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0일, 본교는 올해로 개교 120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돌아오는 개교기념일이지만, 올해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1897년 10월,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배위량 박사가 평양에 ‘숭실학당’을 설립한 그 날부터 본교는 근 120년 동안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한국 최초의 근대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개교 이후 일제 치하에 전개된 풍전등화의 상황에서도 본교는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여러 지식인을 배출했으며,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항거하기 위해 1938년 3월 자진 폐교를 결정했다. 그러나 본교는 폐교와 6.25 전쟁 등 만만치 않은 고비에도 불구하고, 1954년 5월 서울에 재건됐다. 이후 본교는 1971년 대전대학교와의 통합 및 숭전대학교로의 발전, 그리고
지난 3월 23일(목) 거대한 선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73일 만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13일 만이었다.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은 “이렇게 빨리 인양될 수 있었던 세월호가 지금에서야 인양된 이유가 무엇이냐”며 통탄했고,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에 묻혀버린 진실이 드디어 규명되는 것이냐”며 기대를 모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사회인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전 국민이 세월호를 보면서 안절부절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며 무능함을 자인했다. 우리가 박 전 대통령에게 문제 삼았던 바는 자신이 해야 할 업무에 불성실한 태도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지난달 22일(일)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나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얘기를 나눈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을 추측해 봤다. 이 ‘답정너’라는 신조어를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슷한 생각은 하셨을 것 같다.왜 이렇게 불경한(?) 추측을 하게 됐을까. 지난주에 결국 교육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교육부가 국정화 계획을 발표한 이후 확정까지 이어진 과정들을 지켜보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과정이 어떠했기에 그러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확정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국정화를 찬성하고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주
학생회의 리베이트 부정은 대학가에서 끊이지 않는 문제 중 하나이다. 리베이트는 대금을 부풀려 사업자에게 지급한 후 일부를 돌려받는 불공정한 거래이다. 이 불공정 거래가 언제부턴지 모르게 대학가에서도 횡행했는데, 주로 축제 등 큰 행사에서 나타난다. 형식은 이렇다. 총학생회가 축제를 준비해주는 이벤트 기획사와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작게는 수백 만원에서 크게는 수천 만원까지 리베이트를 받는다. 이는 행사에 필요한 예산 금액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본교도 얼마 전 가을축제를 열었다. 올해 축제에는 약 1억 4천여만 원이 투입됐다.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몇 배는 더 들어간다고 하니, 리베이트가 오간 다면 그 금액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사실 계약을 맺는 과정만 공정하다면 리베이트 문제는 발생하지
대학 축제는 흔히 ‘대동제’라고 불린다. 본교만 해도 몇 년 전까지 가을 축제를 대동제라고 칭했다. 그리고 현재도 많은 대학들이 축제를 대동제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 대동제라는 단어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제대로 알면서 사용하는 것일까? 대동제는 학생 자치기구인 학생회가 각 대학 마다 들어서며 기존의 대학 축제를 반성하며 나온 대학만의 독특한 문화였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군사정권은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선출하는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았다. 총학의 빈자리는 군사정권이 각 학교 학생 조직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던 ‘학도 호국단’이 대신하고 있었다. 이 학도 호국단이 주관했던 대학 축제들은 기성 축제처럼 향락과 오락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과거 학교 신문들을 통해이
청년실업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 지난 3월, 통계청은 청년실업률이 공식적으로 10.7%를 기록 했다고 발표했다. 청년실업률이 두 자리 수로 집계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1.5%) 이후로 처음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 공식적인 실업률은 비경제인구 등을 제외한 것인데, 그렇다면 실질적인 실업률은 과연얼마나 높은 것일까?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한 청년실업률 분석결과’에 따르면 통계청의 기준 데이터를 근거로 산출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2.5%였다. 뿐만 아니라 많은 취업자들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의 계약직이 대부분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진 청년들은 10명 중 2~3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청년들
현재 대학생들은 미래의 대학교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고 있을까? 최근 경희대학교에서 총장 주도로 여러 교수들이 재학생 1만 4,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해 발간한 는 구조개혁의 광풍 아래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지금의 대학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는 ‘대학의 미래와핵심가치’와 ‘미래리포트’를 주제로 ‘미래대학이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 ‘어떤 교수 및 총장이 바람직한가?’ 등 여러 질문을 던져 그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미래 대학교는 ‘공공성’과 ‘행복’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몹시 놀라운 일이다. 주변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오직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현 대학생들의 자화상 아닌가. 결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일까? 그렇다. 하지만 지금 대학의 학문은 자본의 지배하에 있는 학문에 불과하다. 현재 대학에서 학문의 중요성과 위계질서는 자본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첨단 기술을 통해 자본의 증식에 기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이 자본을 관리하는(혹은 방관하는) 국가권력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가에 따라결정된다. 부산대학교 강명관 교수는 저서「 침묵의 공장」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지금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국가, 자본, 기술이 이루는 트라이앵글이다.(중략) 한국의 대학은 이 트라이앵글을 재생산하는 기관이다. 대학은 국가와 자본, 그리고 기술의 요구가 아무리 무례하다고 해도 거부할 수 없다. 그것들이 대학의 존재 원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스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어깨를 눌
‘경쟁은 선(善)’이라는 것은 현재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이데올로기다. 수많은 사회진화론자들은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의 눈부신 성공에 매료됐다. 그들은 경쟁이 높은 생산성과 성취로 이어진다고 믿고, 모든 사람이 승리하겠다는 투지만 갖는다면 경제가 급성장하고 인간의 막대한 잠재력이 풀려나오리라 기대한다. 공산주의의 몰락이 사람들의 경쟁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리고 이 이데올로기를 철저하게 반영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인들은 학창 시절 옆 자리 친구부터 시작해 대학생 때는 강의실의 이름 모를 학우들, 그리고 사회에 나가면 자신 이외의 모든 구성원들을 경쟁 대상으로 삼는다. 그들을 이겨야 내 지위와 역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쟁적인 사회 분
전국의 대학교 순위를 매겨 이에 따라 대학을 평가하는 ‘대학서열주의’는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과거부터 국내의 약 200여개 대학은 일렬종대로 세워져 있었으며, 이 순위를 놓고 대학생들은 끊임없이 다퉈왔다. 이 다툼은 단순한 유희나 장난이 아닌 매우 진지한 ‘투쟁’이다. 순위가 한 두 순위 차이나는 대학들을 ‘비슷한 대학’으로 묶는 순간, 순위가 앞서는 대학의 학생들은 몹시 흥분하며 논쟁도 불사한다. 서로가 주고받은 모욕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며 심한 경우 물리적 폭력 사태도 벌어진다. 그러나 이 학생들만 나무랄 수는 없다. 한국사회는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고, 이 결과의 가장 기초적인 잣대가 대학의 이름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특정 대학 출신들이
지난 2월 통계청은 국내 청년 실업률이 11.1%라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1.5%)이후 최고치다. 모두가 아는 바대로 실업률은 여러 단서조항들을 전제로 수많은 실질적 실업자(?)들을 배제하고 집계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실업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추정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37.5% 정도에 달한다고도 한다. 지금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 어떤 세대보다도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열심히공부하고 있지만, 그 노력과 반대급부는 비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저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해야지’를 주문처럼 읊조리며 하루하루를 산다. 그렇지 않으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코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