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의 「고별」(『현대문학』, 2021년 5월)은 은산대학병원 장례식장 9분향실이 배경인 소설입니다. 이 곳에서는 태영의 시어머니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군요. 제목이기도 한 ‘고별(告別)’은 우선 망자가 된 시어머니와 태영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모든 장례식이 그러하듯이, 이 장례식의 주인공도 죽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입니다. 이 장례식장에서는 향 냄새와 꽃 냄새로도 차마 가리지 못한 산 자들의 욕망이 끈적하게 펼쳐집니다. 먼저 가족 간의 갈등이 있습니다. 시어머니는 평소 장남만을 편애했으며, 투병 중에도 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의 영예는 영화 의 제인 캠피언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하여 30여 개의 상을 수상하며 12년 만에 돌아온 제인 캠피언 감독은 1993년 영화 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감독 타이틀에 걸맞게 화려한 복귀탄을 쏘아 올렸다. 영화 (1990), (1996), (2003), (2009) 등에서 억압과 폭력의 주제를 다루어 왔던 제인 캠피언 감독은 복귀작에
전통적인 사업계획서는 25~40페이지로 전략 실행에 필요한 출시 및 운영 모델, 그리고 재무예측, 리스크 및 투자계획을 포함한다. 이러한 정식 사업계획서가 주는 이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사업계획서 작성과정은 기업가와 창업팀이 만든 주요 가정에 대해 논란이 있거나 불확실한 분야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러한 가정은 예상되는 사업일정과 함께 필요한 자원을 식별하고 현금흐름 예측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며, 이는 다시 새로운 벤처의 여러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조달의 규모, 시기 및 투자자의 유형을 결정한다. 이러한 이점들로 인
한 인간을 사회적 약자로 만드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 인종, 젠더 등의 요소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지요. 여기에 또 한 가지 요소를 더하자면, 외모(몸)도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인구 대비 성형수술 비율이 세계 1위라는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에서 몸(외모)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주혜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자음과모음』, 2021년 겨울호)는 수술을 받고 있는 53세의 여성이 자신의 몸을 벗어난 ‘21그램’의 영혼이 되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외
최근 20, 30대를 타깃으로 한 포켓몬빵이 16년 만에 재출시되면서 이슈가 된 일이 있다. 나 또한 학생 시절 이 빵의 스티커를 모았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레트로 마케팅이 성공하는 이유는 불황으로 혼란과 부재를 느끼고 있는 세대에게 같은 추억을 상기시킴으로써 동질감을 형성하며 소속감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이 이러한 경험을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다루는 것과 다르게, 박물관은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유대감 형성을 목표로 이러한 경험을 대상으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나의 첫 기획전시는 2019년 《反芻 반추상
영화 (1995)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긴 방황의 시간을 거치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영화 로 화려한 복귀탄을 쏘아 올렸다. 영화 는 니콜라스 케이지를 위한 영화라고 느껴질 만큼 상실을 표현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 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배우 인생의 빛과 어둠을 모두 경험했던 것처럼 소중한 것을 빼앗긴 채 상실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주인공 롭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롭’은 포틀랜드의 요식업계의 전설적인 셰프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아내가 죽고
창업관련 서적을 들춰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린 스타트업”에 대해서 들어는 봤을 것이다. 린 스타트업은 낭비를 피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린 스타트업에 따르면 고객 유치나 운영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기 전에 신속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실험을 통해 사업모델을 검증해야 한다. 린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쉽게 수정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 비즈니스에 특히 적합하다. 그러나 3D 프린팅과 시제품 제작도구의 발전으로 제조 기업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신제품을 개발할 때 흔히 시장조사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쓰나,
안익태(1906~)와 카라얀(Herbert Karajan, 1908-1989) 두 사람은 모두 지휘자로서 세계무대에서 활동한 음악가로 안익태는 일제 강점기에 친일 활동으로 그리고 카라얀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활동으로 지탄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안익태는 친일 활동으로 그의 생애를 부정당하고 있는 데 비하여 카라얀은 친나치활동을 용서받고 세계적인 지휘자로 생애를 마친 사람이다. 안익태는 1919년 3·1운동이 터지자 평양에서 독립운동을 하였고 일본 경찰의 지목 대상이 되고 퇴학을 당했고, 숭실학교에서는 3·1운동 이후 친일교사 추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 저서 이 2017년 영화화되며 헐리우드 초호화 캐스팅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성공 이후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다시 한 번 감독이자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로 분하며 영화 (2017)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작품이 모든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주목했다면 이번 작품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 추리물이지만 ‘사랑’이라는 만국공통의 소재를 영화 전반에 짙게 깔며 에르큘 포와로라는 인물도 함께 평가할 수 있게 만든다. 영화는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권철휘 감독, 1967년)에서 공동묘지에 묻힌 월향은 왜 자꾸만 유령이 되어 나타날까요? 이유는 그녀가 완전히 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몸은 죽은 것이 분명하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연은 아직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월향은 자신이 제대로 죽을 때까지 달빛 아래(月下)의 공동묘지에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유령의 탄생 조건을 두고, 한 철학자는 유령이란 상징적 죽음과 실제적 죽음의 간격으로 인해 태어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강화길의 「복도」(『창작과비평』,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이다. 창업팀의 구성 문제는 단지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할 것을 결정하는 문제와는 다르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성장시키는 문제와 같다. 제일 먼저 단독으로 창업할 지, 공동으로 창업할 지를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동업은 하지 말라고들 한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단독으로 창업하는 벤처는 16%에 불과하며, 이들 단독 창업자들은 여러 개의 벤처를 연이어 창업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운영전문성을 가지고 나름대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에 창업을 수
영화 는 수학이라는 소재를 한국판 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국내 상위 1% 자사고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지우(김동휘)는 고액 과외를 할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늘 하위권의 성적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지우를 괴롭히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수학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신이 하위권에만 머물자 담임선생님은 지우에게 전학을 권한다. 그의 성적은 240명중 238등으로 쉽사리 반전을 꾀하기 어려운 점수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 지우는 학교 경비원이자 탈북민인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안보윤의 「밤은 내가 가질게」(『자음과모음』, 2020년 겨울호)는 두부 자르듯이 재단하기 어려운 선악(善惡)의 문제를 파헤친 문제작입니다. 이러한 애매함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세계에서 살아가며 겪는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나’의 주위에는 선한 자들이 가득합니다. 서른 네 살의 언니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가족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감에도, 늘 자기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내 선행을 베풉니다. 일테면 제주도로 여행 갔다가 만난 남자와 대뜸 살림을 차리고는, 그 남자의 아이를 돌봐주면서 미역 말리고 밭일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서 궁리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의 핵심은 교육이나 전문적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을 때 나오기가 쉽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단지 첫 단계에 불과하다. 벤처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 생태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생태계는 생물학에서 적응하고 자급자족하는 단위로서 함께 기능하는 유기체의 공동체이다. 창업생태계는 이러한 개념을 확장하여 고객, 공급업체, 투자자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무려 3년 만에 수업을 온전히 강의실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며, 저는 소설의 가능성과 역할에 대해 한참을 더듬거리다가 첫 번째 시간을 마쳤습니다. 소설은 우리에게 세상의 감춰진 진실을 알게 해주고, 참다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해주며, 그것을 통해 미적인 감동을 준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임솔아의 「초파리 돌보기」(『Littor』, 2021.8/9)는 잔잔한 음색으로 우리 시대 소설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몫에 대해 말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초파리
헨리 포드는 T모델로 크게 성공한 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만약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사람들은 더 빠른 말이라고 했을 것이다.” 블록버스 터급 사업 아이디어가 한 사람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시장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보통 전통적인 산업경계를 넘나드 는 촘촘한 관계 네트워크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다양한 정보원에 긴밀하게 연결된 사람들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 나간다. 기업가는 사람들과 깊이 관계를 맺 으며 패턴을 발견하고, 잠재고객들이 미처 니즈를 인식하기
필자의 어릴 적 꿈은 사업가였다. 그 꿈이 기록에 남은 것은 고등학교 학생부였다. 장래희망이 사업가로 되어 있고, 그 옆의 담임선생님의 코멘트는 늘 “사업가에 맞지 않음. 교사나 회사원에 적합”이라고 되어 있었다. 나는 선생님의 코멘트가 불만이었지만 줄기차게 매 학년 올라갈 때마다 사업가라고 적었고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학년 말에 항상 같은 코멘트를 다셨다. 사회생활을 광고회사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선생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역시 선생님들은 매의 눈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선생님의 날카로움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 같지는
넷플릭스에서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된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하여 「지옥」 그리고 이번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들 드라마가 하나같이 고통과 폭력으로 점철된 한국 현실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K지옥도’ 장르의 탄생이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염승숙의 「믿음의 도약」(『Axt』, 2021년 11/12월호)도 일종의 ‘K지옥도’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어디에도 의지할 것 없는 젊은 부부
모두가 자그마한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지금,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질까. 새삼스레 영화의 역사를 굳이 다 언급하지 않아도 일제강점기와 70년대, 80~90년대, 2000년대 사람들에게 각각 영화 관람의 형태와 의미가 전부 다르다는 사실은 그만큼 ‘영화를 본다’라는 행위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빠르게 변화했다는 것을 뜻한다. 영화와 관련된 기술은 끊임없이 과거를 참조하고 포함하며 발전해왔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OTT 시대의 관람형태 역시 과거와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다. 개별화된 관람은 이미 TV, 비디오 시대
영화 로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새로운 장르로 돌아왔다. 델 토로 감독은 신작 를 통해 첫 누아르 장르에 도전했다. 델 토로가 구현해 낸 누아르는 미장센과 스토리의 구성에 있어 치밀하고 완벽하다. 주인공 스탠(브래들리 쿠퍼)의 등장부터 영화의 막이 내릴 때까지 모든 요소가 복선이자 암시이다. 거기다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등 헐리우드 톱스타 군단과 델 토로 감독의 만남은 연기에 있어서도 시네필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영화는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