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육교는 사이드미러가 없고 잘라낼 발톱이 없다치열하게 쓰러지고 깨어나며제자리를 반복하는 오뚝이길게 뻗어 나온 그림자로 빛을 잘라내고서주저앉고 싶다 두리번거릴 때어디선가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육교 한 가운데서리어카 끄는 행인은 멈춰 서 있다오를 수도 안 오를 수도 없는빈 육교와 차도를 번갈아 보면서무엇을 포기할지 눈꺼풀을 깜빡이는 동안에도육교는 중립적이다어느 방향으로도 고개 숙이지 않으며오는 해와 가는 해를 붙잡지 않는중재자의 태도를 가졌다해는 페인트 공을 자처한다오후의 볕을 둥글게 말아 쥐고벌어진 시간의 틈새로붉은 가로등을 그려
낮에 헌츠 포인트의 청과물 공판장에 다녀왔습니다. 빨갛게 익은 자두가 가판대에 나왔더군요. 그 자두를 보니 당신이 계셨던 화정 청소년 수련원이 떠올랐습니다. 안 가본 지 4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수련원치고는 작았으나 마당 전체에 해가 가득해 여름 내내 그늘막을 설치해두곤 했었는데 말이죠. 우리는 종종 그 아래서 더위를 식히곤 했습니다. 수도꼭지와 호스를 연결해 물을 뿌리며 놀고 나면 돗자리 위에 누워서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죠. 저에게 수련원은 집에서 벗어났다는 자체만으로 계속 가게 만드는 그런 곳
| 시 부문 당선작 상도동여기 비탈에 사는 사람들은간신히 붙박이며 살고나는 세 들어 사는 일이 처음이다길손을 괴롭히는 도적이 많아부디 반드시 살피면서 가라고걱정이 섞인 옛말은 오늘까지 좋아자동차가 다니는 고개 위에서굳이 나는 목덜미를 아파하고 싶고도적 대신 무해한 짐승이 많아부끄럼도 없이 들개는 똥을 누고골목길 싸다니는 고양이도 춘곤사람들은 저녁 되면 기울어진 몸으로먹다가 남은 음식 주려고 나온다들꽃이랑 어울리려 개똥은 구르고귀신도 장승도 어느덧 친해져서똑같이 내일을 막막해하면서성당이나 절에 한 번 나가볼까 고민하는그런 둘의 다정은
집김예영(문예창작‧15)주제길 없는 청춘들의 치열함.작품설명일에 치여서, 사람에 치여서, 감정에 치여서. 우리는 가끔 도피할 곳을 찾는다. 여기. 각자의 이유로 게스트하우스 스텝이 된 청춘들이 있다. 안식처를 잃을 위기에 놓인 청춘들의 치졸함. 그 모습을 통해 갈 곳 없는 청춘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무대무대 왼편으로 긴 테이블과 의자 네 개, 무대 오른편, 카운터 책상과 의자 위치해있다. 전형적인 플로어.등장인물사장 (여,38) 게스트 하우스의 사장. 덜렁대며 기분파.선비연 (여, 28)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 목표
책을 펼치면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강요했던 것과는 다른 삶의 모습이 나타났다. -페터 바이스- 우리 모두는 살면서 한 번쯤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본 적 있다. ‘한 알만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은 알약이 있다면 어떨까’에서부터 ‘사실 나는 부잣집에서 잃어버린 아이가 아닐까’에 이르기 까지, 한 번쯤 누구나 생각 해 봤을 법 하고 실제로 있을 법 한 것들을 말이다. 상상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주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상상들은 잠들기 전 잠깐 스쳐가는 생각에 그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주제가
의사가 잘 쉬고, 잘 먹으라 그랬는데.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왜냐하면 양을 빨리 찾아오지 않으면 오는 잠들 수 없을 거고, 그러면 내 마음이 아플 테니까. 창밖으로 양이 총총대며 걸어갔다. 돌아보니 갈대였다. 이런. 양은 어디로 갔나. 버스는 안에는 여러 음식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릉에 다녀온 게 언제였더라. 엄마의 소매를 잡아끌고 갔던 기억이 났다. 적어도 오 년은 지난 일이었다. 들고 온 것도 지갑 하나뿐인데. 멀미가 나 몸을 뒤척였다. 내
한국 청년의 상황이 어렵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취업이 안 된다. 취업 준비생인 A 씨는 2015년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꾸준히 구직 활동을 했다. 그러나 아직 취업을 못 한 상태다. 그에겐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기자를 직업으로 삼으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21살부터 대외활동을 꾸준히 했다. 대기업 블로그 기자단 활동, 잡지 에디터, 학생 기자 활동, 유명 신문사 교육연수생 경험을 하며 착실하게 꿈을 키워 나갔다.A 씨는 수상 경력도 있고, 자기 이름을 걸고 인터넷에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당연히 취직이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졸업 후 2년간, 서류 지원에서 탈락하고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는 일이 50여 차례 반복됐다. 최근에는 3개월 인턴 근무 조건으
그는 고개를 저으며 문장을 지운다창밖에는 비가 오고 그는 이가 사라진 자리에혀를 밀어 넣는다뜨거워지는 혀 나뭇가지처럼 부러지는 빗소리 그는 창문을 열어 빈 화분을 안으로 들여놓는다화분의 물을 쏟아버리고젖은 손을 바지에 문질러 닦자얼룩이 잇자국처럼 솟아오른다 안개는 개가 지나갈 때마다 벌어진 아가리를 다문다. 안개를 떨쳐내기 위해 개는 멈추지 않고 뛰어다닌다. 멀리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밤이 짧아지는 동안수염은 자라나고 시 부문 심사평김인섭 교수(문예창작학과)우대식 교수(국어국문학과) 응모작을 읽으며 다시 느낀 생각은 시라는 장르가 참 어렵구나 하는 것이었다. 읽으면서 시적 저의에 대해 선뜻 공감
B시장에는 네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대형 의류 부자재 상가가 있다. 상가와 상가 사이에는 큰 길이 나 있고 아버지의 공장은 그 길 끝에 있었다. 길 초입에는 양옆으로 생선가게가 늘어섰다. 나는 매번 생선 가게를 지날 때마다 몸을 움츠렸다. 비릿한 생선 냄새가 연탄 연기를 타고 길에 퍼졌다. 길에는 원단 롤을 진 지게꾼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녔다. 나는 부딪치지 않기 위해 옆으로 몸을 피하며 걸었다. 생선가게를 모두 지나고 나면 보신탕집이 보였다. 보신탕집 창문 앞 선반에는 둥근 플라스틱 소쿠리에 삶은 개고기가 담겨 있었다. 그 위로 가짜나비가 날아다녔다. 개고기는 투명한 비닐로 덮여 있어 꼬리만 툭 튀어나왔다. 나는 그곳을 지나 낡은 원단 창고 건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공장은 건물의 마지막 층에 있었다.
-드라마 부문 당선엔진씬1. 상가 앞 길거리 (낮)해가 쨍쨍한 오후 3시의 여름.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는 가운데 길가에 서있는 두 남녀. 달라붙는 흰 티에 짧은 트레이닝 반바지를 입은 은미와 배낭을 메고 있는 남자. 둘 사이에는 125cc 은색 쥬드 스쿠터가 놓여있다. 은미는 3장의 서류를 들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고 남자도 어딘가 불편한 듯 연신 머리를 긁적인다. 남자 그러니까요.. 이게, 타이어도.. 좀 갈렸네요..?은미 아아..네...그런가요.. (정적)남자 그러니까요.. 음, 이게... 상태가... 네고를 좀...어떻게..?은미 아아 그건 좀... (정적)남자 이거..본인이 타시던 거..맞아요?은미 아...아니요.. 저... (서류를 내밀며) 여기 서류도
그늘의 발달사어머니가 케이크를 상자에서 꺼낸다빈 상자를 식탁 위에 올려 놓으신다케이크에서 단내가 흘러내린다단내를 밟으며 나는 걷는다장판에 발이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진득한 소리가 엇박자처럼허공에 붙었다 떨어진다어머니는 부엌의 불을 끈다그늘이 몸을 숨긴다어둠이 포근하게 일렁인다자궁 안처럼케이크의 촛불에 불을 붙이는 동안가족들 모두 숨을 죽인다옹기종기 모여앉아촛불에 환히 빛나는 얼굴들미지근한 숨소리촛불 위에서 뒤엉킨다촛불이 일렁인다내 맞은편에 놓인 탄생 기념 액자번들거리는 유리 안내 탯줄과 손바닥이 갇혀 있다촛불의 노란빛 한 줄기가 유리 위에파리하게 흘러내린다말랑거리는 생일 축하 노래가장판 위로 곤두박질친다촛불이 일렁인다
평론은 여러 가지 성격을 지닌 복합적인 글쓰기 양식이다. 그것은 기존의 문학이론 혹은 문학사와의 긴밀한 소통 속에서 쓰이는 학술적인 글이면서, 시대 현실에 대한 나름의 문제의식을 담는 논설적인 글이기도 하며, 동시에 정념의 파동을 만들어내는 예술적인 글이기도 하다. 말할 것도 없이 이상적인 평론은 위에서 말한 특징들을 모두 간직해야겠지만, 위 조건 중의 어느 하나만 충실하게 담아내도 그 글은 훌륭한 비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평론은 그처럼 거창한 무언가가 되기 이전에 한 편의 글이기도 하다. 이것은 보통의 글이 가져야 할 조건들, 이를테면 정확한 문장, 일관된 주제의식, 논리적 구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을 때 그것은 평론이기 이전에 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