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과 욕설이 난무한다. 뺨 한 쪽을 내어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종종 의자가 날아오기도 한다. 그 중심에 선생과 제자로 정의 가능한 인물들이 있다. 영화 ‘위플래쉬’는 폭발 직전의 긴장감으로 중첩된 음악 영화이다.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주인공 간의 대립각을 분명하게 세운다.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스무 살 청년 앤드류(마일즈 텔러)와 최고의 교수 플레처(J.K.시몬스)를 주인공으로 선택하며 말이다. 두 인물이 겪게 되는 대립은 교수 플레처의 폭군과도 같은 면모에서부터 시작된다. 플레처는 최고의 드러머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스승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연주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비인격적 모욕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 ‘위플래쉬’는 본래 채찍질이라는 뜻을 지
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 ‘버 드맨’의 독주로 막을 내렸다. 영화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작품상, 감독상, 촬영 상,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인만큼 ‘버드 맨'은 채울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Birdman: 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라는 부제 그대로 영화는 버드맨과 Or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몰 한 무비 스타 리건과 마이클 키튼, 에디, 남자가 OR의 범주에 포함된다. 흥미 로운 점은 이들 모두가 주인공 리건(마 이클 키튼)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리건과 그의 OR들 모두는 과거의 ’사랑‘을 되찾고자 고군분투 한다. 본래 주인공 리건은 왕년의 히어로 무비 ‘버드맨’의 주인공이자 이제는 퇴물이 되어 버
오만과 편견은 처음 첫인상이라는 제명으로 출판의뢰를 했지만 거절당하고, 이후 원고를 다시 써서 오만과 편견이 되어 출판되었다고 한다. 이는 문창과 수업에서 들은 이야기다. 교수님께서 바람둥이에는 서사적 바람둥이와 서정적 바람둥이가 있다고 하셨다. 서사적 바람둥이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상대를 소유하려 하고, 서정적 바람둥이는 상대를 소유하려 하진 않지만, 상대에게 항상 자신의 이상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교수님은 사랑을 할 때나 소설을 쓸 때나 두 태도 모두 좋지 않다고 하시면서 서정과 서사를 적절히 섞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사랑을 할 때는 왜 그런지 가만히 생각해봤다. 결론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 사랑을 하는데 꼭 필요하기에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
영화 에는 두 가지 서사가 존재한다. 홀로 남은 소년 파이와 뱅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의 신비한 표류 이야기가 하나, 생존을 위해 살육을 벌이는 구명보트 속 네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영화의 또 다른 단면이다. 영화는 결말부에 이르기까지 끔찍한 생존의 서사를 숨겨둔다. 가히 시각 혁명에 가까운 CG들을 통해 파이의 환상적인 표류 이야기를 표현한다. 그러나 이 경이로운 표류 이야기는 생존한 파이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리차드 파커는 사라지고 어머니와 선원, 요리사, 그리고 파이만이 남는다. 아름다운 영상에 가려져 있던 의문들은 파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귀를 맞춰간다. 생존을 위한 잔혹한 사투, 그리고 기적과 같은 표류기. 관객들은 이 순간, 두 이야기를 놓고 파
책 표지에서 마주친 부제는 내게 궁금증을 남겼다. ‘어째서 실패가 성공보다 더 위대한것일까?’ 이러한 궁금증과 함께 펼쳐든 이 책을 마치 한편의 장편 영화를 보는 듯 몰입했다. 남극 항해의 생생한 사진들과 대원들의 일기를 정독하면서 소름이 계속 끼쳤다. 그 전율의 이유에서 궁금증에 대한 답이 풀렸다. 바로 결과보다는과정 속의 위대함이 있다는 것이었다. 1914년 8월, 영국의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은 27명의 다른 대원들과 함께 세계 최초로 남극대륙횡단에 나섰다. 그러나 목표지점을 몇 킬로미터 앞두고, 인듀어런스 호는 얼음들 사이에 갇혀버린다. 배는 곧 부서져버렸고, 28명은 이제 전원 생존이라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부빙위에 몸을 맡긴다. 육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식량
영화 (이하 ‘벤자민’)는 제목 그대로 시간을 역행하는 한 남자의 삶을 다룬다. , 등 비관 주의적 정서가 짙게 깔린 데이빗 핀처의 여타 작품들과 다르게, 이 영화는 80년의 시간이 촘촘하면서도 잔잔하게 담겨있다. 80세의 외모를 가진 아기,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은 탄생과 동시에 아버지에게 버림받게 된다. 양로원 현관 앞에 버려진 그는 노인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핀처는 이 특별한 능력을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아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로 둔갑시킨다. 12살이되어 60대 외형을 가진 벤자민과 6살의 소녀 데이지의 조우를 통해 말이다. 데이지와의 사랑 - 벤자민이 삶을 역주행하며 겪게 되는 일련의 사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감정은 어떤 것일까?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거짓된 마음은 언제나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감정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오만과 편견』이었다. 사람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사소한 오해로 시작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단지 19세기 연애 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두루 꿰뚫는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작품 중반까지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관계는 제목 그대로 오만과 편견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다아시의 갑작스런 청혼으로 이 둘의 관계는 180도 변하게 된다. 무엇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둘의 성격과 가치관이 송두리째 변하는 과정은 이 소설의 백미이다. 다아시
엄마(윤여정)와 딸 원주(정유미)는 모항의 한 펜션에 은신한다. 빚쟁이로부터 도망쳐 온 바닷가에서 영화학도인딸 원주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시나리오 세 편의 주인공은 모두 프랑스 여자 안느(이자벨 위페르). 영화는 이 세 편의 시나리오를 옴니버스 식으로 엮어내며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영화는 철저하게 안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첫번째 시나리오 속 안느는 잘나가는 영화감독으로, 두 번째는 불륜녀로, 종래에는 이혼당한 여자로 등장한다. 세 명의 안느는 이처럼 각기 다른 이유로 모항에 머무르며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 두 남자를 만나게 된다. 만삭의 아내를둔 펜션 주인(권해효) 그리고 해변에서 일하는 안전요원(유준상)이 바로 그 대상이다. 만남은 사소한 우연으로부터 시작된다. 등
나는 우리나라 전통 미술작품의 대부분을 강렬한 인상 없이 여백이 많고, 색감도 화려하지 않아 투박하다고만 생각해봤다. 그러나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묘사, 때론 과장되고 역동적인 장면, 호랑이 털을 한 가닥씩 섬세하게 그렸으며 심지어 거대한 병풍까지. 내가 모르는 한국의 아름다운 미술작품들은 정말 많았고 다양했다. 많은 과거의 기록은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아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사진과 같이 실사를 묘사할 방법이 없던 시절, 우리는 당 시대의 그림을 통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는 조선왕조의 민본주의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왕이 능행차를 할 때의 긴 행렬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여기에서 임금을 상대로 일반 국민이 꽹과리와 징을 치며 ‘격쟁’했다고 한다
극한의 현실과 마주한 인간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는 스페인 내전의 참혹한 역사 앞에서 현실 도피의 카드를 빼내어 든 소녀의 백일몽이다. 판타지와 동화를 표방했던 배급사 측의 마케팅과 달리 실제 영화는 잔혹한 영상들로 점철되어 있다. 스페인 내전 후 독재 정권의 레지스탕스 소탕이 바로 영화의 주된 배경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화적 요소가 되어야 할 소녀 오필리아의 세 가지 모험(시험)마저도 영화 속 현실의 알레고리로 쓰인다. 사실 얼마 나오지 않는 판타지적 요소이지만 ‘판의 미로’속 모험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비극성을 부각시킨다. 레지스탕스 무리 색출의 임무를 띤 가부장적인 새아버지 비달 대위와 만삭의 병약한 엄마 아래서 주인공 오필리아는 끊임없는 불안
이 책은 산업화와 기계에 열광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서 인도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간디가 꿈꾸는 미래의 인도의 모습을 설명해 놓은 책이다. 간디가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는 카스트 제도가 없는 사회, 수직적 구분은 없고 오직 수평적 구분만 있는 사회이다. 이 사회는 도시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집약적인 소규모 농업협동체로 경제적으로 자립하며 개인의 자유의 범위가 최대로 확대된 스와데시의 세계이다. 간디가 이 책에서 주로 사용하는 핵심 단어는 스와라지와 스와데시이다. 스와라지는 자기통치, 자기억제를 뜻하고 권위가 남용되었을 때 모두가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에 의해 실현 된다. 이는 대중들에게 권위를 규정하고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교육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스와데시는 우리
이랜드 홈에버 파업,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는 사건으로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한 때 대중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사회 문제를 상업 영화화하며, 영화는 잊힌 사건으로서가 아닌 그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영화는 선과 악으로 나눠지기 쉬운 소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입체적인 인물들을 내세운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성들을 ‘마트’로 집결시키며 말이다. 정규직 전환을 코앞에 두고 마트 해고 통지를 받은 주인공 선희(염정아),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 워킹맘 해미(문정희), 60대 청소부 할머니 순례(김영애)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넘어 비정규직의 보편적 애환을 담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파업’이라는 공통점 아래 마트로 집결한 평범한 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그가 전선에서 틈틈이 기록한 일종의 수상록이다. 후세에 와서 그것을 명상록이라 지었다. 수상록이란 그때그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적는 글이다. 그래서인지 서술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명상록』을 읽던 중 함정임의 단편소설 「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이 연상되었다. 함정임의 『기억의 고고학』은 유년시절의 기억을 흩날리듯 풀어헤친다. 기억의 조각을 연결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이러한 서술방식에서 동질감을 느낀 것인지 어느 순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남겨진 조각을 맞추고 있었다. 난해하고 모호한 문장들.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감정에서 기록되지 않은 부분을 그려보았다. 사방으로 흩어진 그의 인생에 질문을
가까운 미래, 세상은 엔지니어보다 농부를 더 필요로 한다. 지속된 대기오염과 식량난은 지구상의 인간이 손쓸 수 없는 정도. 지구를 대체해야 할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극한의 상황에 처한 인류를 위해 부성애로 가득 찬 아버지 쿠퍼(매튜 맥커너히)를 우주로 발사한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대표하는 현대물리학, 인류의 탐험정신, 그리고 과학을 초월한 절대가치인 사랑 - 그 중에서도 부성애를 축으로 인간이 꿈꿔왔던 상상 속의 세계를 스크린에 담는다. 시간과 인간 의식에 대한 깊은 성찰, 끝을 알 수 없는 놀라운 연출로 많은 사랑을 받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번에는 우주로 그 시선을 돌린다. 그의 영화 〈메멘토〉, 〈인셉션〉이 기억, 꿈과 같은 인간 의식의
라는 제목은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대를 말하는 거라 학력과 스펙에 집중해야 하는 우리 세대로선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제목이다. 처음엔 단순히 명문대 출신이 아니었던 저자가 구글에 입사할 수 있었던 비결을 다룬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무척 평범한 사람이고 그가 입사할 당시엔 ‘구글’이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다. 그 점이 저자가 IT관련 공부와 영어공부를 추천할 때 진실되게 다가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지 말기, 지금의 나를 인정하기,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기, 좌절하기 말기 등 저자가 소개하고 실천을 추천하는 내용들도 인상적이었다. 협업, 커뮤니케
평범해 보이는 매일이 성장을 이룬다. 반드시 그 순간들을 보내야만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의 이치다. 너무도 익숙해서 인식 조차할 수 없는 순간순간이 촘촘히 쌓여 자라온 길을 만들고, 인상을 결정짓기도 한다. 영화 는 이렇듯 평범한 소년기- 나의 것이 될 수도, 타인의 것이 될 수도 있는 시간들을 울림 있는 영상으로 담아낸다. 감독 링클레이터는 모두의 기억이 될 수 있는 ‘소년기’를 사실적으로 다루기 위해,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실제 소년,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의 여정을 촬영한다. 사실 같은 배우를 섭외해 12년 간 3~5일을 촬영하는 방식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나 극 영화에서 전례가 있는 기법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참신한 이유는 촬영 기법에 영화의 스토리를
빨리 읽는 것은 올바른 독서법이 아니라고 한다. 책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비들이 읽는 독서법을 예로 들었는데 그들은 여러 번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고 한다. 나아가 저자는 눈으로만 읽지 말고 필기하면서 읽으라고 강조했다. 이것을 초서 독서법이라 하는데 특히 독서 중 노트는 책 내용에 대해 작성하고 독서 후 단계에서 독서 중 노트를 토대로 다시 요약하는 점이다. 자신의 단어로 새롭게 창조하라는 것이다. 이같은 습관은 처음에는 책을 베끼는 느낌이 들지만 점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쉽게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일본인은 1년에 약 72권을, 중국인은 약 30권을 읽는 반면 우리는 1년에 약 10권을 읽는다고 한다. 지난겨울
올 7월 으로 첫 장편 실사 영화를 선보인 감독 실벵쇼메는 2D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더 친숙한 이름이다. 물론 국내에서는 ‘디즈니’, ‘지브리 스튜디오’와 같은 미국,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에 ‘실벵쇼메’의 이름이 낯설 수 있다. 화려한 색감과 스토리에 눈이 익숙해져 서정적인 저채도의 영상, 많지 않은 대사들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눈을 사로잡는 기발한 발상과 세련된 패러디를 통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프랑스식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열어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급격한 산업화의 부작용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프랑스 사회가 바로 의 공간적 배경이다. 감독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자전거’를 오브
개인적으로 참 역설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데 이유가 어딨겠나. 하지만 한편으론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 물어봤을 법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할까? 나 또한 그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때로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해서 그랬고 또 때로는 그 사랑이 지나간 다음이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참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었던 사랑은 시작도 끝도 항상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도 결국 어떤 답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책 속 주인공과 클로이의 얘기를 통해 나는 나를 많이 되돌아봤다. 처음에 사랑하기 시작하면 어떤 사람을 이상화시키고 그 이후 그 사람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론 점점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친숙감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암벽 사이로 떨어진다. 팔은 돌덩이에 짓눌려 움직일 수 없다. 수중에 지닌 물건이라고는 500ml 물 한 통, 언제 꺼질지 모르는 캠코더, 낡은 로프, 랜턴, 그리고 중국제 칼뿐이다. 설상가상으로 가족에게조차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상태. 지도에조차 표시되어 있지 않은 고립된 공간이다. 이 극한의 상황은 영화 의 단출한 서사이자 127시간 동안의 고립 끝에 협곡을 탈출한 아론 랠스턴의 실화이기도 하다. 실화, 그리고 127시간의 이야기를 영상화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한 편의 교훈적인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하기 충분하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리얼 감동스토리와 비슷한 종류의 것들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한 인물이 기적적으로 살아나기까지의 영웅적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