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잠은 건강과 직결된다는 논문과 기사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옵니다. 잠을 잔다는 것은 모든 동물에게 필연적인 자가 치료(自家治療) 행위입니다. 잠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된 민간요법도 없죠. 잠은 하루 일과에서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뇌에 저장된 정보들을 정리하며, 뇌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고 정화하는 작용을 합니다. 면역력을 증강하고, 세포를 성장시키기도 합니다. 잠의 중요성은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어차피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잠을 등한시합니다. 한국인의 수
지난 5월 백상예술대상에서 축하 공연으로 아역배우들이 나와서 이적의 ‘당연한 것들’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았다. 보면서 가사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공감이 너무 갔고 나중에는 순수한 아이들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서인지 눈물까지 날 뻔했다. 내가 첫 소절부터 공감 갔던 가사는 다음과 같다.그때는 알지 못했죠우리가 무얼 누리는지거릴 걷고친굴 만나고손을 잡고껴안아 주던 것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사실 이 노래를 듣기 전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만 있는 생활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니, 자각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
혼자 걷다 가끔 너희들과 자주 가던 술집이 눈에 밟힐 때가 있다. 너희들과 부르던 노래가, 함께 했던 비슷한 맥락의 얘기들이 귀에 박혀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스무 살의 기억은 나에게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 학교를 입학하기 전 다니던, 다른 학교에서 보냈던 스무 살의 나날들이. 순간적으로 나를 잠식하는 그 나날들 속엔 우리가 서 있다. 19년 동안 살던 곳을 떠나 처음 가본 자그마한 그 도시에서,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가끔은 살을 부대끼며 잠을 잤다. 처음 보는 방에서. 그렇게 짧지만 커다랬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졸업반은 이제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대학생활 동안 그리고 있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하죠.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지원서 작성과 낙방으로부터 좌절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럴 때면 마치 자신의 대학생활이 너무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저는 요즘 이와는 반대의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쓸모없었던 시절은 없었다고요. 이제부터 이 변명을 두 가지 이유들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저만의 목적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목적’을 찾는 일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인생의 목적’
사람에겐 누구나 각자의 성향과 기호성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이들의 이야기를 선호하고, 반대되는 의견은 껄끄러워 한다. 그렇기에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혐오는 다르다. 요즘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을 들어가 보면 우리 사회에 혐오가 정말 짙어졌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난 혐오가 극단적이고 수동적인 사고방식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생각은 중요치 않다. 내가 옳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 이런 감정은 혐오를 일으키고 혐오는 소통의 부재를 낳는다. 그렇게 기형적인 갈등이 일어난다. 그런 부류의 사
교회를 다니는 나 스스로에게도 도발적인 제목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 동떨어지지 않은 제목이라 생각한다. 수도권 교회와 광복절 불법 집회를 중심으로, 모두가 노력하며 지켜왔던 공공의 안전을 순식간에 빼앗겼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목사와 교회가 보여주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와 발언들은 시민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다. 그들이 나라를 향해 외치던 자유, 그들이 그토록 보장받기 위해 불법까지 동반했던 자유는 과연 무엇인가.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다만,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다
"행복해지려면 행복하면 안 된다.” 이 말은 고등학교 3학년, 입시 스트레스로 고생하던 나에게 담임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그 당시 이 말을 들은 나는 무언가 억울함을 느껴 한참 동안 이 말에 대한 반례 를 찾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반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된 지금은 저 말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대인 중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 질문에 정확한 수치로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인터넷에 현대인의 행복도와 관련된 통계자료 몇 개만 보더라도 답은
오랜만에 동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슬픈 일이 있다며 술을 한잔하자고 한다. 아르바이트가 있는 날이어서 밤늦게 친구가 있는 술집으로 갔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뻔한 이야기지만 친구는 자기가 좋아했던 사람과 잘 안됐다는 말을 슬픈 어투로 꺼냈다. 내 친구의 말을 들어주며 뻔한 위로를 하며 생각했다. 서로의 마음이 서로를 향하는 것, 그리고 서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그래서 서로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일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아침에 일어나 집 근처 공원으
전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은 우리들 생활의 많은 것을 바꿔 버렸다. 필자의 2020학년도 1학기 역시 마찬가지로, 본의 아니게 겨울방학의 연장이 되어 아버지의 농사를 도우며 보내게 되었다. 이를 피부로 체감하는 시간은 바로 농장 한편에서 계속 꼬꼬 소리를 내는 달구(닭)들을 볼 때이다. 서울로 올라갈 즈음이면 이제 병아리 티는 벗겠구나 싶어 모이를 주면 그제야 삐악삐악 소리를 멈추던 샛노란 핏덩이들은, 이제 모이를 주러 가기만 하면 쫄래쫄래 달려와 열심히 그릇에 대가리를 처박고 먹어 대는가 하면, 짝짓기도 하고 알도 낳는 어엿한 사회
몇 주 전 SNS에서 ‘르르르 꼰대 테스트’가 큰 화제였다. 48문항의 답을 입력하면 8가지의 꼰대 유형 중 본인이 어디에 속하는지, 1부터 5까지의 꼰대 레벨 중 어디에 속하는지 알 수 있는 간단한 테스트이다. 이 테스트는 자신의 꼰대 유형 뿐 아니라, 다른 꼰대 유형에 대처하는 법, 내 안의 꼰대 심리를 잠재우는 법 등의 대안까지 알려준다. 꼰대 레벨이 높게 나온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것도 남들에게 꼰대 테스트를 권유하는 이유다. 이미 17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이 테스트는 요즘 SNS를 사용하는 20-30대
아이러니너는 아이러니너는 나에게 아이러니내가 너의 눈을 피하면서매 순간 너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은내가 너의 질문을 얼버무리면서하루종일 너의 농담을 곱씹는 것은내가 너의 존재를 부정하면서너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는 것은그것은 아이러니사랑, 그것은 아이러니 고등학교 3학년, 감수성이 흘러넘쳐 쓴 시 한 편을 들춰보았다. 2년하고도 반년이 지난 지금, ‘아이러니’라는 제목을 가진 사랑 시를 읽으면 오글거리고 유치해 웃음이 난다. 사랑도 안 해본 사람이 사랑에 대해 시를 썼다는 게 우습지만, 그때도 지금도 나에게 사랑은 아이러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4월이 지나가고 5월이 다가왔다. 어느새 꽃은 지고 산과 들이 푸른 잎으로 덮이고 있다. 다가오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이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5월 한 달은 따뜻한 여름날 속에서 가족과 주변 지인을 돌아보는 달이 될 것이다. 40년 전의 5월도 마땅히 그리되어야 했다. 1980년 5월을 설명하는 단어로 생명력, 가족, 사랑보다는 희생, 죽음이 더 가까울 것이다. 1980년 5월 18일 신군부는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신군부는 국회를 봉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