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교입니다. 교회를 다녀본 적이 없지만, 성경에 경제학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궁금해서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올해도 ‘성경과경제학’ 수업 시간에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간단한 수강 관련 설문을 조사했다. 성경과경제학이란 다소 생소한 과목을 개설한 지 5년이 흘렀다. 개설한 동기는 두 가지다. 우선 숭실대학교의 학교설립 이념에 충실한 교육을 가능한 전공영역에서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신념이었다. 숭실대에 입학하여 1~2학년때 성경관련 기초과목과 채플을 수강한 것으로 끝난다. 자신이 공부하는 전공영역이 기독교 가치관과 어떤 관련이
‘젊은 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십 대 초반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던 그때,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한 선배가 던진 이 치기 어린 질문은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선 오늘까지도 여전히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누군가는 나이에 따라 젊음을 구분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외모에 따라 그리고 심지어 또 누군가는 성숙함에 따라 젊음을 구분하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젊음’이란 것은 그야말로 사람마다 정의하기 나름이다. 나는 젊음이 낭만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젊은 날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
꽃샘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의 어느 날, 서점에 들어간 나는 나도 모르게 프리드리히 니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를 읽기 시작했다. 철학과는 거리가 있었던 공학도였던 나는 교양 수업을 통해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의 의미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의 한 구절이다. “나 이제 너희들에게 정신의 세 단계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련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며,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되는가를. …(중략)… 어린아이는
옛날 옛적 이라는 만화 영화가 있었습니다. 주인공 '아톰'은 백만 마력의 힘을 지닌 무적 로봇입니다. 그런데 이 로봇이 언제나 부러워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이 눈물을 흘린다는 점입니다. 아톰은 인간 친구들과 달리 눈물을 흘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슬픔에 빠집니다. 만화 영화를 시청하던 어린 우리도 짠해집니다. 로봇은 원래 슬픔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라는 영화는 200년에 걸쳐 인간이 되려고 하는 로봇이 등장합니다. 그는 영원한 삶을 마다하고 유한한 인간이 되고자 눈물겨운 노력을 합니다. 무엇 때문
요즘 ‘챗GPT’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필자도 궁금해서 챗GPT에게 “챗GPT와 대학교육”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해 봤다. 학습과 강의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돼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답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것이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될 것이라고 믿는 이는 별로 없는 듯하다. 기대감도 있지만 우려감도 상당히 큰 것이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기술이 이끌어 왔으며, 사람들은 그때마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출했다. 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법 제도를 가진 국가는 흥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감수
안전인의 입장에서 이태원 희생자분들께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안전융합대학원을 만들고 이번 학기가 4 . 학기이다 다수 학생은 논문작성과정을 선택하였다. 그중 융합대학원의 특성을 보여주는 두 개의 경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보건 의료 부문인 간호사 경력이 있으며 현재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의 편집국장으로 있는 김희경씨의 학위 논문이다. 제목은 ‘언론 매체의 중대산업재해 보도 준칙 정립에 관한 연구’이다. 다음 논문은 공인노무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윤호씨의 논문이다. ‘양돈업 사업장의 산업재해 발생특성과 재해예방 대책에 관한 연구’이다.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수많은 젊은 청춘이 유명을 달리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나라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대시민재해 예방과 사업장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금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색하리 만큼 우리나라의 안전관리 수준은 매우 열악한 게 현실이다. 핼러윈이라는 젊은이들의 문화성 행사에 10만여 명의 군중 밀집이 예상되었던 이태원 지역에 대한 안전관리 대비계획이 없어 압사 사고라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법으로 도덕적, 윤리적 의무를 법으로 강제하자는 점에서 논란을 유발하지만 개인주의의 발달과 남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차원에서 찬성하는 입장이 있다. 사실 이 문제를 법적으로만 다루면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 사회의 모든 시스템을 법으로 통제하면서 법을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은 법꾸라지처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법을 활용해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법, 양심에 의해 이웃을 대해야 할 의
무거운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옆 나라를 침략하고 그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며 ‘감 놔라 대추 놔라’ 훈수질하는 이야기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우크라이나가 이에 맞서 분투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전쟁을 보며 자신의 당리당략과 이해관계만을 따지는 우리 중 일부의 ‘일그러진’ – 감히 나는 이렇게 표현한다! - 시선에 관한 이야기이다.* * * 러시아의 일방적 침공으로 시작한 전쟁이 어느새 250일이 다 되어 간다. 공격의 명분은 피상적이다.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다!’, ‘저들은 나치다!
우리 박물관 소장 유물 가운데 도서ㆍ잡지ㆍ신문ㆍ문서류 등과 같은 서지 유물은 약 7,000점이다. 조선 시대에 간행된 것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출판된 것까지 수십, 수백 년의 세월을 간직한 유물들이다. 그 오랜 시간이 무색하게도, 종이 위에 쓰인 활자들은 바래지도 않고 지금도 여전히 자신과, 자신의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훈민정음 반포 이후 최초로 저술된 한글 연구서 『운해훈민정음』(1750), 조선 지식인들의 사상적 충돌과 획기적 전환을 가져온 서적 『천주실의』(1603), 한국 개신교의 자발적 신앙 수용을 보여 주는 최
스스로 운이 나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먼저 운이 나쁜 소나무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산에서 보았다. 어떤 소나무는 흙이 한 줌도 없을 것 같은 바위 틈에서 버티고 있었고, 또 어떤 소나무는 몸통이 똬리처럼 한 번 꼬여서 땅을 기는 형태로 자라나 있었다. 식물들뿐이겠는가? 사람도 나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해결책을 찾아 끝없이 노력하면 낯설고 드물지만 나만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소나무들이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남았듯이. 이제는 고전이 된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좋은 예를 볼 수 있다. 살인 누명을 쓰
최근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주차장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 싸움 구경을 놓칠 수는 없는 터라 천천히 옆을 지나는 척하며 상황을 들어보니, 싸움의 원인은 바로 ‘문콕’이었다. 그 순간 작고 소중한 새 차에 문콕을 당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5년 전이 떠올랐다. 인터넷에는 문콕을 피하는 방법, 예를 들면, 기둥 옆이나 가장자리를 이용하기, 출입구에서 멀더라도 한산한 자리를 이용하기 등 다양한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주차할 때마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신경을 쓰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최근 연장근로 총량 관리와 관련하여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주 12시간까지 가능한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를 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연장근로시간은 주 69시간까지 증가될 수 있고 주휴일 유무에 따라 80.5시간까지 증가될 수 있다고 한다. 근로시간 제도개선에 대하여 노동계에서는 기존의 주 52시간제를 훼손하는 것이고, 주 연속 92시간까지 근무를 하는 ‘윤석열표 노동지옥’이 도래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관 간 주장의 대립과 별개로 경영계는 월 기준의 연장근로시간 관리에 대하여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느 추석 명절 때였다. 며느리 중의 한 명인 나는 명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그때 시어머니는 활짝 열린 안방의 창문 너머로 우리를 바라보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활짝 웃고 계셨다. 그 표정은 미인이라 할 수 없는 어머니가 아주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평소에 엄하시고 비판적인 어머니의 모습은 사라지고 순수하고 밝은 모습만 보였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세파에 시달려도” 수그러들지 않는 내면의 빛으로 나를 매료시킨 사람이 또 있다. 만나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잔잔
인공지능, 클라우드, 디지털 혁신, 5G/6G, 최근까지 사회에서 많이 듣던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잘 들리지 않고 요즘 이런 기술 중심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또한 이러저런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기술은 잘 몰라도 그 현상은 예견할 수 있지만 조금만 기술을 이해하면 그 예견이 좀 더 정확해질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에 여기에 간단히 정리해본다. 이야기의 시작은 컴퓨터이다. 컴퓨터 기술은 좀 더 빠른 CPU를 만드는 기술에서 더 많은 CPU를 한 칩으로 만드는 기술로 발전하고 그
흔히 조선(朝鮮)을 ‘기록의 나라’라고 부른다. 기록의 가치를 중시하여 수많은 기록물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그 기록물을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안전한 보존·관리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기록물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을 들 수 있다. 한 왕대의 실록은 그 왕이 서거한 후 다음 왕대에 실록청(實錄廳)을 설치하고 선왕(先王) 때의 각종 자료들을 바탕으로 중요한 내용을 선별·정리하여 편찬하였다. 실록 편찬에서 이용된 여러 자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정기(時政記)와 사초 (史草
숭실의 교정에도 따스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가는 코로나 시국에서 교정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표정은 마냥 밝아보이진 않곤 하네요. 다들 고민이 많은 거겠지요. 돌이켜보면 저는 외교관이 되고 싶은 꿈 많은 소녀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많은 방황 끝에 지금 숭실의 교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 어릴 적 목표에 의하면 전 실패한 사람일 것입니다. 외교관이 되지 못하였으니까요. 세상의 기준에 의하면 돈을 많이 벌지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러겠지
지난주 파리에 있는 보자르-말라께 대학원 제자들과 수업 중에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2주 전엔 보스턴 하버드 건축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제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했고 다음 주에는 네덜란드 델프트 대학원에 있는 제자들과 현지의 경험과 수업에 관하여 화상으로 대화할 예정이다. 모두 건축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의 명성을 누리는 교육기관들이다. 화상통화로 유럽과 미주에 있는 학교에서의 생생한 스튜디오 경험을 마치 한 방에서 얘기하는 듯 만들어준 졸업생들이 자랑스럽고 새삼 달라진 세계를 느끼게 한다. 수업에 참여한 재학생들
마음이 급해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사를 암기하여 연기하는 배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TV 중계되는 결승전 경기장에서 슛을 터뜨리고,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는 운동선수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평소 연습하던 대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처럼 막연한 질문에 대한 단서는 반대로 언제 우리가 실수하게 되는지를 살펴볼 때 얻을 수 있다. 야구선수, 일례로 내야수가 가장 많이 실수할 때는 어떤 상황인가? 유심히
많은 학생이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번아웃 증후군을 겪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학생 여러분들은 직/간접적으로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라는 절대 명제에 세뇌된 채로 달려왔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학생들이 도착한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에게 어떠한 명쾌한 답을 주지도 않은 채 4년간의 추가적인 노력을 요구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진로 탐색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오로지 높이 올라갈 것이 맹목적으로 요구됩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번아웃 증후군을 겪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