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창간 90주년 특별대담] - 한국대학신문 이인원 회장


숭실과 한국대학신문은 인연이 깊다. 작년부터 시행된 학교 곳곳에 세워진 LMB(LCD Media Board)는 클린캠퍼스의 일환으로  바로 한국대학신문에서 기증한 것이다.이러한 친분을 빌어 한국대학신문 이인원 회장에게 창간 90주년을 맞은 '숭대시보'와 '숭실'에 대한 진단을 부탁했다.MBC 기자, KBS 외신부장 ㆍ국제부장 ㆍ파리특파원, 문화일보 부사장 등을 역임해온, 진짜배기 언론인인 그의 평가는 우리에게 긴장과 열정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한국 대학,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준비해야

-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이 생각하는 ‘글로벌 일류’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대학들이 세계 100대 대학을 목표로 '글로벌'을 좇고 있는데, 차근차근 풀어내야 할 문제다. 한국 대학들이 현대적인 모습을 갖춘 것이 6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세계적인 100대 대학이 안되냐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한 대학들의 역사는 100~200년으로 매우 길고 지금까지 많은 인재들을 배출해 왔다.우리 대학들도 그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숭실대는 타대에 비해 상당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본다.숭실 구성원들의 열정과 능려그 동문과 재학생 간의 끈끈한 연대, 학내 구조적인 인프라 개선 등을 순차적으로 갖춰나가면 분명 숭실도 일류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지금의 대학신문

- 대부분의 학보가 학생들에게 많이 외면당하고 있는 학보의 어려운 속내를 들어내 보이자 그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과거 학보가 대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모습을 회상하면 아쉽기만 하다.  이렇든 학보가 위기를 맞게 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진 것이 주요하다. 인터넷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재확인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학보의 내용이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튼실함과 풍부함을 갖춘다면, 독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선결과제는 당연히 학보사의 개혁이다. 항상 독자들의 'needs'를 파악하고 연구해야 한다. 민주화투쟁기 때 학보가 학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일간지에서 보도하지 않은 내용을 담았고 독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 숭대시보가 항상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다시금 관심을 받는 학보가 되길 바란다.


대학신문의 가장 큰 역할을 덧붙이자면 '현실과 이상을 중재해 나가는 역할의 중요성' 이다. 대학신문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고, 이 아마추어들의 장점은 바로 ' 이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주의와 현실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현실적 문제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인의 조건과 자세

- 많은 대학생들이 언론계통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언론계가 험난하고 그 만큼의 대가를 받기 어려운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입사면접이나 대학생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질문이  '언론인'의 자격조건이나 언론고시 팁에 대한 것들이다. 특별한 노하우 보다는 글쓰기 능력을 배양해야 하고 다독을 통해 다방면의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이 두가지만 갖춰지면 기타 부수적인 요소들은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독서를 통해 다방면에 능통해지면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입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융통성도 갖출 수 있다. 모든것이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급해 하지 말고무던히 준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언론인이 된 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목표 의식이 뚜렷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로 항상 사명의식을 느끼면서 일해야 한고, 더불어 이에 따른 실천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 자신만의 곧은 생각과 올바른 이념도 중요한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기사에 단 한 번도 '북한괴뢰'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 그 말이 상당히 편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사람이 흔히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에 얽매여 나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채택했다고 하여 이것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이라면 항상 이러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의 시민의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곤 하는데 미래 언론인들이 해결해 내야하는 과제인 것 같다. 그 주인공들 중 숭실인들을 많이 발견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의미있는 대학, 의미있는 대학생활을 위해서

현 대학사회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그에 따른 해결책은 대학생들이 지닌 인식의 개선이다. 어떤 사건을 바라볼 때 감정적이기보다는 냉철하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이 왜 대학생이 되었는지' 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취향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대입시험의 점수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생각하곤 한다.가장 답답한 부분이 이 점이다. 스스로에 대한 진단과 목표의식이 없으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학생들은 졸업전까지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도서관을 찾아 책을 가까이 해야한다. 더불어 대하생들이 진로와 자기 만족에만 연연해 하지 말고 친구의 의미를 넘어 ' 나 만큼 나를 생각하는 친구'한명을 사귈 수 있었으면 한다. 칠순이 넘은 나도 이 점이 가장 아쉽다. 나에게 의미있는 친구가 있었더라면 인생이 더욱 풍요롭지 않았을까.

한편 일반화되고 획일화된 사고과정을 통해 성장해 온 대학생들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조명해 보는 과정이 가능한곳이 대학교이다. 대학생의 경직된 사고의 틀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학교와 교수의 몫이다. 이러한 것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이 역할이 충실한 때만이 '연륜' 이 묻어나는 대학이 되고 이는 '역사'가 된다. '역사'는 앞으로 가는 길의 교휸일 뿐 나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전하고 싶다. 이 시대 대학의젊은이들이 간결하고도 깊은 인생 철학이 녹아든 대학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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