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나라 전통 미술작품의 대부분을 강렬한 인상 없이 여백이 많고, 색감도 화려하지 않아 투박하다고만 생각해봤다. 그러나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묘사, 때론 과장되고 역동적인 장면, 호랑이 털을 한 가닥씩 섬세하게 그렸으며 심지어 거대한 병풍까지. 내가 모르는 한국의 아름다운 미술작품들은 정말 많았고 다양했다. 많은 과거의 기록은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아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진과 같이 실사를 묘사할 방법이 없던 시절, 우리는 당 시대의 그림을 통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는 조선왕조의 민본주의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왕이 능행차를 할 때의 긴 행렬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 임금을 상대로 일반 국민이 꽹과리와 징을 치며 ‘격쟁’했다고 한다
극한의 현실과 마주한 인간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는 스페인 내전의 참혹한 역사 앞에서 현실 도피의 카드를 빼내어 든 소녀의 백일몽이다. 판타지와 동화를 표방했던 배급사 측의 마케팅과 달리 실제 영화는 잔혹한 영상들로 점철되어 있다. 스페인 내전 후 독재 정권의 레지스탕스 소탕이 바로 영화의 주된 배경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화적 요소가 되어야 할 소녀 오필리아의 세 가지 모험(시험)마저도 영화 속 현실의 알레고리로 쓰인다. 사실 얼마 나오지 않는 판타지적 요소이지만 ‘판의 미로’속 모험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비극성을 부각시킨다. 레지스탕스 무리 색출의 임무를 띤 가부장적인 새아버지 비달 대위와 만삭의 병약한 엄마 아래서 주인공 오필리아는 끊임없는 불안
이 책은 산업화와 기계에 열광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서 인도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간디가 꿈꾸는 미래의 인도의 모습을 설명해 놓은 책이다. 간디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는 카스트 제도가 없는 사회, 수직적 구분은 없고 오직 수평적 구분만 있는 사회이다. 이 사회는 도시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집약적인 소규모 농업협동체로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개인의 자유의 범위가 최대로 확대된 스와데시의 세계이다. 간디가 이 책에서 주로 사용하는 핵심 단어는 스와라지와 스와데시이다. 스와라지는 자기통치, 자기억제를 뜻하고 권위가 남용되었을 때 모두가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에 의해 실현 된다. 이는 대중들에게 권위를 규정하고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교육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스와데시는 우리
이랜드 홈에버 파업,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는 사건으로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 때 대중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사회 문제를 상업 영화화하며, 영화는 잊힌 사건으로서가 아닌 그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영화는 선과 악으로 나눠지기 쉬운 소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입체적인 인물들을 내세운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들을 ‘마트’로 집결시키며 말이다.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두고 마트 해고 통지를 받은 주인공 선희(염정아),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 워킹맘 해미(문정희), 60대 청소부 할머니 순례(김영애)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넘어 비정규직의 보편적 애환을 담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파업’이라는 공통점 아래 마트로 집결한 평범한 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그가 전선에서 틈틈이 기록한 일종의 수상록이다. 후세에 와서 그것을 명상록이라 지었다. 수상록이란 그때그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적는 글이다. 그래서인지 서술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명상록』을 읽던 중 함정임의 단편소설 「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이 연상되었다. 함정임의 『기억의 고고학』은 유년시절의 기억을 흩날리듯 풀어헤친다. 기억의 조각을 연결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이러한 서술방식에서 동질감을 느낀 것인지 어느 순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남겨진 조각을 맞추고 있었다. 난해하고 모호한 문장들.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감정에서 기록되지 않은 부분을 그려보았다. 사방으로 흩어진 그의 인생에 질문을
가까운 미래, 세상은 엔지니어보다 농부를 더 필요로 한다. 지속된 대기오염과 식량난은 지구상의 인간이 손쓸 수 없는 정도. 지구를 대체해야 할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류를 위해 부성애로 가득 찬 아버지 쿠퍼(매튜 맥커너히)를 우주로 발사한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대표하는 현대물리학, 인류의 탐험정신, 그리고 과학을 초월한 절대가치인 사랑 - 그 중에서도 부성애를 축으로 인간이 꿈꿔왔던 상상 속의 세계를 스크린에 담는다. 시간과 인간 의식에 대한 깊은 성찰, 끝을 알 수 없는 놀라운 연출로 많은 사랑을 받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번에는 우주로 그 시선을 돌린다. 그의 영화 〈메멘토〉, 〈인셉션〉이 기억, 꿈과 같은 인간 의식의
라는 제목은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를 말하는 거라 학력과 스펙에 집중해야 하는 우리 세대로선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제목이다. 처음엔 단순히 명문대 출신이 아니었던 저자가 구글에 입사할 수 있었던 비결을 다룬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무척 평범한 사람이고 그가 입사할 당시엔 ‘구글’이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다. 그 점이 저자가 IT관련 공부와 영어공부를 추천할 때 진실되게 다가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말기, 지금의 나를 인정하기,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기, 좌절하기 말기 등 저자가 소개하고 실천을 추천하는 내용들도 인상적이었다. 협업, 커뮤니케
평범해 보이는 매일이 성장을 이룬다. 반드시 그 순간들을 보내야만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의 이치다. 너무도 익숙해서 인식 조차할 수 없는 순간순간이 촘촘히 쌓여 자라온 길을 만들고, 인상을 결정짓기도 한다. 영화 는 이렇듯 평범한 소년기- 나의 것이 될 수도, 타인의 것이 될 수도 있는 시간들을 울림 있는 영상으로 담아낸다. 감독 링클레이터는 모두의 기억이 될 수 있는 ‘소년기’를 사실적으로 다루기 위해,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제 소년,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의 여정을 촬영한다. 사실 같은 배우를 섭외해 12년 간 3~5일을 촬영하는 방식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나 극 영화에서 전례가 있는 기법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참신한 이유는 촬영 기법에 영화의 스토리를
빨리 읽는 것은 올바른 독서법이 아니라고 한다. 책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비들이 읽는 독서법을 예로 들었는데 그들은 여러 번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고 한다. 나아가 저자는 눈으로만 읽지 말고 필기하면서 읽으라고 강조했다. 이것을 초서 독서법이라 하는데 특히 독서 중 노트는 책 내용에 대해 작성하고 독서 후 단계에서 독서 중 노트를 토대로 다시 요약하는 점이다. 자신의 단어로 새롭게 창조하라는 것이다. 이같은 습관은 처음에는 책을 베끼는 느낌이 들지만 점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쉽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일본인은 1년에 약 72권을, 중국인은 약 30권을 읽는 반면 우리는 1년에 약 10권을 읽는다고 한다. 지난겨울
올 7월 으로 첫 장편 실사 영화를 선보인 감독 실벵쇼메는 2D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더 친숙한 이름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디즈니’, ‘지브리 스튜디오’와 같은 미국,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에 ‘실벵쇼메’의 이름이 낯설 수 있다. 화려한 색감과 스토리에 눈이 익숙해져 서정적인 저채도의 영상, 많지 않은 대사들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눈을 사로잡는 기발한 발상과 세련된 패러디를 통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프랑스식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열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급격한 산업화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프랑스 사회가 바로 의 공간적 배경이다. 감독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자전거’를 오브
개인적으로 참 역설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데 이유가 어딨겠나. 하지만 한편으론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 물어봤을 법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할까? 나 또한 그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때로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해서 그랬고 또 때로는 그 사랑이 지나간 다음이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참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었던 사랑은 시작도 끝도 항상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도 결국 어떤 답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책 속 주인공과 클로이의 얘기를 통해 나는 나를 많이 되돌아봤다. 처음에 사랑하기 시작하면 어떤 사람을 이상화시키고 그 이후 그 사람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론 점점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친숙감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암벽 사이로 떨어진다. 팔은 돌덩이에 짓눌려 움직일 수 없다. 수중에 지닌 물건이라고는 500ml 물 한 통, 언제 꺼질지 모르는 캠코더, 낡은 로프, 랜턴, 그리고 중국제 칼뿐이다. 설상가상으로 가족에게조차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상태. 지도에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은 고립된 공간이다. 이 극한의 상황은 영화 의 단출한 서사이자 127시간 동안의 고립 끝에 협곡을 탈출한 아론 랠스턴의 실화이기도 하다. 실화, 그리고 127시간의 이야기를 영상화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한 편의 교훈적인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하기 충분하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리얼 감동스토리와 비슷한 종류의 것들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한 인물이 기적적으로 살아나기까지의 영웅적 일대
오늘을 즐겨라! 자신들의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 마라! 누구나 다 불명확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기는 고통을 즐기는 건 어떨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생각·관점의 차이다. 자신에게 긍정의 주문을 걸어본다. 고민하는 시간으로 금쪽같은 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특별한 선물(Present)과 같은 현재(Present)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보면서 지도자와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많은 선생님들께 배워왔지만 정말 진정한 스승이라고 떠오르는분은 몇 분 되지 않는다. 만약 내가 키팅 선생님 같은 스승을 만났다면 지금과 다른 더 특별한 길을 가고 있진 않을까
국민 어머니로 인식되는 배우 김혜자는 그 존재만으로도 모성 장르를 대변한다. 그렇기에 배우 김혜자의 캐스팅을 두고, 항간에서는 가 숭고한 모성애를 저변에 둔 영화가 아닐까,추측 하곤 했다. 정작 개봉된 영화는 예상과 많이 달랐다. 영화 저변에 깔려있던 것이 다름 아닌 광기 어린 모성이었기 때문이다. 친숙한 인물이 표현해내는 극단적 모성은, 낯설기에 불편함을조장한다. 여고생 살인 사건에 휘말린 바보 아들(원빈 역)을 위해 살인까지 불사하는‘엄마’의 모습처럼 말이다. ‘모자’를 지켜줄 수 없었던 법은, 엄마 스스로를 탐정이 되게 만든다. 언뜻 보면 숭고한 모성인 양 보이지만, 영화는 엄마가 아들을 위해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지 않는다. 애초부터 ‘엄마’의 모성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중 가장 흔히 겪는 고민은 아마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될 것 사이에서 겪는 것 같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하고 싶은 대로만 살면 어떨지.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 故 김영갑 선생님은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셨던 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으면 저 궁금증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많은 순간 김영갑이라는 사람과 제주도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지만 외롭기도 했던 섬과 사람. 솔직히 고집쟁이 선생님의 이야기는 때때로 내 마음을 답답하게 했지만 어쩌면 그는 그래서 더 제주도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얼핏 보면 참 멋진 인생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참 풍진 인생이었다
‘테세우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온은 가상의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 유지를 위해 고안한 생존 게임이다. 마을의 소년 소녀들을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미로로 내몰았던 ‘테세우스’ 이야기처럼, 영화 역시 각 구역마다 무작위로 선발된 조공인들을 오직 한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는 ‘헝거게임’ 속으로 몰아넣는다. 단, 독특한 규칙 하나가 추가된다. 24시간 동안 생중계되는 ‘헝거게임’을 모든 구역의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판엠의 독재 체제는 바로 이와 같은 미디어의 장악으로 유지되는데, 무조건인 폭력보다 유일한 생존자를 통한 ‘희망’을 주입하며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운다. ‘판엠의 불꽃’은 4부작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만큼, 판엠의 세계관을 충실하게 소개한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 어덜
정약용의 자기 독백적 한시를 접하기 전까지는 그가 남긴 위대한 업적만이 떠올라 인간적인 고뇌가 이렇게 클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젊은 날 호기롭게 꿈꾸었던 미래가 허상이 되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갈등했으리라. 자연을 관찰하고 동식물에 자신과 세상을 빗대어 보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세상을 원망하다 체념하고, 다시 다짐하는 모습들이 그를 더 친밀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했다. 그는 옛사람 중에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도 위대한 정신을 드러냈던 위인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또한 “지금 내가 불행하고 불편한 것은 내 것인 줄 알고 쥐었다가 놓친 것 때문일 터. 원래 가진 것 없는 저들은 드넓은 천지를 제 집 삼아 구김살 없이 산다.”라는 구절에서 정약용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 지금 가
부자(父子)는 ‘시간 여행’을 한다. 아버지는 디킨스의 소설을 읽기 위해, 아들은 여자 친구를 만들기 위해……. 시간 여행이라는 파괴적인 능력을 손에 쥐고도, 부자(父子)는 이처럼 소소한 일상을 되돌리고자 그들의 타임머신인 ‘장롱’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도 소박해서 당혹스럽기까지 한 두 남자의 시간 여행은, 가문의 비밀을 전수받은 팀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에 대해 꿈꾸기 마련이다. 영화 역시 여타 시간 여행 영화들처럼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행복을 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장대한 스케일이나 인간의 탐욕, 후회와 같은 요소들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시간 여행이 가지고 올 수 있는 긍정적인
의 주요 내용은 결혼에 환멸과 권태를 느낀 여자가 외도를 한 후 자살하게 되는 이야기다. 엠마는 낭만적인 연애를 하고 싶어 하고, 일상적인 삶을 견디지 못해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불륜이라는 소재는 그 당대에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을 수 있다. 그런데도 플로베르는 굉장히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플로베르가 엠마를 묘사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그에 대해서 평가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그저 독자의 몫으로둔다. 이미 문학이 도덕성이나 윤리적인 것을 넘어와서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플로베르는 그 전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형식, 그리고 새로운 문체를 만들어낸
머지않은 미래에는 대화가 필요 없을 지도 모른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봐도 괜찮을 수 있다. 영화 는 이와 같은 SF적 상상력을 가까운 미래의 지극히도 일상적인 순간에 담아낸다. 너무도 일상적이어서 인공지능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진 다는 허무맹랑한 설정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준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역설적이다. 주인공 시어도어(호아킨 피닉스)의 직업부터가 그렇다. 시어도어는 대필 작가이다. 존재하는 대상의 관계를 유지시켜 주기 위해‘가짜 감정’을 불러 일으켜 편지를 써주는 것이 바로 그의 직업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의 관계 유지에 있어서 실패한 인물이다. 여전히 전 부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