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몰이 공약인가, 공약(空約)인가



이제 대선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대선 구도는 나오지 않은 상태. 수많은 변수로 인해 현재의 지지율도 계속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후보자의 윤리성이나 주변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정책’이 후보자 지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기능하고 있다. 때문에 본보는 후보들의 공약 중에서도 특히 대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제와 교육 분야를 중점으로 기성언론 및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분석해보기로 했다. 편집자


대선 후보의 공약은 면면이 화려하다. 정치에서 사회 일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공약들이 그들의 ‘능력’을 보여주며 유권자들로 하여금 지지를 부탁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 공약이 얼마나 효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이전 정권 때부터 ‘공약이 표몰이 용도로 사용될 뿐,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표출됐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는, 수많은 막판 변수의 출몰로 인해 공약이 구체화되지 못한 것은 물론이요 지나치게 늦게 발표해 유권자들이 그 내용을 충분히 보기도 어렵다.

파워 19세,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

투표권을 갖게 되는 나이가 만 19세부터로 하향 조정된 것은 작년부터지만, 우리나라의 얼굴을 뽑는 대통령 선거에서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때문에 만 19세의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로 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경향신문에서 “교육은 물론이고 경제 분야에서 ‘청년 실업’과 관련된 취업 정책이 공약에 많이 포함이 된 데는 그러한 배경이 있을 수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경제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로만 후보들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성장률은 후보들 대부분이 6~8%로 꽤 높게 잡고 있으나, 그 실현 계획이 상당히 피상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수치놀음이 아니라 그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일명 ‘파워 19’는 물론이요, 대학생들도 대선에 있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빈 구석 많은 공약, 어떻게 봐야 할까


대부분의 후보의 공약이 ‘급조’된 면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하나씩을 검토해 정보를 전달해 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여 기본 성격 및 특징적인 정책 분석을 기본으로 한다. 평가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판단하는 형평성, 구체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지와 관련한 실효성, 얼마나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는지를 보는 거시성으로 잡고 분석했다. 한국정책학회와 경향신문에서 후보평가가 있었는데, 그 중 공약 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성적표를 구성했다. 이를 각각 종합하여 4단계(A-우수, B-보통, C-미흡 D-매우 미흡)로 총괄평가가 이뤄졌으며, 그에 대해 행정학부 심광호 교수가 총평을 했다.

높은 성장률 약속이 오히려 신뢰 약화

낮은 체감경기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경제대통령’을 원하고 있는 만큼 공약에서도 핵심 화두는 경제이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7·4·7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바로 세우자)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이지 못한 슬로건에 불과하며 그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물론 이룰 수는 있겠지만 그 경우 ‘성장’에 올인해야 한다는 점이 형평성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게 했다. 정동영 후보는 5%로 ‘공정경쟁이 보장되는 건전한 자본주의’라는 합리적 노선을 걷고 있다. 그러나 대중으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하는 실천적 요소가 부족하다. 문국현 후보의 경제 공약은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 8%를 제시했다는 데서 다소 실효성이 깎였다. 권영길 후보는 성장률 제고보다는 성장의 내용을 진보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을 주장했는데, 국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서 문 후보와도 그 성격이 구분된다. 가장 형평성을 중시하나, 시장을 지나치게 비판하느라 ‘대중’을 공략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형평성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 이회창 후보는 진보와 보수층의 약점을 지적하나, 그 스스로도 그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명박 후보와 그 점이 차이이나, 구체적으로는 보수 노선으로 친기업적이라 형평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교육 개혁 필요에는 동의, 방법은?


이명박 후보는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시행에 찬성하고, 기여입학제도 부분적으로 찬성함으로서 전 정권의 3불 정책과는 다른 노선을 내세웠다. 그러나 동시에 고교평준화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는데서 정책 노선이 다소 혼란스러웠고,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정동영 후보는 고등교육 모순이 원인이라 보고 입시제도 개혁을 시도했는데, 그 대책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문제점을 보였다. 문국현 후보는 실현 가능성이 높고 창의적인 방안을 내세웠으나 역시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약점이 있었다. 각 안들이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권영길 후보는 문제를 정확하게 바라보나 지나치게 획기적인 안을 내놓아 그 반발이 우려되며, 정부에 너무 많은 권한을 주어 교육행정기관의 비대 가능성도 걱정되었다. 이회창 후보는 3불 정책 중 본고사만을 부활시킬 것을 이야기했는데, 이 역시 사교육비의 증가가 예상된다. 또, 동시에 공교육 정상화를 공약에 거론하여 이명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일관성없는 정책 노선을 보였다.


‘메니페스토’와 ‘국민합의’ 필요해


행정학부 우윤석 교수는 “후보들의 공약이 지나치게 이미지화되어 있다”며 “보다 구체화된 정책을 내놓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메니페스토’를 내놓았다. 공약의 구체성(specific), 검증 가능성(measurable), 달성 가능성(achievable), 타당성(relevant), 기한 명시(timed)의 5가지 기준 ‘스마트(SMART)지수’로 공약을 평가하고,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이행 책임을 묻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공약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또, 언론홍보학과의 김사승 교수는 “역대 정권들 역시 많은 긍정적 정책을 내놓았으나 합의과정의 결여로 진행 과정에 있어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정책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의 합의를 얻는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12월 19일을 앞두고 대선후보들은 ‘이미지정치’보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구체적 정책을 통해, 자신이 만들어나갈 국가의 비전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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