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빠르게 확산돼 우리나라 정계, 스포츠계, 연예계 곳곳에 숨어있던 성범죄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힘입어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친족 간의 성범죄 피해를 고발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가장 가까운’ 친족 간 발생한 성범죄 피해에 대한 미투 운동이 ‘가장 늦게’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은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친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줄곧 ‘너만 입다물면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아왔기 때
세상에는 비장애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장애인도 있다. 두 문장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 무게와 울림이 다르다. 두 문장은 다양하게 변용될 수 있다. 가령 이런 방식이다. 세상의 절반은 남성이다. 그러나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것은 이성애자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성 소수자도 있다. 미흡한 수어 통역을 제외하더라도, 대비되는 두 문장을 대하는 태도에서 방송 콘텐츠는 얼마나 윤리적일까. 지난 3일(목) 제54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인 송은이가 TV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26년 만에 백상예술대상에
지난 16일(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많은 모습들이 있었다. 그러나 당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인기를 얻은 게시물들은 달랐다.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 “공감하지 못하겠다.” “세월호는 추모하면서 천안함 사건 같은 다른 사고들은 왜 추모하지 않느냐?”, “고작 수학여행 가다가 애들 죽은 거로 왜 이렇게 유난이냐”, “배타고 놀러가다 죽은 애들이 나라 지키다 죽은 군인보다 소중한 거냐?”라는 등 익명의 가면 속에서는 실제 사회와 달리 많은 비난이 이어졌다. 사설을 통해 “정치적인 이용은 할 만큼 하지
전대 경제학과 학생회(이하 전대 경제학과)가 이번 하반기 재감사를 통해 △경고 30회 △주의 47회 △3,528,770원의 피해보상청구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대 경제학과는 경제학과 학생들의 투표로 당선됐다. 그러한 전대 경제학과의 감사 결과에 경제학과 학생들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경제학과 학생회가 학생들의 믿음을 저버렸다”며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전대 경제학과는 거래명세서와 간이영수증 등 감사 자료를 일부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각종 감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학생회비를 개인 계좌로 옮겨 행
‘보이루’, ‘앙 기모띠’ 같은 단어들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이것들은 1인 방송에서 특정 진행자들이 유행시킨 단어들이다. 1인 방송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이를 보는 시청자 또한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1인 방송은 일반 방송보다 더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여성 비하적인 콘텐츠들도 무차별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1인 방송의 파급력이 커지는 이 시대에서 진행자들은 자신의 언행을 하나하나 검열할 필요가 있다. 1인 방송이 가진 폭력성은 우리 사회를 끊임없이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여성 비하적인 유행어들을 만들고, 폭력적인 방송을 하는 진행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1인 방송사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폭력에 둔감해져가는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듯 보인다.
지난 21일(수) 바이올리니스트 해나리 씨가 문화채플을 진행하던 중 단상 위로 올라온 학생군사교육단(ROTC) 학생에게 “Are you ‘군바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군바리’는 군인을 낮춰 부르는 말로 정의돼있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을 보낸 해나리 씨에게 군바리라는 단어는 비하의 목적이 없는 단순한 농담이었을지 모르나, 이를 들은 일부 재학생들은 “무례한 발언이다”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군바리, 그 유래도 분명하지 않은 단어는 어떻게 우리 속에서 비하의 의도로 쓰인 것일까.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장소원 교수는 이에 대해 “군사정권 등 역사적으로 군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군인을 얕잡아 부르는 군바리라는 표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회 구성원들은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 즉 사회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사람과 부합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사회적인’ 사람은 주변의 인정을 받으며 사회에서 그 지위를 공고히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사회에서 배제당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힘을 지닌 강자와 그렇지 않은 약자가 나타난다. 그런데 힘을 가지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약자를 억압하지는 않는가? 사실 자신이 힘을 가졌는지, 그 힘으로 약자를 억누르지는 않는지 판단하긴 어렵다. 개인은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는 다양한 가치를 중시하므로 개인은 자신이 그 가치에 부합해 힘을 갖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파악하고 약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약자에 대한 이해가
지난 5일(월) 수행비서에 의해 안희정 전 충청남도 도지사의 성폭력이 폭로되면서 큰 충격이 일고 있다. 안 전 지사가 그간 민주주의와 인권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크지만, 안 전 지사가 진보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였기 때문에 “진보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반응도 있다. 이는 ‘#MeToo’ 해시태그 운동(이하 ‘미투 운동’)의 흐름에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여성에게 조국은 없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미투 운동’이 처음 시작됐을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미투 운동이)나를 포함한 야당을 노린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송인 김어준은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고 표현했다. 온
지난 2월, ‘자연과학대학 부학생회장 사퇴’ 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자연과학대학(이하 자연대) 학생회 ‘Stand-By’ 소속 전민영(정보통계·13) 부학생회장이 ROTC 발령으로 돌연 사퇴해 학생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유예가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문제다” 며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고 많은 학생들의 동조를 얻기도 했다. 과연 자연대 부학생회장의 사퇴가 단순히 ‘실수’로 치부될 수 있을까? 전 부학생회장은 경위서를 통해 “객관적 기준이 아닌 평가단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유예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했다. 이를 보아 전 부학생회장은 유예 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고독사하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고독사는 주변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죽음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고독사는 정부의 사망자 통계 분류에 들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대개 무연고 사망자 수를 집계하여 추정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4년: 914명 △2015년: 1245명 △2016년: 1232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682명이었던 것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에 고독사의 원인인 사회적 고립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비전통적인 가족 구성을 인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 맥락에서 제기된 법안이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 청원에 등록된 동반자 등록법이다. 동반자 등록법 청원은 지난 19일(일) 목표 참여자 5
최근 여성들의 인권 신장 운동이 눈에 띤다. 당장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페미니즘 관련 용어들이 이를 예증한다. 반면 여성들의 인권이 낮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이들도 볼 수 있다. 본 기자는 이들의 이견 중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과연 상호 간 온전한 이해가 이루어진 채로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가? 긍정하기 쉽지 않지만 어떤 갈등이 일어나건 염두에 두어야 하는 질문이다. 이해가 없으면 혐오로 이어지고, 혐오로 이어진다면 진전 없이 상처만을 남기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성 간 다툼’을 보자면 양 측 모두 귀를 막는 것에 더 적극적인 것처럼 보인다. 서로가 본인의 피해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고 상대방의 가해 동기에 대해서는 크게 주
최근 식당이나 카페 등 공공시설에서 영·유아 및 아동과 함께 온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업장 내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실내 제품 및 인테리어를 훼손시키는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의 행위로부터 나타났다. 즉,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아이를 위해 비상식적인 행태를 일삼는 부모들로 인해 해당 업소와 이용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대립은 첨예하다.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입장에선 해당 업장을 노키즈존으로 설정하는 것은 업주의 자유로운 권리라고 주장한 반면 이를 반대하는 입장에선 노키즈존은 명백한 아동 차별이며, 소수의 비상식적인 부모로 인해 다수의 부모들 이 피해를 받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고 역
종종 사회에서 일어나는 상호 간의 의견 다툼은 한 쪽이 잘못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만약 그러한 의견 다툼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양측의 주장과 근거를 모두 들어보아야 한다. 한 세기 전부터 양측의 주장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안건이 있다. 바로 ‘낙태’라는 사안이다. 지난 9월 약 23만 명의 시민들이 낙태죄 폐지를 청원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여성들과 태아의 인권 등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하다. 이에 본 기자는 역시 양 측의 주장을 모두 고려해보았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옳거나 잘못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측의 근거는 태아가 여성의 자궁 안에서 성장하므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영역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아픔이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그 개념에 대해 알고 있으며 때때로 타인의 것을 공감할 수 있는 감각이란 점에서 누구나 어떠한 형태로든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만한 것이다. 4차 산업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현대에서 그러한 아픔은 육체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 이상 먼 과거처럼 사냥을 나가다 다칠 필요도 없으며, 근대에 그랬던 것처럼 공장에서 장시간 근무를 해 몸을 망칠 일도 없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정신 질환은 감기만큼 익숙한 것이 됐다. 이는 본교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본지가 조사한 결과 본교생들이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이유에서 점점 자신의 정서(불안, 우울 등)에 관한 상담을 받기 위한 횟수가 늘고 있었다. 상담센터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
대학가의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6학년도 졸업생 중 90점 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은 △서울대: 64.2% △포항공대: 62.3% △한국외대: 55.5% △한양대: 54.5% △이화여대: 54.5% 순으로 많았다. 90점 이상의 학점을 받은 전국 대학 졸업생이 34.9%인 것을 감안하면 위 대학들의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서울대 외교학전공학과의 2016학년도 졸업생 전원이 90점 이상의 학점을 받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처럼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도 학점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학점의 가치 하락은 학점이 신뢰도와 변별력을 잃어버린다는 말과 같다. 그러므로 대학가의 학점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
최근 유기견 문제 해결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후원 등이 증가하면서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동물 보호 관리 시스템에 공시된 정보에 따르면 작년에 유기되거나 유실 상태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약 8만9천732마리다. 이 숫자는 유실‧유기 상태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의 수에 불과해 발견되지 못한 유기동물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4년도 정부는 3개월 이상 된 반려동물을 의무적으로 시·군·구청에 등록하도록 하는 ‘동물등록제’를 시행했다.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효율적으로 찾아주고, 의도적 유기를 방지하고 적발하기 위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둔 본교는 여느 때보다 비상이다.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전국의 대학을 모아 평가했던 1주기 평가와 달리 2주기 평가를 ‘권역별’로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본교의 정량지표 점수는 수도권 대학 내에서 매우 열악한 수준에 있어 학교 본부는 하루빨리 정량지표 점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먼저 학교 본부는 대대적으로 학사제도를 변경해 여러 정량지표를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학교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학사제도 변경은 예산을 과도하게 투입하지 않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학생의 입장을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오히려 학교가 처한 상황을 두둔하고 학사제도를 변경하려는 학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달 31일(수)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숭실대는 교양필수 과목 몇 가지만 없애면 학생들의 만족도가 훨씬 올라갈 것”이라고 추측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많은 학생들의 동조를 얻었으며, 그곳에는 채플 및 타 교양 과목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에 더해 학생서비스팀이 시행한 학생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교양 과목에 대한 만족도 수준은 최하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보아 본교생들은 본교의 교양필수 과목들에 대해 다소 불만을 가진 듯하다. 그러나 본 기자는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먼저 학생들은 교양필수 과목이 무엇인지, 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교양필수 과목이란 숭실의 정신과 가치관을 가르치는 수업이다. 이는 교양필수 과목 자체가 본교의 정체성을 드러낸
숭실(崇實). 본교의 자랑스러운 이름은 직역하면 열매를 받든다는 뜻이 되며, 의역하면 열매를 진리에 비유하여, 진리를 섬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뜻깊은 이름을 바탕으로 본교는 120년, 즉 한 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 명문 민족 사학으로서의 자긍심을 지켜왔다. 오늘날까지도 숭실은 명명에 충실하여 끊임없이 학문 탐구에 매진하여 많은 인재를 배출했고, 봉사의 정신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본 기자는 이러한 숭실의 정체성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숭실이 섬기고 있는 열매는 한참 썩은 열매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진리와 봉사보단 자본주의의 논리와 물질에 가깝다. 본교 구성원 모두가 그렇다. 학생들은 취직을 위한 학점에 급급하며, 대학 본부는 재정난 탓에 당장의 재정사업에 참여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