막아내고, 스스로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티나는 특별한 능력만큼이나 특별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뭉툭한 이마, 뭉툭 한 코 그리고 뭉툭하고 큰 몸은 사람들의 혐오의 대상이 된다. 못생겼다는 말이 더
세상을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슴을 쥐어뜯거나 얼굴을 감싸 쥐게 하는 회한 따위와는 무관하다는 듯이 사는 사람들 말입니다. 물론 높은 경지에 이르러 일상이 곧 도(道)가 되어 버린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온갖 허점투성이인 데다가, 그 허점을 통해서만 비로소 인간일 수 있는 범부(凡夫)들의 숙명을 생각한다면, 회한 없이 살아가는 당당한 이들에게는 보통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특유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심리기제의 흔한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망각과 기억의 자의적(恣意的) 조작’입니
조시현의 「어스」(『AnA Vol.01』, 은행나무, 2021)는 환경오염이 극에 달해 인간이 ‘맹독성 쓰레기’로 취급받는 21세기 후반의 디스토피아(dystopia,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를 형상화 한 소설입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진 디스토피아는 일종의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 환경 파괴가 심화될 경우 인류가 맞닥뜨릴 세상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낯설게 하기’란 러시아 형식주의를 대표하는 슈클로프스키가 문학의 핵심적인 속성으로 주장한 문학예술 기법이지요. 너무나 익숙하여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
전화기와 컴퓨터 한 대면 충분하다. 2020년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금전 피해가 7,000억 원을 돌파했다. 누가 보이스 피싱에 속냐는 말을 하기에는 이 비대면 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커져 버렸다. 영화 는 국내 최초로 보이스 피싱 범죄의 단면을 샅샅이 파헤친다. 사회 범죄를 다룬 영화이지만 동시에 범죄에 맞서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김선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는 왜 보이스 피싱에 피해자들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전직 형사인 주인공 서준(변요한)은 건설 현장 직원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 동료와 자
지난 시간에는 창업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절차인 디자인씽킹 프로세스를 소개했다. 이번 시간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불편이나 기대 또는 희망 사항 등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처음에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목표 고객을 떠올린 후, 이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나 습관이나 행동 등을 기술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이런 내용을 슬라이드 하나에 요약한 것을 프로 토타입(프로토) 페르소나라고 한다. 프로토 페르소나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언제, 누가, 어떻게, 왜 구매할까에 대해 생각한 다음에 기존 제약점을 따져 보고, 대안과
존 스튜어트 밀의 은 고전이다. 숭실대학교 학생이라면 누군들 이 책과 저자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우연히 읽었다. 40살이 넘어 유교철학(儒敎哲學) 전반을 다룬 교양강좌 중에 자유에 대한 논의를 조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을 읽게 된 인연이다. 내 독서습관은 전공서적이라면 난이도와 두께를 불문하지만, 그 외 교양으로 읽는 책은 가능하면 가독성이 좋고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을 선호한다. 책세상에서 고전의세계 시리즈로 나온 은 딱 안성맞춤이었다. 나중에 수준
아브라함 죠슈아 헤셸(Abraham Joshua Heschel) (1907-1972)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유대교 신학자 중 한 사람이다. 헤셸에 따르면 히브리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열정에 공감한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서 역사 속에 공평과 정의를 펼치려는 하나님의 정념(파토스)의 화신들이다. 을 통해 여러 차례 헤셸은 히브리 예언자들의 가르침이 사회 정의를 촉구하는 기폭제라고 주장하였다. 은 귀납적 구조로 되어 있다. 1부는 구체적인 예언자들의 면모를 자세히 귀납적으로 고찰하고 2부는 이 귀납적인 발견물들을 바탕
우주를 무대로 한 모험담을 담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 등의 범우주적 세계관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미래 세계의 전투를 스크린으로 옮기며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영화 은 사실상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시초이자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20세기 영미권의 대표 소설로 손꼽히는 만큼 영화화가 확정되고부터 수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영화 이 여타
창업을 하자니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게 대부분이다. 창업 아이디어나 사업 아이디어를 우리는 흔히 창업 아이템이라고들 한다. 이러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은 번뜩이는 생각에서 나올 수도 있고, 스쳐 지나가는 단상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접근 방법은 고객의 통점(pain point)을 해결해 주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에디슨의 최대 발명품인 전구를 예로 들어 보자. 전구가 발명되기 전 사람들은 등불에 의존했다. 등불은 위험 하고 밝기도 낮았다. 이후 가스 가로등이 나왔으나 여전히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
이번에는 다름 아닌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랑이란 언제 들어도 얼굴 빨개지는 단어지만, 그렇다고 결코 외면할 수도 없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인간 심리에 가장 깊이 다가갔다고 정평이 나 있는 S.프로이드는 인생이란 결국 “사랑하고 일하며, 일하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랑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면, 사랑 없는 소설도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의 방정식이 다를 뿐이지, 소설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해답은 사랑이 아닐까요. 최초의 현대장편소설로 일컬어지는 이광수의 『무정』(『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