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2008)을 떠올려 보자. 스웨덴 설산의 서늘함, 어둠과 빛의 대비, 뱀파이어 소녀와 소년의 처연한 사랑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이다. 뱀파이어의 시조라고 볼 수 있는 드라큘라의 고전적 상징은 영화 을 통해 변주되었다. 무려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 왕따 소년의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어둠과 빛, 이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뛰어 넘어 진정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둘의 진심은 스웨덴 영화의 품격을 올려주는데 성공한다. 2010년 매트 리
영화 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영화다. 영화화가 결정된 이후부터 원작 팬들의 끝 없는 관심을 받아온 만큼 영화는 영화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세령 마을’을 스크린에 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세령 마을 속 등장하는 오영제(장동건)의 대저택, 해무가 짙은 숲, 음습하고 비밀스러운 호수는 약 10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로케이션을 통해 엄선된 공간이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미스터리한 세령 마을과 세령호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사건의 발단이 되는 교통사고를 흡입력 있게 묘사한다. 특히 교
영화 의 흥행 돌풍이 거세다. 아이언맨부터 닥터스트레인지까지 23명의 히어로들이 총 출동한 이번 영화에는 마블 10년의 역사가 집대성되어 있다. 지구에서부터 우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펼쳐지는 거대한 서사는 히어로 무비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더군다나 마블 세계관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여겨지던 빌런에 대한 숙원도 ‘타노스’의 등장으로 해소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속 가장 강력한 빌런으로 손꼽히는 ‘타노스’의 등장은 마블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한 종착역이자 새로운 시작으로서 그 의미가 깊다. 고향
중화권을 대표하는 무협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1991), (1992), (2000) 등 유혈이 낭자하는 검의 춤사위와 경이로운 권법들의 향연이 머릿속을 차지하는 첫 번째가 될 것이다. 그러나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첫 무협 액션 영화 은 느리고 담백한 수묵화와 같다. 고수의 경지에 오른 주인공 ‘은낭’의 무술 실력은 숨겨진 채 그녀의 마음에 주목하며 영화를 전개한다. 제68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제52회 금마장 작품상을 포함하여 5개 부문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거
2045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빈민촌, 현실에서 루저로 불리는 10대 소년 ‘웨이드’(타이 쉐리던 분)는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엄청난 능력자로 통한다. 그의 목표는 가상현실 게임 개발자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 분)가 설계한 ‘오아시스 이스터에그 사냥’ 게임에서 우승하는 것. 이를 통해 영웅이자 부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그가 꿈꿔온 세계의 전부다. 영화 은 주인공 ‘웨이드’가 가상현실 속 캐릭터 ‘파시발’을 통해 엄청난 게임 미션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가상현실’을 완벽하게 구
천천히, 편안하게 영화 는 보는 이를 치유의 길로 이끈다. 별다른 갈등도, 사건도 없지만 103분의 러닝타임은 삶에 지친 모두를 응원하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만화작인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일본에서 , 두 편으로 개봉된 적이 있다. 제목과 캐릭터에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국내에 리메이크가 된 만큼 임순례 감독의 영화 역시 원작과 색채를 같이 한다. 물론 영화가 한 편으로 압축되며 인물 간의 관계에 포커스를 두었기에 원작보다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는 한마디로 한 청춘의 성장이자 휴식이다. 임용고시에 떨어진 ‘혜원(김태리)’이 지친 몸을 이끌고 도
반가운 봄비와 같은 영화다. 국내 멜로 영화의 끊어져 가는 맥을 영화 가 다시 이어나가고 있다. 일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04 년 영화화된 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처음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졌을 때, 작품의 완성도를 둘러 싼 팬들의 걱정 어린 목소리 역시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손예진과 소지섭 두 톱 배우와 이장훈 감독의 새로운 작품 해석은 국내 관객들의 감성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를 그리워하며 아들 ‘지호(김 지환)’와 살아가는 ‘우진(소지섭)’은 장마가 시작되는 날 기억을 잃은 수아를 운명처럼 다시 만난다. 이 기적에 가까운 판타지로 시작되는 영화는 일본 원작과 다르게 남
“내 딸이 강간당하다 죽었다.” “그런데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월러비(경찰서장)?” 세 개의 낡은 대형 광고판에 걸린 이 강렬한 문구는 7개월 전 딸을 하늘로 보낸 엄마 ‘밀드레드 헤이즈(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외침이다. 미국 미주리주의 작은 시골 마을, 한 소녀의 살인사건은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와 마을이 시끄러워지지 않기를 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로 수사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 결국 이 도발적인 문구는 마을의 존경받는 경찰 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과 부하 ‘딕슨(샘 록웰)’을 향한 엄마의 목소리다, 엄마 밀드레드는 다소 파격적인 방법을 통해 그들에게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한다. 영화 는 이 대립과정을 그려 나감에 있어 선악의 이분법
델 토로 감독의 신작 는 사랑의 본질을 다룬 영화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여성과 괴생명체의 사랑이라는 다소 진부하면서도 로맨틱한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또한 영화는 1960년대 미소 냉전시대 미국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삼으며 증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의 주인공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는 볼티모어의 항공우주연구센터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청소부이다. 말을 할 수 없는 그녀의 유일한 소통창구는 수어이다. 그녀에게는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흑인여성인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와 가난한 화가이자 동성애자인 ‘자일스(리처드 젠킨스)’만이 존재한다. 소위 비주류로 통칭되는 이들은 그들만의 일상을 살아
이번에는 최후의 도시다. 미로 속을 달리던 소년들의 여정은 이제 최후의 도시로 향한다. 제임스 대시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돌아왔다. 미로에 갇힌 소년들의 사투를 다루었던 1편 (2014)와 플레어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도시 ‘스코치’의 스토리를 다 루었던 2편 (2015)에 이어 이번에는 이 모든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는 최후의 도시로 소년들이 떠난다. 표면적으로는 위키드에게 납치당한 친구들과 민호(이기홍)를 되찾기 위한 여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내면에 담긴 이야기들은 조금 더 복잡하다. ‘글레이드’라는 미로를 벗어나자마자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와 친구들이 마주한 세상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저서 이 다시 한번 영화화되었다. 그녀가 쓴 80여 편의 추리 소설 중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히는 은 이미 시드니 루멧(1974)과 칼 슈엔켈(2001) 감독에 의해 스크린 진출을 마친 상태였다. 탐정물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은 케네스 브래너 감독에 의해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옮겨지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본래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명작을 반복적으로 영화화한다는 것은 이미 줄거리가 노출되어 있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연출과 더불어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로 분하며 그만의 색채가 가득한 을 완성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이 불어 넣은
압구정의 한 DVD방, 한때는 핫 플레스임이 분명했던 공간이지만 이제는 폐업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들다. DVD방의 사장 두식(신하균)과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의 처지도 이 암울한 공간과 닮아있다. 야간 대리운전을 하며 투잡을 뛰는 두식, 그는 사장이지만 밀려가는 월세에 허덕이는 을이다. 갚아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태정 역시 생활고에 허덕이는 을이다. 두 인물의 암울한 사정은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모두를 을로 전락시켜 버린다. 그렇기에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이 돈을 위해 벌이는 사투가 영화의 핵심 갈등이 된다. 영화의 제목인 ‘7호실’은 바로 이 DVD방을 의미한다. 밀실과 같은 ‘7호실’은 영화 속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보여주는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자신의 힘든
리틀리 스콧 감독의 저주받은 SF 걸작 가 (이하 2049)의 타이틀을 달고 속편으로서의 화려한 귀환을 이룩했다. 전편이 도시와 복제인간이 공존하는 2019년의 로스엔젤레스를 다뤘다면 에서도 역시 어둡고 무거운 도시사회의 디스토피아를 드러내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LA, 빽빽하게 자리한 마천루와 네온사인, 인간과 복제인간이 인파 속에 자리하며 드러나는 필름누아르의 감성은 이제 2049년의 캘리포니아로 시선을 돌린다. 반란을 일으킨 복제인간으로 인해 복제인간 제조에 주력했던 타이렐사는 파산을 맞는다. 그러나 니앤더 월레스(자레드 레토)가 유산을 손에 넣으며 그는 복제인간으로 우주를 장악하는 꿈을 꾼다. 한편 블레이드 러너들은 인간
영화 로 로맨틱 코미디의 새 지평을 열었던 ‘마크 웹’ 감독이 이번에는 천재 소녀와 함께 돌아왔다. 마크 웹 감독의 신작 는 수학 천재 소녀 ‘메리 에들러’(매케나 그레이스)의 성장기다. 영화는 미적분을 손쉽게 푸는 7살 천재 소녀의 양육권을 둘러싼 할머니와 삼촌의 법정 공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 속 ‘천부적인 재능’은 전형적이다 못해 식상한 소재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마크 웹 감독은 영화 속에 지나친 갈등과 뚜렷한 선악 구도를 배치하는 대신 정공법을 택한다. ‘메리’의 천재성만큼이나 그녀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흔히 천재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그 재능을 발현시키는데 집중하지만 는 천재성 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
강원도 산골과 뉴욕을 넘나들며 봉준호 감독의 2017년 추격전이 시작된다. 목적은 납치당한 슈퍼돼지 ‘옥자’를 집으로 귀환시키는 것, 이를 위해 옥자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인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가 신발 끈을 고쳐 맨다. 영화 는 봉준호 감독이 공인한 첫 번째 ‘사랑 영화’이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전원의 파라다이스를 연상케 하는 강원도 산골 속, 소녀 미자와 옥자는 서로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주며 끈끈한 유대를 쌓아 나간다.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쓸 줄 아는 이들의 낙원은 욕심내지 않기에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옥자’의 존재 자체가, 영화가 가지는 모든 모순의 시발점이 된다. 유전자 변형에 의해 탄생한 ‘옥자’는 현대 자본주의 탐욕의 산물이다. 다시 말해 식품으로서의
동생이 사라졌다.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형이 만들어 준 종이배를 빗물에 띄우러 나간 동생 조지는 다시 형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음에도 빈번하게 실종사건이 이어지는 마을 ‘델리’, 여전히 동생에 대한 죄책감을 간직한 형 빌(제이든 리버허)은 직접 동생을 찾아 나서기로 결정한다. 그의 동행에는 자신들을 ‘루저 클럽(Loser club)’이라 부르는 6명의 친구들이 동참한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 ‘그것’은 동명 영화로 탄생되어 2017년의 호러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1986년 출간 이래로 2주 만에 100만 부 이상의 수익을 올린 ‘그것’은 스티븐 킹의 기념비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가 135분의 러닝타임으로 영상화되며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공포들이 본격적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실사 영화가 탄생했다. 바로 프랑스 덩케르크에 고립된 영국 군인들을 대대적으로 구출했던 다이나모 작전을 실사화 한 영화 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 장편 실사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놀란 감독이 의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두고,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의 결과물이라고 말한 만큼, 영화는 현실의 시간을 재구성하는 생존형 드라마의 형태에 가깝다. 그렇기에 (1998)의 스펙터클한 전쟁 씬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를 다소 심심한 영화로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놀란의 첫 실사 영화 는 실제 전쟁에서 사용된 군함을 공수하는 등 당시 전쟁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호러 장르가 담아낼 수 있는 보편적 테마 중 하나는 바로 ‘타자에 대한 공포’이다. 낯선 존재의 위협, 외지에서의 공포와 같이 익숙하지 않은 것들로부터 오는 공포야말로 우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영화 역시 타자에 대한 공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이 영화가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장르 영화로서의 특성에 있다. 45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흑인 코미디언으로 잘 알려진 조던 필레의 연출 데뷔작이다. 단순한 호러 영화로 치부하기엔 영화 속에 담긴 사회 비판적 메시지와 시각이 거미줄처럼 조밀하고 단단하다. 흑인 감독의 두 눈에 비친, 여전히 잔존하는 인종차별의 문제가 각 시퀀스마다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며 얽혀있다. 조던 필레 감독
SF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이 압도적인 존재감과 함께 돌아왔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40년 전 에이리언이 관객들에게 모습을 선보인 이래로, 다섯 편의 작품이 등장하며 꾸준히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 영화는 프리퀄이자 수많은 해석을 낳았던 ‘프로메테우스’ 이후 5년 만의 후속작이기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시리즈’가 지니는 특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프로메테우스’ 그 이후로, 감독은 ‘에이리언: 커버넌트’와 ‘프로메테우스’의 연관성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이 영화가 에이리언 시리즈의 징검다리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인류의 기원과 인류의 창조주를 찾는 내용으로 진행된 것이
시종일관 유쾌하다.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미스터 블루 스카이’가 광활한 우주에 울려 퍼지며 가디언즈는 우주 괴물과의 첫 번째 전투를 치른다. 목숨이 걸려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전편보다 압도적으로 아담해진 ‘베이비 그루트’(빈 디젤)는 노래에 맞춰 귀여운 댄스를 선보이며 전투 현장을 누빈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화려한 cg로 점철된 전투 장면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2’(이하 ‘가오갤2’)이다. 일촉즉발의 상황마저도 웃음을 유발하며 마치 하나의 쇼, 오락 뮤직비디오처럼 유쾌하다. 속편으로 돌아온 ‘가오갤2’은 전편이 가지는 오락성과 휴머니즘을 정통성으로 갖되 훨씬 더 유쾌해 지고 가벼워졌다. 전편이 가디언즈의 결성을 주 플롯으로 삼는다면, 이번 시리즈는 ‘스타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