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재학생 남궁홍석(산업정보·1)

▲ 사진 : 김한울 수습기자 kim@ssu.ac.kr

  대학생이라고 하면 보통 사회에서는 성인으로 본다. 중·고등학교의 힘겨운 시기를 견뎌내고 그만큼 성장한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찾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공간이 대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궁홍석(산업정보·1) 군의 경우엔 조금 다르다.

7년 이상 차이나는 동기

  올해 우리 학교를 입학한 남궁 군은 새내기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경우다.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바로 검정고시를 치고 입학했기 때문이다. 1994년생 15세로 대학교를 다닌다니 기함할 만하다. 같은 1학년 중 재수를 하고 군대에 다녀온 형과는 거의 7년 이상 나이차가 있다.

  하지만 막상 본인은 그 사실에 대해 덤덤한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를 너무 싫어했어요.”왜 다른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남궁 군은 먼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조직을 강요당하는 게 맞지 않았거든요.”이것저것 관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때에 한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낭비처럼 느껴졌단다.

  그때부터 계속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했지만,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고 검정고시도 볼 수 없어 억지로 다녀야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2년간은 아버지 일로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라 그때는 학교에 대한 불만이 없었는데, 다시 돌아온 후엔 또 갑갑해졌어요.”

  결국 검정고시를 볼 수 있게 됐을 때 남궁 군은 학교를 자퇴했다. 14세, 중 1이었던 지난해였다.

자유롭게 길 걷기

  자퇴 후의 생활을 남궁 군은“자유로웠다”고 말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중학교 검정시험을 지난 해 4월에 통과하고, 올해는 8월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11월에 바로 수학능력 시험을 봤으니 상당히 빡빡한 수험생활이었을 텐데 어떻게 이를 자유로웠다고 표현할까.

  남궁 군은 뜻밖에 수험생활을 그리 힘들지 않았던 시간으로 추억했다.“ 일단 꼬박꼬박 나가서 억지로 조직생활을 강요당하는 일이 없으니까, 보다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어요.”책도 많이 보고, 운동도 하고, 미국 드라마도 봤단다.

  그럼 공부는 언제 했을까?“ 시험 일자를 보고 공부량이 많지 않았나 묻는 분도 계시는데, 솔직히 말하면 공부 많이 안 했어요.”정말이냐 되묻자 멋쩍게 웃으며 하는 말이 사실 검정고시 문제가 정말 쉽단다.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남궁 군이지만 검정고시 문제가 통상의 고등학교 과정에 비해 훨씬 난이도가 낮아 별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능도 사실 그냥 봤어요. 전에 책을 많이 읽어놓고, 과학을 공부해둔 게 도움이 되서 생각보다 잘 나왔던 것 같아요.”주변에서는 시간도 많은데 수능을 더 준비해 재수하는 것도 어떻겠냐고 했지만, 재수학원도 딱 사흘을 가고 그만 뒀단다.“ 조직생활을 싫어했거든요. 대학은 더 자유로우니까….”

 ‘친구같은’ 다정한 부모님께 감사

  남궁 군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자유로운 영혼’인 것처럼 느껴졌다. 남궁 군이 당당하게 일반적인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을 택해 걸을 수 있었던 데에는 부모님의 도움이 컸다.

  “부모님이 자퇴 얘기가 나왔을 때 흔쾌히 허락해주셨거든요.”남궁 군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학교를 그만두는 큰일에도 동의를 해 주셨던 것이다.

  남궁 군은 평소에도 부모님과 사이가 좋았고, 친구처럼 대화도 많은 관계인 덕에 부모님이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부모님이 저한테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아요. 두 분 다 굉장히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거든요. 평소 저에게도 간섭하기보다는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하시는 편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두는 것만은 아니란다. 기본 방침은 자유지만, 어느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지는 확실하게 조언해주신다고.“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이시지만, 검정고시나 수능을 보라고 얘기해주신 것처럼요.”

실수가 될 수도 있던 선택을 기회로

  남들보다 빨리 대학에 들어온 만큼 꿈을 이룰 때까지 남궁 군에게는 조금 더 여유가 있다. 허나 막상 남궁 군은 장래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한다. 다른 동기들이 중고등학교 때 진로를 고민하고 대학 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남궁 군은 그 기간을 보내지 못한 탓이다.

  대학도 어떻게 보면 ‘얼렁뚱땅’ 들어온만큼 지금에서야 비로소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단다.“ 봉사활동도 해보고 싶고, 동아리도 들고 싶은데 아직은 마음뿐이에요.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아직 뭔가 도전하기엔 조금 겁이나기도 해요.”

  고민이 많은만큼, 한 번 결정되면 망설이지 않고 저지르는 남궁 군이다. 대학이라는 자유로운 곳에서 거침없이 길을 정해 선택하지 않을까.“ 과 수업이 잘 맞아요. 동기들과 어울리기 어려웠는데, 요새는 과 형들도 잘 대해 주시구요.”만남도 수업도 재미있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단다. 실제 뭔가 만드는 것에도 취미가 있고, 과학같은 논리적인 학문도 좋아하는 성격이라 더욱 그렇다.

  “대학 들어올 때 문과로 갈지 이과로 갈지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잘정한 것 같아요.”학교를 그만둔 것도, 제대로 고민하지 못하고 과를 선택한 것도 어떻게 보면 아찔한 ‘실수’지만 남궁 군은 하나 하나를 자신이 선택한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그의 대학생활에 어떤 선택이 있을지, 최연소 재학생으로서의 그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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