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존재를 알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발생하고 1년이 지난 지금,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큰 전염병은 14세기 중엽의 흑사병이었고, 이어 아메리카 대륙의 천연두였다. 항체를 갖고 있지 않았던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 1월 말 이전 1억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이 확실하며 이미 2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학우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화상을 통해서만 얼굴을 맞대는 수업이 두 학기 동안
2020년은 놀라운 한 해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함께 하는 삶은 이전과 다르게 큰 변화를 맞이했고, 앞으로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1년 내내 온라인 수업을 했다. 만약 정상으로 되돌아가도 많은 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대학의 가장 큰 차이가 학우 간의 인적 교류인데, 20학번은 그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 이는 학교와 학생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올해는 주식시장에서도 놀라운 한 해였다. KOSPI 지수는 3월 고점 대비 36%가 급락했는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 영역에서의 갈등이야 늘 그래왔다고 치더라도 다양한 사회 갈등들의 증대도 개인의 일상생활을 온갖 스트레스로 가득 채울 만큼 커져만 가고 있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성별 갈등과 세대 갈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적당한 수준의 갈등은 한 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들을 폭로함으로써 보다 나은 공동체의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갈등의 종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그 정도가 커지게 되면 사회 전반의 피로도가 커지고 갈등 이후의 회복력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즉 한
한국어는 한민족(韓民族)이 사용하는 말이다. 이는 조선어, 조선족(朝鮮族)이라고 해도 같은 뜻이다. ‘한(韓)’은 고대 한반도의 남쪽 부족에서 기원한 말이고 ‘조선(朝鮮)’은 북쪽의 단군이 세운 고대의 나라에서 비롯된 말인데, 한과 조선을 다른 민족으로 보기는 어렵다. 고대로부터 크게 다르지 않은 언어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민족’의 개념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는 혈통(血統)이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조선인)의 배타적 독립성을 주장하고자 하는 정치적인 목적과 맞물려서 ‘단일민족’을 순혈주의적
졸업이다. 고민사거리에서 쭈뼛거리며 고민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별이다. 어떤 의미를 담을까 고민하다가 숭대시보 첫 기고문에서 잠깐 언급했었던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대해 말하며 작별을 고해야겠다. 바퀴의 가장자리에 점을 찍고, 바퀴의 움직임에 따른 점의 이동을 선으로 연결하면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된다. 일명 직선보다 빠른 곡선이다. 직선보다 빠른 곡선이라니... 뭔가 의미심장하다. 비행기는 항로를 따라 이동한다. 항로는 고도와 방향으로 결정되는데, 자동 항법 장치와 같은 첨단장비의 도움을 받아 항로대로 비행하게 된다. 그럼에
1909년 10월 26일. 총성이 울렸다. 하얼빈역 광장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쓰러졌다. 70년 후인 1979년 10월 26일. 총성이 울렸다. 서울 중앙정보부의 안가에서 박정희가 쓰러졌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이토가 을사조약을 강요하고, 초대 통감을 지내며 한국 침략에 앞장섰다가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당한 정도만을 알고 있다. 그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법제 마련, 헌법 제정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가 20년이 넘는 동안 일본의 1,000엔 짜리 지폐에 사용된 것은 그에 대한 일본 사회의 평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36개 회원국 중 1위로 인구 10만 명 중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의 수를 측정하는 자살률은 26.6%로 나타났다. 실제 1990년 이래 20년 넘는 기간 한국의 자살률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1970-80년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1990년대 초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문화적 발전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동력으로 이어졌으나 물질주의 풍조의 만연과 이에 따른 소외현상 및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는 자살률 상승을 가져온 것으로
현재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직시가 필요하고,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최소한 대략적인 방향이라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목표와 방향은 시간에 따라 바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방향이 있어야 내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을 시간에 맡긴 채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면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렵다. 그 두루뭉술함 때문에 현재의 내가 목표한 미래를 향한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방향성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물론 이렇게
건축물의 아름다운 모습은 구조에 의해 탄생하는데, 지구상에서 그 구조를 이루게 하는 중요한 힘은 중력이다. 중력은 건축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기술에 당연하게 작용하며 우리는 이를 의식하고도 있지만, 중력을 학술적으로 다루게 된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다. 언어는 중력처럼 당연한 원리로서 작용하여 실생활과 학문을 가능하게 하지만, 정작 언어 자체는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아니었다. 현대적인 의미의 분과 학문으로서 언어학은, 수사학처럼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문제가 언어에 대한 연구로 생각되었던 시절로부터 분리되는 것에서 출발한
의 마지막 원고를 쓰는 이 순간, 감사한 마음뿐이다. 지난 9년간, 정확히는 17개 학기 동안 숭대시보가 베풀어 준 후의(厚意)에 감사하고, 늘 졸고(拙稿)를 높이 평가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하고, 이메일로 피드백을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하고, 원고를 늦게 주어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은 학생 기자님들께도 감사하다. 180번째 원고가 마지막 글이 될 줄은 몰랐는데, ‘180’이라는 숫자는 지금 이 순간부터 좋아하는 번호가 될 것이다. 기왕이면 ‘200’개를 딱 채웠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나의 키와 비슷한 ‘1
본교 신문방송국에는 신문방송국을 총괄하고 감독하는 주간 교수가 있다. 숭실의 역사를 기록하는 신문방송국에서 4년째 주간 교수를 맡고 있는 이승복 교수를 만났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신문방송국 주간 교수를 맡고 있는 영어영문학과 이승복 교수입니다. Q. 주간 교수라는 직책이 생소한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주간 교수는 어떤 일을 하나요? A. 우선 언론4국으로 불리는 신문방송국 △숭대시보 △숭실타임즈 △교내방송국 (SSBS) △인터넷 방송국(씨즌넷)을 총괄하고 감독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신문이 제대로 발행되고
모란공원묘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있는 공원묘지이다. 11월 14일 한 모임과 함께 모란공원묘지를 답사했다. 경천 가도의 마석역 근처에 있으니 춘천으로 놀러 가는 길에도 잠시 들러볼 만하다. 아침의 서울은 뿌연 미세 먼지와 함께였으나 그곳에 도착하니 화창한 가을날이 나를 반겼다. 모란공원묘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공원묘지이다. 이와 반대로 망우리공동묘지는 일제가 건설한 공설 묘지이다. 일제는 1912년 을 제정해 개인 묘지를 인정하지 않고 공동묘지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묘지에도 일제의 흔
숭대시보 여행칼럼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2012년 2학기에 예루살렘으로 시작한 것이 이번 학기의 제천까지 이어졌다. 남극 대륙은 아직 가보질 않아서 다루지 못했지만, 6개 대륙에 있는 도시들 중 인상 깊었던 도시들은 나의 글감이 되었다.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했던 도시, 처참한 모습에 잠시나마 우울해졌던 도시, 먹는 것 하나하나가 나를 새로운 미각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던 도시, 영적인 감동으로 숙연해졌던 도시. 여행했던 도시 하나를 선정하여 원고지 12매에서 15매 정도의 분량으로 핵심만 뽑아서 묘사하는 일에는
이 연재의 앞에서 오스틴(J. L. Austin)의 화행의 개념을 소개한 적이 있다. 말이 사물이나 사상을 가리키는 직접적인 지시나, 은유와 같은 이차적인 지시의 차원과는 다르게, 말하는 행위 자체가 발휘하는 힘에 대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내용이 무엇이고 이것이 각종 산업 및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모르는 인물이라도 그 중요성을 설파할 수는 있다. 사람들이 그것의 지시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따지지 않을수록 그 인물의 화행은 성공적이어서 중요한 일을 맡을 수도 있다. 화행의 효과도 은유와 마찬
최근에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가장 빈도 높게 다뤄지고 평가되는 영역은 문제해결능력이다. 이것은 단지 취업에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라, 현재의 변화하는 환경을 읽어내고 이끌어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는 자기소개서에만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다. 오늘의 제목에서도 자기소개서 작성법이라는 내용을 제외했다. 이 글을 읽을 후배님들께서는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고 세상의 변화를 읽는 리더(Reader)이자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리더(Leader)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는 조직의 대표가 되거나 사회적 명망이 높아
일본 최고의 관광지는 오키나와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수학여행으로 한 번 정도 다녀오는 곳이다. 이런 풍광과 달리 오키나와의 근현대사는 오욕과 아픔으로 점철되어 있다. 오키나와의 풍습을 우리에게 잘 알려준 이는 홍어장수 문순득이었다. 1801년(순조 1년) 전라도 우이도의 홍어장수 문순득은 흑산도에서 홍어를 사서 돌아오다 풍랑을 만나 표류를 하게 되었다. 제주도 옆을 지나면서도 해류를 거스르지 못해 결국 도착한 곳은 오늘 날 오키나와 섬인 유구였다. 유구국은 명이 바다를 막는 해금 정책으로 동아시아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다. 유구는
이번 호에 다룰 기본 항목은 입사 후 포부이다. 다른 항목들이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모습에 대해서 서술하는 것이라면, 입사 후 포부는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과 계획에 대해 서술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현장에서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다가 보면 가장 천편일률적으로 적어오는 항목이 바로 입사 후 포부다. 이 항목에서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서 작성해야 하는지, 자신을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고민해봐야 하는 영역은 지원동기와의
코드(code, 부호)란 기호를 해석하기 위한 규약이나 그 체계를 말한다. 예컨대 로마자는 그것을 사용하는 각 국에서 읽는 방식대로 읽어야 그 나라의 언어가 된다. 한글의 경우에도 물론 그것을 어떤 소리로 읽어야 할지에 대한 규약이 있는데, 는 그 코드의 생성 원리까지 밝히어 적어 놓았다. 물론 코드는 문자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코드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전언(message)에 대해서 같은 의미로 파악하도록 하는 약정이다. 그런데 코드화(coding, 부호화)된 층위에 따라서 실제 의미는 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