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있어서 당연한 존재가 사라지는 일이 있다. 그 당연함은 엄마처럼 친숙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공기처럼 항상 내 옆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먼 과거부터 얼마 전까지 어느 장소에만 들르면 볼 수 있거나, 맛볼 수 있는 그런 것. 그곳에 다시 방문할 때,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던 그 어떤 것이 돌연히, 어떤 징조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따금씩. 정말로 간혹. 그러한 소실(消失) 덕에 떠오르는 것은, 그 없어진 무언가를 함께 누렸던 어떤 이다. 어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일지도 모르는 그는 과거처럼 터무니없게 일상적인 얼굴을 들이밀며, 공상 속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또 그렇게 공상 속에 자리 잡다가, 계속해서 떠올리다가, 그에 대해 생각하다가, 우연의 우연으로, 아무도
2017.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