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말아요. 누구라도, 누구라도 배고프면 화냥년도 되고, 양공주도 되 는 거여요.” 검둥이 갓난아이를 감싸 안고 외치던 몽실은 겨우 10살 남짓 되 었을까. 몽실의 말에 한참을 생각했다. 스스 로 올곧다 생각하며 나만의 도덕적 잣 대를 가지고 타인을 판단했던 오만한 지난날들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그들 나름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 면서도, 여전히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오늘의 내가 부끄러워졌다. 제멋에 어 리광 부리고 한참 예쁨 받을 나이에 몽 실은 벌써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 며 품고 자신에겐 체념에 가까운 위로 를 건넨다. 어떻게 보면 몽실에게는 자 신의 삶이 없다. 하지만 또 다르게 보 면 남을 위하고 품어주며 사는 것 자체 가 그녀의 삶일지도 모른다. 힘든 시대 에 큰 그릇을 가
올 여름 다양성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 은 작품이 있다. 바로 장건재 감독의 영 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이다. ‘첫사랑, 요 시코’ , ‘벚꽃우물’ 두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영화는 1장과 2장의 마주봄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감성적인 로드무비이 다. 영화의 1장과 2장 모두는 일본 나라 현 고조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옴니버스 무비의 성격 또한 지니고 있기에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배역을 달리하여 챕 터 모두에 등장한다. 흑백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1장은 고조에 영화를 찍으러 온 한국의 영화감독 태훈(임형국)과 통역을 담당한 조감독 미정(김새벽)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곳에서 시청 홍보 직원 유 스케(이와세 료)와 현지 주민들을 만나 며 영화 제작을 위한 일련의 과정을 보 여준다. 불꽃놀이를 끝으로 시작되
어릴 적에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 로 사는가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삶에 대한 진중함과 사 랑이라는 믿음직한 결론, 아울러 신비 한 천사가 등장한다는 점이 어린 내 마 음에 꼭 들었다. 그런데 이런 감명에 도 나는 오랫동안 톨스토이를 미국인 이라고 믿고 있었다. 신과 천사가 나오 고, 현명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 기가 추운 나라의 산물이라고는 생각 지 못했던 까닭이다. 러시아라는 나라는 그만큼 나에게, 어쩌면 우리에게 마 냥 춥기만 한 나라였다. 물론 이런 무지(無知)는 이제 예전 같지 않지만 아직도 러시아 문학은 우 리에게 낯설다. 여전히 우리는 톨스토 이나 안톤 체호프 같은 세계적 작가들 의 보다 많은 작품을 접할 필요가 있 다. 그리고 이에 호응하여 이 책, 로쟈 의 러시아
올 초, 쿡방(요리하는 방송) 열풍과 맞물 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가 있다. 바 로 ‘요리’와 ‘셰프’, ‘음악’을 맛깔나게 버 무린 영화 ‘아메리칸 셰프’이다. 가장 핫한 세 가지 트렌드가 접목된 만큼 영화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생동감 으로 가득하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눈길 을 사로잡는 화려한 음식들의 비주얼, 적재적소에 배치된 음악, 나아가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 영화 속 메시지들은 조화롭게 완성된 하나의 요 리처럼 보는 이들에게 행복감을 안겨준 다. 영화는 잘 나가는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고, 진정한 성공과 행복을 찾는다 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만큼은 셰 프가 식재료를 고르듯 애정 어린 시선들 로 가득하다. 자칫 비주얼에 급급한 영 화로
‘그래비티’(알폰소 쿠아론, 2013)를 딛고,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란,2014)를 건너 이제는 ‘마션’(리틀리 스콧, 2015)이다. 해마다 우주를 배경으로한 SF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까워진 만큼 먼, 우주는 여전히 대중들의 흥미를 끄는 소재로 작용한다. 올해 역시 리틀리 스콧 감독의 신작 ‘마션’이 NASA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우주 불패 신화의 긍정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영화 ‘마션’은 아주 친숙한 SF 영화이다. 수준 높은 과학적 개연성에 근거한 화성을 그려냈다고 극찬 받지만, 우주를 탈출한다는 서사적 측면에서 ‘그래비티’와 닮아 있고, 휴먼 드라마로서의 성격은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한다. 별 다를 것 없는 우주 영화가 아닐까, 생각되려는 찰나, ‘마션’은 긍정의 힘으로 궤도
운전 도중 갑자기 눈이 먼 남자를 필두로 백색 실명이 삽시간에 사람들에게 퍼진다. 정부는 이 실명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눈먼 자들을 격리시키지만 결국 의사 아내를 제외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고 만다. 저자는 의사 아내의 눈을 통해 눈먼 자들의 비인간성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의 메시지가 함축된 문구인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 , 이들은 바로 현대인들 또는 현대 사회를 지칭한다. 현대인들은 인간 존엄성을 잘 알고 있지만 이 가치가 보이지 않는 척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일삼는다. 즉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비인간적인 현대인들을 진정한 눈먼 자들이라고 고발한다. 한국 사회도 저자의 쓴 소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한국 사회는 인간답지 못하다. 한국 교육 시스템은 줄세우기를
이 책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내가 대학 입학 통지서를 받고 무료한 겨울방학 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나는 인터넷에서 대학생 필독서를 찾아보고 있었다. 많은 교수님들이 권했던 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에드워드 핼릿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곧바로 이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았다. 저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학의 특징들을 나열하면서 역사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린다. 책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과거에 발생한 사실들의 단순 나열은 역사학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역사는 역사가의 해석이 가미된 정리된 사실이다. 이로써 나는 역사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국사 교과서에 쓰인 내용들을 진실이라고 믿고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설렘을 느낀다. 사랑과 이별. 이 뻔하고 식상한 키워드는 2009년 마크 웹 감독의 손을 통해 영화 ‘500일의 썸머’로 재탄생됐다. 대부분의 로맨틱코미디가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반면 영화 ‘500일의 썸머’는 남성들의 절절한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보통의 남자인 톰(조셉 고든 레빗)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남성 성장 멜로드라마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한다. 마크 웹 감독이 콕 짚어, 영화의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는 이야기다. 이는 곧 영화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의 결말로 내딛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영화는 철저히 톰이 썸머(주이
뇌 과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뇌에 관한 다양한 명칭을 외우고 지금껏 발표된 연구에 대한 정보를 얻을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등학생에 불과했지만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뇌에 관한 꽤많은 지식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독서후기클럽을 통해 접한 이 책은 단편적으로 뇌가 행하는 역할에만 집중했던 나에게 마치 한편의 장대한 소설을 읽고 난 것처럼 묘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커넥톰이라고 하는 생소한 지식과, 저자가 이 새롭고 기발한 기술에 대해 갖고 있는 강한 확신과 믿음. 지금껏 읽어왔던 뇌과학관련 서적과는 달리 전문가가 미래의 지식과 기술에 대해 가진 바람과 확신을 확인하고, 내 나름대로 공감과 비판을 할 수 있었다. 여행자들의 필수품 중 하나는 지도이다. 길이
할리우드 거장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1970년대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영화는 체코인이었던 밀로스 포먼 감독이 미국으로 귀화하고 완성한 작품으로, 제 48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잭 니콜슨), 여우주연상(루이스 플레쳐)의 쾌거를 달성한다. 당시 이 업적은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이후 42년 만에 달성된 성과로, 영화는 작품성과 흥행 모두에 있어 성공을 거둔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배경은 미국의 한 정신병원이다. 이 공간은 미국사회의 축소판으로 억압적인 사회체제를 대변한다. 이곳으로 뻐꾸기 한 마리가 날아든다. 바로 범죄자 맥 머피(잭 니콜슨)이다. 그는 교도소에서
‘카르페 디엠’이라는 구절은 한 영화의 명대사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할 것이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라는 뜻으로, 때로는 힘겨운 일상에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하고, 가끔은 생각 없이 저질러버리는 충동을 변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오늘을 즐길 수는 없다. 의 토미 윌헬름은 그럴 수 없었다. 이 소설은 뉴욕 브로드웨이 거리의 세 네 블록 안에서 윌헬름이라는 인물의 하루를 관찰한다. 제한된 환경인 만큼 인물의 심리 묘사가 두드러진다. 결혼 생활이 끝나버린 윌헬름은 그의 전 부인에게 보낼 위자료도 없다. 그의삶에서 현재를 즐길 여유는 찾아 볼 수 없다. 그가 처음부터 꿈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를 마냥 응원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 적 그는 배우라는 당찬
정사각형의 폐쇄공간에 소년들이 모여있다. 그들을 둘러싼 것은 끝없는 숲과 수십 미터의 벽, 용도를 알 수 없는 미로가 전부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조차 간신히 기억해 내지만 모두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바로 미로를 탈출하는 것이다. 제임스 대시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메이즈 러너’는 3부작으로 구성된 디스토피아 SF 액션물이다. 영 어덜트 장르의 대표작을 영화화 한 만큼 영화 ‘메이즈 러너’는 할리우드 라이징 스타들을 대거 등장시키며 소년들의 모험기를 화려하게 풀어 나간다. 폐쇄된 공간을 탈출한다는 점에서 ‘메이즈 러너’는영화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나아가 소설 ‘파리대왕’까지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영화가 갖는 차별성은 SF 액션이자 스릴러인 영화 장르를 충실하게 따른다는 것에 있다
최근 들어서 금융권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핀테크(Fintech)’이다. 핀테크는 단어그대로 파이낸셜(Financial) 과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은행의 주요업무를 기술적 기반, 특히 IT 기술을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것을 말한다. 주변의 쉬운 예를 들자면 요즘에 화제가 되고 있는 ‘xx페이’ 등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다. 이들은 명백하게 은 행의 기존업무를 대체하고 있으며, 수수료 또한 없다시피 한다. 이렇게 변하는 환경에서 은행은 앞으로 어떠한 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디지털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 에서는 위와 같은 환경에서 우선 은행들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먼저, 저자는 은행에 대 한 개념을 새로이 한다. ‘은행은 돈이 아니
외화의 집중 공세를 뚫고 천만에 도달 한 영화가 있다. 바로 류승완 감독의 아홉번째 장편 영화 ‘베테랑’이다. 엄청난 능력치의 영웅들이 강세를 보였던 2015 년 상반기의 영화판에서 류승완 감독이 내세운 영웅은 현실에 발을 내딛고 있는 평범한 형사 서도철(황정민)이다. 영화 속 서도철은 아내에게 구박 받는 남편이 자 소시민, 그렇지만 가오를 가진 베테랑 형사로 등장한다. 그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념과 의리를 잃지 않는 다소 푼수 같은 정의의 수호대로서 서도 철을 받쳐준다. 선으로 똘똘 뭉친 그들 과 대립하게 되는 인물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이다. 그는 절대 권력이자 분명한 악으로 재벌 사회가 탄생시킨 가장 큰 부작용의 사례이기도 하다. 영화는 하청업체로부터 임금을 떼인 배기사(정웅인)가
「시경」에 ‘내가 지난 일의 잘못을 징계해서 후에 환란이 없도록 조심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징비록」도 이에 비롯하여 저술됐다. 책은 1592년 임진왜란부터, 일본이 재차 쳐들어 온 1597년 정유재란까지 조선의 전시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유성룡은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도체찰사에 임명돼 군무를 총괄한다. 선조의 피난길에 왕을 보좌하고 임진왜란 말에는 훈련도감을 만들어 군비를 강화한다. 「징비록」은 전쟁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요한 임무를 도맡아 수행하던 유성룡이 썼기 때문에 상당히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다. 보통 임진왜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이순신 장군이다. 한산도와 명량, 그리고 노량해전으로 이어지는 통쾌한 승리가 연상된다. 하지만 「징비록」을 읽으면서 승
‘가족의 탄생’은 세월을 통해 완성된 ‘관계’에 대한 영화이다. 혈연도 아닌, 그렇다고 온전한 가족도 아닌 이 범상치 않은 관계는 독립적인 세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누나와 남동생, 어머니와 딸, 그리고 연인의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 가족들은 소위 말하는 전통적인 가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새롭다 못해 낯선 이들의 독특한 관계는 다르기에 곧 갈등으로번진다. 누나 미라(문소리)는 5년간 소식조차 없었던 남동생 형철(엄태웅)의 스무살 연상녀 무신(고두심)을 올케로 인정해야 한다. 선경(공효진)은 아버지가 다른 동생을 갑작스럽게, 진짜 동생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경석(봉태규)과 채현(정유미)의 사랑도 가치관의 충돌로 인해 상처를
어릴 때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지만 점점 그런 것들에 대한 구분이 생기기 시작하고 도덕적인 삶을 지향하는 것을 인생의 최고의 덕목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더 나이가 들고 현실과 부딪치면서 그러한 삶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선과 악은 과연 무엇를 기준으로 구별되며, 도덕이란 것조차 과연 어떤 잣대를 기준으로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던 차에 니체의 책을 읽으면서 그 또한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반가웠다. 니체가 저술한「 도덕의 계보학」의 핵심은 ‘도덕의 가치’이다. 도덕 그 자체에 대해 의심하며, 도덕이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마취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핵심 주제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권리를 향한 인간의 행진은 시대를 불문하고 역사의 한 편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간과 환경, 형태는 변하고 있지만 인권을 향한 행진은 여전히 진행 선상에 놓여있다. 영화 ‘셀마(Selma)’를 보며 느낄 수 있는 다름 속의 공감 역시, 바로 이 모든 것이 현재진행형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영화 ‘셀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이자 인권 영화이다. 필연적으로 무거울 수밖에 없는 소재이지만 흑인 여성 감독 에바 두버네이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신격화 대신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주력하며 영화의 짜임새를 더한다. 리 대니얼스, 스티븐 스필버그와 같은 거장들을 제치고 메가폰을 잡게 된 여류 감독인 만큼, 그녀는 연출과 각본, 촬영, OST하나까지 현실에 가깝게 60년대 중반의 미국을 재현해 낸
거의 중반부에 들어선 나의 20대를 뒤돌아보자면, 지극히 평범한 청춘이었다. 가장 보통의 것을 해왔고, 흔히들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도 없었다. 이런 나와는 달리 소설의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말 그대로 혼돈의 청춘을 보낸다. 그래서 마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친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나오코와 미도리, 그리고 와타나베의 삼각관계가 주를 이룬다. 와타나베는 절친한 친구인 가즈키의 여자 친구인 나오코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내 소식이 닿지 않게 된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와타나베는 미도리와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미도리의 발랄한 모습에 와타나베도 마음을 주면서, 와타나베의 내적 갈등도 시작된다. 읽으면서 독특했던 점은 인간관계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여섯 살 난 아들 케이타에게 멋진 아버지가 되고자 한다. 져본 적 없는 인생을 산 료타이기에 그는 멋진 아버지가 되는 방법은 자신의 성공한 인생을 대물려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완벽한 듯 보이지만 인간미 없는 아버지 료타의 성장을 다룬다. 영화는 ‘6년간 키운 내 아들이 바뀐 아들이라면?’이라는 진부한 설정에서부터 시작하지만 이를 시종일관 담담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아들이 바뀌었다는 소식에도 료타는 평정심을 유지한다. 심지어 자신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케이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한다. 아이와 있어주는 시간보다 일을, 사랑과 따듯함보다 체계적인 교육의 틀을 강요한 료타에게 있어 멋진 아버지 역시 자기만족을 위한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