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마지막 밤에, 그 눈이 오기 전 날눈썹 위에는 그대 손톱처럼 닳은 달이 허옇게 멀뚱하고밤하늘에 걸린 듯이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다바래질 만큼 추운 밤,날이 시어지면은 어쩐지 옥수수 생각이 난다알알이 떼어낸 찐 옥수수를 한입에 털어 먹이곤 했던어린 손주를 대하던 흰 구불머리의 당신이 생각난다그 아침엔, 그 흰 머리칼 같은 눈이 굵게도 내렸다어느 샌가 머리도 볶을 수 없었던 당신의, 닳은 손등이 영 굳어진 날삭풍이면 불어 마시던 국화차를 이제는 누가 끓여줄 텐지속이 쓰리다던 믹스커피를 훌쩍 마실 만큼 나는 자랐는데,더해갈 나의 겨울에 당신 앉은 조그마한 자리가 늘어지듯 걸렸다
1928년 4월의 어느날 이른 아침, 약관 25세의 젊디 젊은 교수가 평양역에 도착했다. 일본 유학을 마치자마자 귀국한 이 젊은이는 긴장한 모습을 애써 감추며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마중 나온 학생들의 눈을 맞바라보았다. 바로 숭실대학 문학 담당 교수로 부임하는 양주동이다.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영문학과 졸업과 동시에 문단에서의 명성에 힘입어 선배의 추천으로 숭실대학에 부임한 것이다. 양주동은 숭실대학 교수 추천을 받았을 때 몇 가지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다. 신앙 문제와 술, 담배 문제가 그것이다. 아직 젊은 객기와 허세로 밤낮 시를 읊조리며 연애를 동경하고 도쿄에서 ‘주당의 거물’로 소문난 그에게 술, 담배를 일절 엄금하고 계율이 엄중하기로 소문난 장로교단 경영의 학교로 부임하는 것은 마음에
스웨덴의 예테보리에서 덴마크의 프레드릭스하운으로 가는 여객선 위에 있다. 여객선 안에 면세점이 없었다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배 안의 식당에서 독일어 같기도 하고 러시아어 같기도 한 스칸디나비안 언어들이 마구 섞여 날아다닌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개국 사람들은 서로의 언어를 반 이상씩 알아듣는다니 ‘언어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3개 외국어를 기본적으로 먹고 들어가는 셈이 된다. 북해의 찬바람을 갑판 위에서 느꼈나 싶더니 벌써 프레드릭스하운 항구에 도착했다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후진국과 선진국의 차이는 불안감의 정도라고 생각한다. 후진국에서는 어느 곳에 있어도 무슨 일을 당할지 걱정하게 되는데, 선진국에서는 어디에서도 그런
(지난 호에 이어) 앞서 방어 기제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였다. 이제 대표적인 방어 기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방어 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기제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방어 기제들 중 여러분이 사용하는 방어기제를 살펴보기 바란다. ✓ 투사(projection): 자기 안의 두려움, 분노, 수치심을 다른 사람이 그러한 것처럼 돌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친구에게 화가 났는데, 그에 대한 죄의식이 동반되고 불편하다면 오히려 친구에게 왜 화가 났냐고 묻는 행동을 할 수 있다. ✓ 주지화(intellectualization): 자신의 부족함이나 열등감을 느낄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현학적인 어휘와 철학적 논리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된 핼러윈데이는 일종의 축제적 성격을 띤 기념일로 자리잡은 듯하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핼러윈데이를 따로 챙겨 기념하는 이들을 향해 색안경을 끼고 부정적인 의견과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 핼러윈데이는 우리가 소비하는 대중문화에 깊이 들어와 비교적 친숙한 느낌을 가진다. 본래 핼러윈데이는 어린이가 귀신 복장 등을 하고 이웃을 방문해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군것질거리를 받는 날이지만, 우리나라의 핼러윈은 주로 20대 젊은이들이 주역이 되어 파티를 즐기는 날이라는 것이 대중적인 인식이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 주말은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클럽이나 행사장 등으로 이동하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핼러윈데이는 기본적으로 귀신 분장을
이번 가을은 유난히 겨울 못지않게 추운 것 같다. 옷장 앞에 서면, 가을옷을 꺼내 입어야 할지 겨울옷을 꺼내 입어야 할지 한참 고민이 된다. 숭실의 여느 평범한 학생들과는 달리 패션피플들은 어떻게 옷을 입고 등교할까? Soongsil Fashion Week 2016에서 그들의 패션 스타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맹현(경제·16) 군 1. 평소에 어떤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으시나요?포인트 줄 수 있는 재킷, 아우터를 선호해요. 2. 옷은 주로 어디서 구매하시나요?주로 잠실, 강남에서 사는 것 같아요. 3. 좋아하는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있나요?유명 브랜드는 옷이 겹칠까 봐 피하는 편이고 어떤 브랜드이든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드
“저는 목회하면서 늘 마음에 가진 생각이 있었습니다. 예수님 다음으로 두려운 대상은 평신도라고 하는 생각 말입니다.” 상기의 글은 사랑의 교회 담임목사이셨던 고 옥한흠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의 한 구절이다. 2004년에 『성경속의 경제학』이란 졸저를 우편으로 보내드렸는데, 감사하다는 이메일을 바로 보내주셨다. 평소에도 개인적으로 존경하던 분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옥 목사님은 나의 멘토가 되었다. 명성 때문에 멘토로 모신 게 아니고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겸손함에 반해서였다.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그분의 설교와 언행일치가 내겐 존경과 도전이 되곤 하였다. 돌이켜 보면 내게는 몇 분의 멘토가 있는데, 내게 옥 목사님은 특이한 멘토이시다. 그분의 이
잠자고 있는 학습능률과 삶의 만족도를 올릴 기회! 오는 9일(수) 오후 5시 본교 벤처관 101호에서 미래 HRD 연구원 이하나 본부장이 학습법 특강을 진행한다. 긍정적 학습 분위기를 형성하고 스스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주는 방법 및 부정적 경험을 뛰어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오는 8일(화) 오후 4시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방법은 U-saint 로그인→학생생활/상담→ 학습법 특강 신청에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교육개발센터(02-828-7136)에 문의하면 된다. 동계방학, 레지던스홀에 입사하세요! 오늘 7일(월)부터 오는 13일(일) 오후 5시까지 학부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2016학년도 동계방학 레지던스홀 입사 신청을 받는다. 신청은
1905년 서울 배재고보 운동장에 소나무 기둥을 깎은 골대가 세워졌다. 그리고 축구경기를 갖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축구대회는 1921년 조선체육회와 평양기독청년회가 각각 주관하여 개최한 전조선축구대회가 처음이다. 첫 대회는 경기규칙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터라 대진표 없이 제비뽑기로 상대팀을 가렸고 심판의 경기운영에도 미숙함이 많았다. 조선체육회 주최 청년단 준결승전 숭실구락부와 배재구락부의 경기는 심판 판정 시비로 양 진영의 편싸움이 일어나 결국 우승팀을 가리지 못했고, 평양기독청년회 주최 청년단 준결승전 숭실대학과 천도교청년회의 경기 역시 심판에 대한 거친 항의와 분쟁이 일어 경기가 중단되고 말았다. 숭실대학이 전국대회에서 거둔 첫 우승은 1923년 평양기독청년회 주최 제3회 전조선축구대
“당신이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한다면 머리에 꽃 장식을 한 온화한 사람들을 만날 것입니다. 거리에서는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의 회합(會合)이 열리니 당신도 머리에 꽃 장식을 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스콧 매켄지의 노래 ‘San Francisco’는 중·고등학교 때 뜻도 잘 모르면서 흥얼거리던 팝송 중 하나였다. 그러나 노래의 멜로디는 최루가스가 난무하던 1980년대 한국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신세계가 샌프란시스코에 펼쳐져 있음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왠지 무한한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로마 올림픽에서 우승한 무하마드 알리는 인종 차별에 항의하며 그에게 수여된 금메달을 강물에 던져버리고, 얼마 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이 그의 노래 ‘Blowing in the
이제 중간고사 기간도 지나고, 학기 중후반을 넘어 달리고 있다. 지금 여러분들의 일상은 어떠한가? 뭔가 엄청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칫 중요한 일정을 놓치거나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수업 시간에 늦거나, 시험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여 아쉬운 성적을 받게 되는 등의 일들이 생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완벽한 존재가 아니므로, 당연히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안 나오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실수’와 ‘놓침’ 이후의 자신의 반응이 어느 특정한 형태로 자신의 삶 속에서 반복된다면,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한번 기울여 보자. 우리에게 신체적 면역반응이 있듯이, 우리의 마음에도 무언가 상처받고 괴로운 상태가 되거나 불안을 통제하기 곤란할 때에 우리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무
지난 3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승부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대 인간’의 대결이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은 새로운 법적 쟁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대국 이후 알파고의 ‘기보(棋譜)’는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느냐가 논란이 되었다. 기보란 바둑에서 두는 수의 순서와 형태의 기록이다. 바둑 교재나 게임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재산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한국기원에 의하면 ‘바둑기사가 땀 흘려 이룩한 기풍이나 철학이 들어가 있으며, 창의성이 발현된 저작물’이다. 바둑의 세계에서 ‘기보’는 상대의 역량과 기풍을 가늠해 볼 수도 있고, 향후 자기가 두게 될 바둑에 참고할 수 있는 간접 경험 데이터이기도 하다. 허나 국내외 현행법
1929년 11월 시작된 광주학생항일운동은 이듬해 3월까지 전국으로 확대되어 5만명이 넘는 학생들이참여한 대규모의 항일운동이다. 학생들은 ‘일본 제국주의 타도’ ,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숭실대학의 재학생 역시 학생운동에 참여하여 평양 지역의 만세운동을 주도하였다. 1929년 12월 14일 시험에 불응하고 백지 답안을 제출하며 동맹휴교에 돌입하였고 곧이어 4학년을 중심으로 궐기하였다. 1930년 1월 12일에는 평양 각 학교의 재학생 1,600여명이 만세 시위에 참여하였고 이어서 1월 21일 숭실대학을 필두로 시내 12개 학교가 만세를 부르면서 가두 행진을 전개하였다. 평남 학무국에서는 이들 학교에 휴교령을 내리고 학교와 시내 각처에 경관을 배치하여 학생들
터키 이스탄불에서 오전 10시에 탄 버스가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즈음 국경을 통과하여 그리스 알렉산드로폴리스에 도착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국경은 언어와 문화, 인종과 종교, 그리고 사람들의 성향마저 구분짓는 경계선이다. 터키에서는 형제의 나라에서 왔다며 가는 곳마다 악수를 청했는데, 국경도시인 이곳에서는 동아시아에서 온 사람을 신기한 듯 쳐다볼 뿐이다. 식당에서는 일흔이 족히 넘어 보이는 노인이 나에게 와서 젓가락 쓰는 법을 가르쳐 달라며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한다. 지금이야 그럴 리 없겠지만 23년 전에 벌어졌던 유쾌한 에피소드였다. 알고 보니 노인은 그 식당의 주인이었고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쳐 준 대가로 음식 값을 받지 않았다. 인심 좋은 도시는 여행자의 발을 묶어 다음날 데살로니카행 기차
그 한낮에 비가 내린다더러는 모른 채 젖어가고가만히 선 그림자만이 몸을 떨고 있다어딘가 온기가 남아 있는 까닭은불어오는 바람이 귓바퀴에 휘파람처럼 스며든 탓이다그 바람에 어제의,그리고 조금 더 어제의 네가 있을 까닭이다그 한낮에 비가 내린다길어진 해의 끝에 불콰하여 술집 문을 나서도록 하는 것은미닫이문을 비껴 열고 담배를 피우던 길가의,어느 귀퉁이의 조악한 나무의자에 네가 앉아 있던 까닭이다어쩌면 모른 채 젖어 있던 너였는지,너의 그림자였는지 상기하며목소리는 잃고 고개만 주억거리기 위함이다뵈지도 않는 그 물방울에겉이 닳아 맨들맨들할 수첩의 속마저 젖고눌러쓴 잉크가 울컥 번져간다전할 수 없는 글귀들이 형태를 잃고나조차 잊어 쉬이 읊을 수 없는데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베스트셀러 소설 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향기를 구분하고 판별하는 재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 인물이다. ‘향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재능에 힘입어 그루누이는 인기 향수의 향기를 그대로 재현함은 물론, 자기 임의로 향을 추가해 더 훌륭한 향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루누이의 향수는 다른 향수 제조자들이 만들어 낸 그 어떤 향수보다 더 큰 인기를 끌게 되고 그루누이(엄밀히 말하면 그루누이의 고용주)는 부와 명성을 얻는다. 이를 현대 저작권법의 관점으로 봤을 때 그루누이가 저작권법을 침해한 게 아닌지, 향수는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향수는 조향사가 자신의 감각과 연구를 기반으로 합성한 것이니만큼 당연히 저작물로 인정될 것 같지만 현재까지 향기를 카피한 경우는 불법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일(목)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립대 무상등록금 추진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을 시행한 지 4년이 지났고 이제 대학의 온전한 무상교육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미 대학 등록금이 없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가”라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전면 무상등록금의 좋은 의도는 알겠으나 의도와 다르게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토론하고 진지하게 생각한 뒤 시행했으면 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10일(월) 박 시장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서는 무상등록금에 대한 논의와 함께 기숙사 증축, 교육환경 개선 등의 사안이 논의됐다. 서울시립대 원윤희 총장은 “서울시립
지난달 20일(화) 동국대 A 교수가 여자 졸업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됐다. 동국대 A 교수는 지난해 11월 서울의 한 주점에서 여자 졸업생을 성추행하고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후 경찰에 A 교수를 고소했으며 “교수가 지위와 영향력을 무기로 강제 추행했다”라고 진술했다. 이에 A 교수는 “서로 눈 크기를 비교하는 등 장난을 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동국대는 지난 11일(화) “학교 정관에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검찰로부터 공소장이 도착해 이사회에 A 교수의 직위해제를 요청했다”라고 발표했다. 한편 A 교수의 성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