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자아란 무엇인가?’ 꽤나 심오하고 복잡하다. 혹은 지겹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자아’라는 이 한단어를 지금까지 수도 없이 들어 왔으며, 때론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심지어는 확립된 내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도 해왔다. 그런 당신에게 다른 질문 하나를 던진다. ‘당신은 자아라는 당신의 마음이 소리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사는가?’ 글을 쓰며 필자가 독자에게 던진 질문인 동시에 필자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껏 걸어온 삶이 목표로 하는 그 꿈을 우리는 포기하진 않았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현
‘살인자의 기억법’의 주인공 ‘병수’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다. 동시에 그는 살인마다. 기억을 잃어가는 살인마 병수는 자신의 기억을 메모로 적어두거나, 녹음해둔다. 하지만 자신이 무슨 의미로 그런 메모를 적었는지, 왜 그러한 녹음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그의 잊혀가는 기억 속에서도 그의 딸 ‘은희’는 선명하게 기억된다. 일찍이 아내를 보낸 병수는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은희를 그 누구보다 아끼며 살아간다. 이런 그의 삶에 큰 위기가 찾아온다. 은희가 자신과 결혼할 사람이라며 데려온 남자가 며칠 전에 교통사고로 엮인 또 다른
이 책은 충격적인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로 시작한다. 소설 은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이들도 첫문장을 꽤 많이 알고 있는, 널리 알려진 고전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고, 앞으로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프랑스인 ‘뫼르소’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장례 때 어머니의 시신 주변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러다 얼마 뒤 그는 이웃집 사람 ‘레몽’의 부탁을 들어주고, 이후 어떤 남자 형제와 엮이게 된다. 며칠 후에 그는 남자 형제 중 한 명인 아랍인을 권총으로
9월쯤 나는 내 친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이를 친오빠에게 알릴 때 ‘수치스럽다’는 말을 인용했다. 오빠는 왜 내가 ‘수치’스러운 느낌을 느끼냐며 어떤 책을 제본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라는 책의 한 부분인, ‘이 여자들을 보라’라는 제목을 가진 에세이 형식의 글이었다. 나는 ‘왜 내가 느낀 수치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글을 읽어나갔고, 노골적이지만 속 시원한 마음을 느끼게 해준 부분을 꼽아 이야기하고 싶다. ‘강간 따위는 아무것도 아냐!’라고 이야기하는 ‘비르지
, 과 함께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는 . 하지만 ‘멋진 신세계’는 다른 디스토피아 소설들과 사뭇 다른 점이 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이 행복하다는 점이다. 숨 막히는 감시에 의해 어떠한 자유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멋진 신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유롭고 사회불안을 느끼지도 않으며 ‘소마’라는 마약을 통해 언제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감히 우리가 과연 ‘디스토피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이 행복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 행
소설 속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평생을 엉망이 된 채로 살아갈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그들은 우리의 동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간에 우리는 내일을 살아가야 하고, 거친 세상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던 누군가는 내 옆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영우’가 물장구치던 욕조는 그대로 남아있고, ‘도경’의 머리 자국으로 움푹 들어간 베개 또한 여전히 침대 위에 놓여 있다. 김애란의 글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종종 누군가의 실제 경험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말 그대로 수용소의 하루를 그린 소설이다. 한 겨울의 수용소는 가혹하다. 성애가 손가락 두 마디만큼 끼고 밥은 저질 빵과 수프 하나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야외의 작업장에서 일해야 하며 간수에게 잘못 걸리면 죽을 수도 있는 곳이다. “이런 제기랄, 겨우 27.5도밖에 안 돼” 그러나 가혹한 조건 속에서도 사람들은 영하 27.5도를 “겨우”라고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극한 상황에서 이들을 지탱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래를 기준으로 수용소의 인물을 나누자면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미
책 제목만 읽고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가족이 있고, 가족에 속해 있으며 그 안에서 상처를 주고받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족은 우리에게 가장 큰 위안이자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얘기하면 쉽게 넘어갈 일도 가족이 말한다면 우리가 성장해서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 한 켠에 응어리가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가장 가까이 지내다보니 장점과 단점까지 적나라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무심결에 뱉는 한마디 혹은 상처를 주기 위해 제일 싫어하는
30명 이상 모인 집단에는 생일이 같은 사람이 꼭 한 쌍 이상 포함된다는 재미있는 통계를 들은 적 있다. 이처럼 통계에는 자연스럽게 일종의 규칙이 도출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들은 멈춰있는 과녁을 맞히는 경우 였다. 저자 네이트 실버에 따르면 정치, 경제, 날씨 등 현대 사회에 적용되는 통계는 일종의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성적 예측 시스템으로 큰 돈을 번 저자는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치 예측 블로그를 개설했다. 미국 2008년 대선과 총선 그리고 오바마의 승리를
현진건의 단편소설 ‘불’은 하층민의 관점에서 암울한 현실과 고통받는 그들의 삶을 사실주의적 기법으로 보여주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은 1922년으로, 일본의 억압적인 지배로 고통받는 시대인 일제강점기였다. 주인공 ‘순이’의 나이는 15살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였으나 순이는 당시의 초혼이라는 풍습 때문에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게 되었다. 시집온 지 한 달 남짓이 되어가던 날 순이는 남편의 억압적인 성관계를 피해 헛간으로 달아나 잠이 들었고 다음날 가위눌림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원수의 방에서 깨어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작가가
공정무역에 대해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다. 내가 구입하는 제품들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커피를 재배하며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책으로 상상하며 몰입해서 읽으니 더욱 와닿았다.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행이라는 직접적인 경험이 자신을 더욱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의지력이 바닥이라 잠시 여행을 떠났는데 거기서 자신보다 못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 되려 자신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광경을 본다 생각해보자. 그 광
“나는 마치 상처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책은 저자 박완서 본인의 일대기가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 전쟁까지 시대적 바탕으로 둔 이야기지만 독립 투사적인 모습이나 일제에 항거하는 모습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 시대에 살았던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솔직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일반 가정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인물의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서 시
이번 중간고사도 벼락치기로 공부했다. 3학년이 된 지금까지 나는 언제나 벼락치기였다. 매번 피곤함에 젖으며, 다음부터는 꼭 평소에 미리 공부해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다짐은 다짐으로 끝났다. 일의 기한이 다가올 때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스트레스는 우리가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해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집중력과 스피드를 발휘하게 해준다. 벼락치기로 늘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기 때문에 벼락치기를 끊지 못한다. 그래서 나의 대학생활에는 여유가 없다. 고질적인 벼락치기 습관을 고치기 위해 『오늘 또 일을 미루고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는 책 를 통해 여성의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전쟁에 참가한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전쟁 후 그들은 남성들과 다른 대우를 받았다. 남성들은 전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환영 받고 영웅 취급을 받았지만, 여성들은 결혼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그들이 전쟁에 나갔다는 사실 자체를 숨겨야만 했다. 그렇게 전쟁은 남성들만의 소유가 되어 여성들의 전쟁은 잊혀졌
2020년 미국을 넘어서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거대한 성장을 가능케 한 요소들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중국이 가진 힘의 원천, 즉 내수시장이다. 이 책에서 한 가지 눈여겨 본 것은 기업 ‘샤오미’의 사례이다. 중국의 ‘샤오미’는 일명 ‘짝퉁기업’에서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는 제품’ 이란 질이 좋으며 가격은 저렴한 제품이다. 실제로 샤오미의 제품은 꽤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
최근 한국사회에서 ‘성性’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다. 성별 간의 대립을 비롯하여 성폭력, 성 상품화 등에 관한 문제가 그 대상들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류를 적절히 이해하고 고찰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그동안의 ‘성 담론’이 어떤 식으로 이어져 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성’에 대한 것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동물적 본성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것은 은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 사적인 것, 부끄러운 것 등의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조르주 바타유’에 따르면 인간의 ‘성’을 탐닉하는 성질인 ‘에로티시즘’은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척도이다.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성을 ‘인지’하고 성 그 자체를 탐닉하며, 유한적인 인간 존재가 연속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진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첫 장을 넘겨보니 바로 이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돈으로 살 수 없었지만, 오늘날에 와서 돈으로 살 수 있게 된 것들을 비판하는 책이었다. 현대사회는 소위 ‘물질 만능주의’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예를 들면, 줄서기 같은 경우 예전에는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먼저 온 순서대로 줄을 섰다. 하지만 요즘은 돈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처럼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먼저 서 있던 사람의 자리를 돈으로 사버린다. 여기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돈이 많은 자는 돈이 없는 자보
이 책의 저자인 윤후명 작가는 원래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사람이다. 그런 작가의 특성 때문인지 아님 작가의 의도였는지 이 책의 서사성은 약하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은 40대의 이혼남이다. 일상을 살아가던 중, 대학교 시절 사귀었던 여성 ‘류’가 불쑥 아파트로 찾아온다. 류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이후 주인공은 류와 협궤열차를 타고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 소설은 이야기를 진행하며 그 곁가지를 끊임없이, 산발적으로 쳐나간다. 하나로 정리될 수 없는 줄거리를 가진 이 책을 읽으며, 이같이 서사성이 약한 것도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소설이라고 하면 당연히 그 구성요소인 서사성이 돋보여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이 책을
책을 읽고 눈물 흘려 본 적이 언제였던가. 학점 챙기고 학교생활 하기에도 빠듯해 최근 읽었던 책이라고는 교양 과제 책이 전부였다. 어느 날 서점에서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에 끌려 책을 구입했었다. 작가는 책 제목의 의미에 대해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라 말했다. 소설 수록작 중 [입동]이란 작품 속 주인공은 아이를 잃고 차가운 겨울처럼 내면이 얼어붙는다. 그리고 소설 속 다른 수록작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에서는 강아지를 잃은 아이와 연인을 잃은 여자 등 무언가를 잃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그들은 아픔에 붙들려 구 속 얼어붙은 겨울 안에서 시간의 흐름이 멈춰 있다. 주인공들의 슬픔만큼은 아닐 지 몰라도, 우리는 누
서지현 검사의 고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한창이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미투는 항상 있었지만 주류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이다. 일상을 살면서도 내 앞에 놓인 선택지들을 고르기 바빠서 이것이 어떤 구조를 통해서 내 눈앞에 있는지 잊기 마련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 구조인 경제학에 대해 간단하게 배우지만 기억나는 것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정도이다. 바로 그 ‘애덤 스미스’는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욕구가 교환을 통해서 충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가 빼먹은 것이 있었다. 그가 연구를 하면서도 밥을 먹고 입고 잘 수 있게 한 어머니의 ‘돌봄노동’이다. 경제학은 시작될 때부터 여성의 노동은 포함되지 않았다. 1950년대 들어서 시카고 학파의 ‘게리 베커’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