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유명한 성경 구절이 있다. 그런데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없다. 인간에게 말과 글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수족과 같은 것이다. 그 결과 나에게서 나온 말과 글이 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외부에 드러내 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려는 욕망이 있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가르친 적도 없고 시킨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이는 마치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과 같은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상대방에게 시시콜콜 털어놓기도 하고 답답하거나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공개적으로 SNS에 글을 쓰기도 한다. ‘캔터베리 효과
같은 목적을 가진 상대를 이기거나 앞서기 위해 겨루는 행위를 ‘경쟁’이라고 한다면, 이 과정에서 목적을 달성한 사람과 달성하지 못한 사람이 나뉘게 된다. 우리는 서슴없이 양쪽을 각각 승자와 패자로 묘사하는 데 익숙하다. 승자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누리지만 패자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좌절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출연하는 지상파 방송에서도 아이들에게 달리기 시합을 시킨 뒤 어른들이 “이겨라!”를 연신 외치며 손뼉을 치고 응원한다. 경쟁에서 이긴 승자에게 축하를 전하자 승자는 한껏 의기양양하며 패자는 내내 표정이 어둡다. 우리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거나 우리의 인생이 끝없는 경쟁의 연속이라는 표현은 하나도 낯설지 않다
서점에 가면 눈에 아주 잘 띄는 곳, 사람들의 발길이 한 번쯤 꼭 머무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분야별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책인 베스트셀러(Best seller)를 모아 놓은 부스일 것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주간·월간 베스트셀러의 순위와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 순위는 단순히 많이 소비된 책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순위에 오른 책의 면면을 보면 우리 사회에 현재 유행하는 것과 화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음은 물론이고 시대의 흐름과 경향, 대중의 취향과 관심 분야도 알 수 있다. 특히 일반 대중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퍽 흥미롭다. 예컨대 2010년 7월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는 그것의 표제처럼 우리가 원하
참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정신 영역의 오지랖인가, 아니면 내 뇌 속 어딘가에 서식하는 그악스러운 괴물들이 세운 철야 방송국이라고 해야 하나. 나와 관련된 일부터 관련되지 않은 일까지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오늘도 몇 시간째 정체불명의 방송을 눌러듣고 있다. 이처럼 내 생각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의식 세계 안을 거침없이 활보하며 행동, 판단,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일에 개입하기도 한다. 내가 가는 식당, 내가 먹는 음식, 내가 입는 옷은 자유 의지에 따라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생각에 관한 한 나는 자유롭지 못한 존재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 이것들은 내 것이 아니었다. 과거 어느 시점 이전에는 내 안에 없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경로
번화가 곳곳에 늘어선 카페와 음식점의 간판이 대부분 로마자로 표기되어 있고 한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숙박시설과 의류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영어로 된 메뉴와 설명이 있습니다. 행정기관에서도 기관 이름과 정책 이름에 영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중가요에도 가사에 영어가 안 들어간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왜 중국어, 일본어, 불어 가사와 랩은 없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학생들도 일상에서 케어, 팩트, 트러블, 컴플레인, 피지컬, 비주얼 등과 같은 영어 단어를 사용합니다. 마치 이런 양태가 더 세련되고 배운 티가 나며 감성적으로 우위에 있는 듯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 단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한국어 단어가 번듯하게 존재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강한 언어에서 차용된 단어는 비좁은 사용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방학(放學)’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할 것이고 잠시 배움을 내려놓고 재충전하는 시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방학 때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많은 학생들이 여행을 했다고 대답합니다. 여행의 이유, 목적, 의미, 장소, 일정 등은 제가끔 다르겠지만 여행은 우리에게 항상 설레고 가슴 벅찬 말입니다. 특히 방학은 바쁜 대학생들에게 여행을 위한 최고의 적기입니다. 여러분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여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나요? 여행은 참으로 신비한 힘을 가졌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는 낯선 곳에 가서 며칠 동안 쉬지도 않으면서 이리 걷고 저리 걷고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