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프랑스가 독일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요새 선인 마지노선(Maginot Line)은 오늘날 최후의 보루를 의미한다. 버틸 수 있는 마지막 한계선이라는 뜻이다. 뉴스에서는 ‘환율이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보도하기도 하고, SNS에서는 ‘치킨값이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위태롭기도 한 단어 속에서 우리는 왜인지 모를 단호함과 위기감까지 느낄 수 있다. 마지노선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군사 건축물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난공불락이 아닌 무용지물이었다. 참호전으로 이어졌던 제1차 세계대전의 방어
코로나19의 여파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은 낯선 것이 되었고, 서서히 당연함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심지어 감사하기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조만식 3층과 도서관을 잇는 문이 개방되었다든가, 과방에서 10시까지 있을 수 있다든가 등등을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와 함께 2년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학교를 떠나 있었던 나로서는 종종 그 감사와 감탄에 놀라곤 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누려야 할 ‘당연함’은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중 이것만큼은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내가 이 글을 쓰
지난주 파리에 있는 보자르-말라께 대학원 제자들과 수업 중에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2주 전엔 보스턴 하버드 건축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제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했고 다음 주에는 네덜란드 델프트 대학원에 있는 제자들과 현지의 경험과 수업에 관하여 화상으로 대화할 예정이다. 모두 건축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교육기관들이다. 화상통화로 유럽과 미주에 있는 학교에서의 생생한 스튜디오 경험을 마치 한 방에서 얘기하는 듯 만들어준 졸업생들이 자랑스럽고 새삼 달라진 세계를 느끼게 한다. 수업에 참여한 재학생들
제62대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묻는 질문에 총학은 ‘소통’이라고 대답했다(본지 1284호 ‘“학생이 즐거운 학교, 소통하는 숭실을 만들겠다”’ 기사 참조). 그러나 회의록 게재가 지연됨으로써 학생들의 알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현실로 인해 총학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되물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에도 중앙운영위원회의(이하 중운위) 회의는 월요일마다 진행됐다. 그러나 총학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회의록은 지난 2월 21일(월) 진행된 11차 중운위 회의를 마지막으로 5주째 감감무소식이다. 중운위 회
본교가 전교생의 약 10% 비율로 학생자문단을 모집하여 학생과 관련된 정책을 세우고 시행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키로 했다는 결정은 학생들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를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총학생회라는 학생들의 공식 자치기구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창구를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고 자문단의 역할과 기능에 있어 총학생회와 겹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하나의 소통 창구보다는 다수의 언로가 보다 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학생들을 위해 새 정책
지난해 11월 2021학년도 ‘숭실대학교 K-CESA’ 결과가 발표됐다. K-CESA(KoreaCollegiate Essential Assessment)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대학생 핵심 역량 진단 시스템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교육을 통해 길러졌으며, 직업 세계에서 요구되는 자신의 현재 역량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다. 역량의 수준은 △탁월: 상위 10% 이상 △우수: 상위 10%에서 30% △보통: 상위30%에서 70% △미흡: 상위 70%에서 100%의 4단계로 구분된다. 본교 학생들의 핵심역량 영역 중 ‘글로벌 역
미국 언론인 맷 타이비는 언론이 ‘편향’을 시장 전략으로 채택했다고 분석한다. 매체에 충성하는 구독자를 유치하는 것만이 모든 언론 매체의 목적이 되었다. 형성된 팬덤은 혐오 여론과 가짜뉴스로 상정한 외부의 적을 통해 결속을 강화한다. 이 편향 전략 뒤에는 저널리즘에 대한 대중들의 까마득한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저널 신(scene)에서 소멸해가는 대중을 뒤로 한 채, 언론이 순수 언어극으로 변모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페터 한트케가 희곡 『관객모독』을 통해 선보인 언어극은 우리에게 익숙한 연극인 서사극을 부정한다. 허구적 사건을 중
마음이 급해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사를 암기하여 연기하는 배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TV 중계되는 결승전 경기장에서 슛을 터뜨리고,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는 운동선수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평소 연습하던 대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처럼 막연한 질문에 대한 단서는 반대로 언제 우리가 실수하게 되는지를 살펴볼 때 얻을 수 있다. 야구선수, 일례로 내야수가 가장 많이 실수할 때는 어떤 상황인가? 유심히
오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국어, 영어 등 공통과목과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골라 이수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벌써부터 17개 시도교육청이 전환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지역 대학들도 연계를 대비해 동참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더해 지난 17일(목)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대입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들을 확대 지원하는 ‘2022~2024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형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지난달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 벼랑 끝에 선 청년에게 희망을”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청년 고용이 부진한 원인을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노동시장 미스매치, 산업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대학교육, 한국 경제의 고용창출력 저하 등 4가지에서 찾고 있다. 청년취업률이 문제가 된 것은 벌써 오래전이지만 아직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고 각계에 건의해서 시정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던 사람,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끝없는 악플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뒤에서 이를 자극하는 ‘사이버렉카’가 있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렉카. 이러한 렉카의 신속함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사회에 이슈가 생기면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이들을 우리는 사이버렉카라고 정의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잘못된 정보로 확산되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탈진실의 시대로 끌어가는 건 다름 아닌 사이버렉카이다.사이버렉카의 피해
지난해 저에게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사랑이 무엇인가’였습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던 이 질문을 가까운 이들에게도 던졌습니다. 각자 자신을 담은 답변을 해 주더군요. 사랑은 ‘그것을 위해 내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것’, ‘유일한 관심’, 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 등. 본인들이 사랑이라 생각하는 어떤 마음들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제게 사랑일지도 모르는 존재들을 떠올렸습니다. 먼저 부모님을 떠올려 봅니다. 저에게 교감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반려견 ‘봉구’도요. 다음은 신뢰하
많은 학생이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번아웃 증후군을 겪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학생 여러분들은 직/간접적으로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라는 절대 명제에 세뇌된 채로 달려왔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학생들이 도착한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에게 어떠한 명쾌한 답을 주지도 않은 채 4년간의 추가적인 노력을 요구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진로 탐색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오로지 높이 올라갈 것이 맹목적으로 요구됩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번아웃 증후군을 겪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지난달 9일(수)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2021년 대학도서관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후 대학생 1인당 대출 책 수가 42% 감소하고 전자자료 이용 건수는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인당 대출 책 수는 2.3권으로 전년 4권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코로나19 상황으로 전자자료 이용 건수는 늘었다. ‘재학생 1인당 상용DB 이용 건수’는 지난해 277.1건으로 전년 253.7건보다 9.2% 증가했다. 이처럼 전자자료 이용이 대세인
지난해 본교 상담·인권센터에서 개인 상담 및 개인 심리 검사를 받은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개인 상담 건수는 지난 2020년 3,652건에서 지난해 4,633건으로 전년 대비 약 28%p 증가했으며, 개인 심리 검사 건수는 지난 2020년 1,200건에서 지난해 3,254건으로 전년 대비 약 169%p 증가해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증가했다.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외출이 자제되고 코로나19 이전의 활동이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상
앞으로 달포 정도 후에 들어설 새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명단을 보고 특히 교 육계에서 교육이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과학기술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해도 막상 과학기술교육 분야에 교육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더욱이 교육부를 타 부서에 통합하여 축소하거나 부처 명칭에서 교육을 빼자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니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근본이 되는 교육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 지 그리고 앞으로의 교육 정책이 어떨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1932년생, 아흔 두 살이신 우리 할머니는 7년 전 루이소체 치매를 진단받으셨다. 그리고 5년 전부터 우리 가족과 함께 사시게 되셨다. 우리 할머니는 40년 넘게 교직에 계셨다. 참 슬기롭고 올곧으신 분이셨다. 그렇게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병증과 노환으로 사라졌다. 평생 입에 나쁜 말 한 번 담으신 적 없던 할머니가, 내가 할머니 지갑을 훔쳤다며 나에게 욕을 하셨다. 새벽 세 시에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니라며 나가야 한다고 지팡이로 내 방문을 때리셨다. 12월 한파에 꼭 반팔을 입으셔야 한다고 역정을 내신다. 그렇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의 한 단면을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함축한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1871]. 프로이센에게 패배하여 더 이상 프랑스어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아멜 선생의 슬픔과 그저 들판에서 뛰어 노는 게 좋은 프란츠의 반성이 이어지며 한 편의 시처럼 그려진 소설이다. 또 하나의 ‘마지막’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1905]. 죽음을 눈 앞에 둔 여류 화가 존시는 창밖으로 보이는 담쟁이의 마지막 잎과 자신의 운명을 동일시하게 된다. ‘저 이파리만 떨어지면 나도 죽겠지?’라고 절망한 존시. 비바람 세차게 불던 밤을 지
지난 9일(수)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여느 선거철과 같이 우편함엔 선거공보물이 꽂혀있었다. 공보물을 보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은 후보자가 국가를 어떤 비전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어떤 철학과 이념으로 개인, 기업 그리고 정부를 다스릴 것인지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천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대 양당 후보 모두 이념과 철학에 입각한, 일관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한순간 표를 얻기 위한 선거철용 공약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는 개인의 삶에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는 어떤 것을
가짜뉴스란 단어가 세인들에게 익숙해진 지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한 사건에 대해 사실이 아닌 여러 다른 이야기들에 현혹되거나 진실인 양 믿는 사람들을 여전히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거나 자신이 듣고 싶고 믿고 싶은 말만 선택해서 판단해 버리는 태도, 어떤 가설이 있을 때 그것이 맞다는 증거를 찾는데 몰입하는 확증편향에 빠진 이들의 숫자가 줄지 않는 것은 그만큼 이해관계가 강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와 일치하는 정보는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반면에 아무리 객관적인 자료를 동반한 증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