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은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집요 하게 발견하거나 발명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20여 년의 작가 생활 동안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자전거’, ‘손으로 만지는 막대 지도’, ‘면접관을 시험 보는 응시생’처럼 낯설지만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창작해 왔습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은, 그것이 말초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휘발성 재미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음미를 가능케 하는 예술적 깊이를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독특한
봅슬레이는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철제 썰매를 타고 얼음으로 만들어진 트랙을 평균시속 140km로 활주하는 경기이다. 19세기 후반 스위스에서 스포츠의 형태로 자리를 잡았으며,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봅슬레이는 선수들이 썰매를 밀고 뛸 때 머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형용한 bob과 썰매를 뜻하는 sled가 합쳐진 데서 유래하였다. 남녀 2인승과 오픈 4인승, 그리고 2022년도 신설된 여자 모노봅(1인승)이 있다. 4인승 포지션은 조종수인 파일럿, 평탄부에서 썰매를 출발시킬 때 가속을 더해주는 푸쉬맨,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85세 정말임 여사(김영옥)의 삶은 순탄했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기 전까지는 말이다. 골절상과 더불어 섬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말임 여사의 삶은 그때부터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꼬장꼬장한 성격 탓에 혼자가 더 편했던 말임 여사에게 자식들의 걱정과 요양 보호사의 돌봄이 따라 붙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을 돌볼 틈 없이 살아온 말임 여사에게 누군가의 케어가, 거기다 아들의 피 같은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흔쾌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통장도 없어지는 것 같고, 음식도 사라지는 것만 같다. 요양 보호사 미선(박
왜 대기업에서는 혁신이 어려울까? 대기업은 혁신자라기보다는 실행자이며, 대부분의 경우 기존 사업을 최적화하는 것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문화, 경영 시스템, 인센티브는 모든 사람들이 미래의 성장 사업을 육성하기보다는 핵심 사업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도록 한다. IBM의 전 CEO인 루 거스너는 한때 파산 직전까지 간 IBM을 흑자전환시키기 위해 문화와 가치, 행동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IBM 리서치 랩에서는 많은 발명이 나오고 전 세계 어느 회사보다 특허가 많음에도, 대부분의 IBM 사람들은 현재 제품을
삼척동자도 아는 「여우와 황새」 이솝 우화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황새를 골려주려던 여우는 황새를 초대해서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냅니다. 입이 뾰족한 황새는 맛있는 음식을 구경만 하다 집에 돌아오고, 이후 복수를 위해 여우를 초대해서는 가늘고 긴 병에 음식을 담아 내옵니다. 당연히 여우도 음식을 먹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악의를 가지고 남을 골탕 먹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전달하는 우화일텐데요. 저는 가끔씩 여우와 황새는 악의(惡意)가 아닌 선의(善意)를 가졌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매일 납작
신약개발과 같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게다가 딥러닝의 발전은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가능하게 해주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그래프 뉴럴 네트워크(Graph Neural Network)이다. 분자는 원자와 원자 간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를 노드(Node)와 노드 간의 에지(Edge)로 이루어진 그래프를 이용해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딥 러닝의 역사는 여러 픽셀로 이루어진 이미지에서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합성곱(Convolution)을 이용하며 발전해왔다. 이미지를 픽
2011년 가습기살균제 속 유독 물질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며 수많은 사상자와 피해자가 발생했다. 특히 급성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 성분이 담겨 있었음에도 제품이 제재없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 넣었다. 이 보이지 않는 살인자에 대한 영화가 11년만에 스크린에 등장했다. 영화는 현재 진행 중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2011년에 시작된 가습기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미비하다. 관계 당국 또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다시
규모의 경제라고도 하는 규모화는 기존 시장에 기존 제품의 공급을 늘림으로써 단위당 평균 비용을 절감하는 성장 전략이다. 반면에 범위의 경제화는 범위확장을 통해 단위당 비용을 절감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하거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도입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함으로써 수익과 마진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이다. 고성장 스타트업에서는 비즈니스가 계속 성장함에 따라 초기 비즈니스는 규모화에서 범위 확장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1999년, 닉 스윈먼은 어느 신발 가게에서도 원하는 신발을 찾을 수 없었고 온라인으로 검색을 했으나, 신
누군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소설은, 자기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쓴 것과 자기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쓴 것으로 나눠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육화된 진실의 차원에서만 예술적 형상화가 가능한 소설에서, 작가의 삶과 체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겠지요. 오늘 얘기해보려고 하는 소설가 정지아는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빨치산들의 삶과 후일담을 서사화해 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상처에 해당하는 분단과 전쟁을 진지하게 그려온 정통파 리얼리스트인 거죠. 그랬던 정지아가 「문학박사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인해 네트워크 공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네트워크 공격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이상탐지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네트워크 이상탐지 기술에 대표적인 방법으로 오토인코더 모델을 사용한 방법이 있다. 오토인코더 모델이란 딥러닝 모델 중 하나로, 모델에 입력된 데이터를 저차원의 공간으로 축소하는 인코더와 축소된 데이터를 다시 입력 데이터의 차원으로 복원하는 디코더로 이루어져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다. 여기서 모델에 입력된 입력 데이터와 모델을 통해 출력된 복원 데이터의 차이를
조앤 K. 롤링의 신비한 마법 세계는 여전히 건재하다. 해리포터에 이어 ‘신비한 동물 사전’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조앤 K. 롤링의 마법 어드벤처는 기다림의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4년 만에 등장한 시리즈의 3편 은 코로나19로 침체된 영화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의 주축 중 하나인 덤블도어의 숨겨진 비밀이 풀리는 편인 만큼 전 세계 팬들의 수많은 기대를 모았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각색한 (이하 ‘신동덤’)은 노마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징이나 가격과 같은 객관적인 기준뿐만 아니라 인식하는 주관적 가치에 근거하여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채택하는 것을 손실로 여긴다.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드는 불편함이나 수고들조차도 손실로 생각하기에, 예상되는 이득이 아주 크지 않는 한 구매하지 않는다. 한편, 스타트업들은 대개 자신들의 제품에 푹 빠져 있기에 종종 자신들의 제품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편향을 관리하기 위해서 다음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
최은미의 「고별」(『현대문학』, 2021년 5월)은 은산대학병원 장례식장 9분향실이 배경인 소설입니다. 이 곳에서는 태영의 시어머니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군요. 제목이기도 한 ‘고별(告別)’은 우선 망자가 된 시어머니와 태영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모든 장례식이 그러하듯이, 이 장례식의 주인공도 죽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입니다. 이 장례식장에서는 향 냄새와 꽃 냄새로도 차마 가리지 못한 산 자들의 욕망이 끈적하게 펼쳐집니다. 먼저 가족 간의 갈등이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평소 장남만을 편애했으며, 투병 중에도 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의 영예는 영화 의 제인 캠피언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하여 30여 개의 상을 수상하며 12년 만에 돌아온 제인 캠피언 감독은 1993년 영화 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감독 타이틀에 걸맞게 화려한 복귀탄을 쏘아 올렸다. 영화 (1990), (1996), (2003), (2009) 등에서 억압과 폭력의 주제를 다루어 왔던 제인 캠피언 감독은 복귀작에
전통적인 사업계획서는 25~40페이지로 전략 실행에 필요한 출시 및 운영 모델, 그리고 재무예측, 리스크 및 투자계획을 포함한다. 이러한 정식 사업계획서가 주는 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사업계획서 작성과정은 기업가와 창업팀이 만든 주요 가정에 대해 논란이 있거나 불확실한 분야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러한 가정은 예상되는 사업일정과 함께 필요한 자원을 식별하고 현금흐름 예측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며, 이는 다시 새로운 벤처의 여러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조달의 규모, 시기 및 투자자의 유형을 결정한다. 이러한 이점들로 인
한 인간을 사회적 약자로 만드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 인종, 젠더 등의 요소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지요. 여기에 또 한 가지 요소를 더하자면, 외모(몸)도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인구 대비 성형수술 비율이 세계 1위라는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에서 몸(외모)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주혜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자음과모음』, 2021년 겨울호)는 수술을 받고 있는 53세의 여성이 자신의 몸을 벗어난 ‘21그램’의 영혼이 되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외
최근 20, 30대를 타깃으로 한 포켓몬빵이 16년 만에 재출시되면서 이슈가 된 일이 있다. 나 또한 학생 시절 이 빵의 스티커를 모았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레트로 마케팅이 성공하는 이유는 불황으로 혼란과 부재를 느끼고 있는 세대에게 같은 추억을 상기시킴으로써 동질감을 형성하며 소속감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이 이러한 경험을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다루는 것과 다르게, 박물관은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유대감 형성을 목표로 이러한 경험을 대상으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나의 첫 기획전시는 2019년 《反芻 반추상
영화 (1995)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긴 방황의 시간을 거치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영화 로 화려한 복귀탄을 쏘아 올렸다. 영화 는 니콜라스 케이지를 위한 영화라고 느껴질 만큼 상실을 표현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배우 인생의 빛과 어둠을 모두 경험했던 것처럼 소중한 것을 빼앗긴 채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주인공 롭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롭’은 포틀랜드의 요식업계의 전설적인 셰프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아내가 죽고
창업관련 서적을 들춰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린 스타트업”에 대해서 들어는 봤을 것이다. 린 스타트업은 낭비를 피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린 스타트업에 따르면 고객 유치나 운영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기 전에 신속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실험을 통해 사업모델을 검증해야 한다. 린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쉽게 수정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 비즈니스에 특히 적합하다. 그러나 3D 프린팅과 시제품 제작도구의 발전으로 제조 기업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흔히 시장조사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쓰나,
안익태(1906~)와 카라얀(Herbert Karajan, 1908-1989) 두 사람은 모두 지휘자로서 세계무대에서 활동한 음악가로 안익태는 일제 강점기에 친일 활동으로 그리고 카라얀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활동으로 지탄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안익태는 친일 활동으로 그의 생애를 부정당하고 있는 데 비하여 카라얀은 친나치활동을 용서받고 세계적인 지휘자로 생애를 마친 사람이다. 안익태는 1919년 3·1운동이 터지자 평양에서 독립운동을 하였고 일본 경찰의 지목 대상이 되고 퇴학을 당했고, 숭실학교에서는 3·1운동 이후 친일교사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