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핀란드 교환학생 Lari(라리), Pekka(뻬카), Reeta(리타)

학교를 거닐다 보면 종종 낯선 친구들이 있다. 오히려 눈에 띄어서 낯선 친구들, 바로 외국인 교환
학생들이다. 생김새도, 언어도 다르지만 그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미래를
걱정하며, 과제나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맥주를 마시는 평범한 대학생들이다.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치킨과 맥주라던 Reeta(리타)도 바로 이들중의 한명이다.
‘노키아의나라’,‘ 자일리톨의고향’,‘20만개의호수’,‘ 백야’등 눈의 나라 핀란드에서 ‘동양속한국’이
궁금해 모험을 즐기러 왔다는 그들과의 유쾌한수다, 지금시작해보자.

  어색한 첫 만남, 그래도 유쾌하지!

  첫 만남에는 핀란드에서 본교로 교환학생을 온 Lari(라리), Pekka(뻬카), Reeta(리타)외에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 두 명과 이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버디 서준혁(경영·4), 지용현(경영·4) 학생이 모여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한국어 수업이 있던 그날, 조금 늦은 저녁식사에 불청객처럼 기자가 들이닥쳤다. 그렇게 어색하지만 오히려 어색해서 즐거웠던첫만남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버디들이 늦은 시각까지 함께 해준 덕분에 무사히(?) 인터뷰를 진행할수있었다.

  어느 나라나 통성명이 먼저이지 않은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다들 처음에는 어색한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당당하게 한국말로 인사말을 전했다. 우선 세 명 중 가장 연장자인 Pekka(뻬카)는 현재 환경화공학과에 재학중이다. 이어 장난기 가득한 Lari(라리)와 라리보다는 두살이나 어리지만 듬직해보이는 Reeta(리타)는 핀란드에서 경영을 전공한 터라, 한국에서도 경영학과 수업을 듣고 있었다. 세 명은 모두 각자 전공에 맞는 수업의 영어강의를 듣고, 일 주일에 정해진 시간에맞춰 한국어강좌를 듣고있었다.

  가장 황당했거나 놀랐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국으로 건너온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라리의 경우 경영학과 수업이 있던날, 수업을 하려고 복도를 지나가는데 강의실안에 모든 사람들, 심지어 교수님까지 일제히 라리를 쳐다보는 바람에 당황했다고한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이제는 이런 시선도 즐기고있다니 역시‘쿨’한친구였다.

  가장 황당했거나 놀란 경험은 아무래도 핀란드와 한국의 문화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핀란드 친구들과 한국 친구들의 가장 다른점을 물었다. 셋은 일제히‘독특한서열구조, 즉 깍듯한 예의’를 꼽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두 살 차이에도 언니, 오빠, 혹은 형님이란 표현으로 나이에 따라그구분이 명확한데, 서양의 문화가 그러하듯이 핀란드 역시 한두 살의 나이 차이는 말 그대로 Just Friends가 될 수 있는 문화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모습은 신기할 수밖에. 또 하나 놀라운 점이 있다면 모든 것을 함께 즐기는 우리 고유의 집단문화였다. 함께 점심을 먹고, 거기에 또 함께 저녁을 먹고,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고 밤늦도록 이야기를 하는 문화가 그들에게는 낯설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이런 문화에 금세 적응해서 맥주와 치킨을 즐긴다는 그들은 아무래도 이런 문화에 제격인듯 싶었다.

  사우나(sauna), 시수(Sisu), 보드카와 우유?

  핀란드를 대표하는 게 무엇이라는 질문에 그들이 대답한 건 바로 사우나(sauna), 시수(Sisu), 보드카와 우유. 사우나가 핀란드를 상징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라니 놀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찜질방과 사우나 문화하면 우리나라도 못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우나는 삶의 일부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생활과 밀착돼있다.

  그럼‘시수(Sisu)’는 뭘까? 시수는 우직하면서도 강인한 정신력을 지닌 핀란드의 국민성을 대변하는 단어란다. 수백년 동안 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그들 고유 문화와 언어를 지킬수있었던 것은바로이‘시수정신’이있었기에 가능했단다.

  그럼 우유에 보드카는 뭔가? 추운나라인만큼 술의 도수도 강해 보드카에 우유를 안주삼아 먹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우리나라처럼 맥주에는 치킨, 소주에는 탕같은 안주 대신 술과 우유를 먹다니… 과연 그게 어울려? 라고 반문할 정도로놀라웠다. 음식 이야기가 나온만큼 핀란드를 대표하는 음식을 물었다. 우리나라의김치나 국 같은 의미의 음식으로 순록스튜, 훈제연어, 미트볼 같은 음식이 대중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장 맛있는 한국음식은? 뻬카는 잡채와 치즈닭갈비를 꼽았고, 라리는 불고기, 신기하게도 리타는 치킨과 맥주를 꼽았다. 치킨은 핀란드에도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한국치킨이 가장 맛있다며 엄지손가락까지 치켜든 라리는 맥주에는치킨이라는 공식에적응한듯싶다.

  그들만의 ‘착각’ 그리고 ‘이해하기’

  핀란드에서 느꼈던‘한국’과직접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한국’과의 차이를 물었다. 세 명 모두 한국사람은 북한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전쟁의 공포를 느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큰 관심 없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어느 날은 수업중 사이렌이 요란스럽게 울리는데 아무도 심각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한국 사람들은 전쟁의 공포도, 북한에 대한 인식도 없다는 걸 느꼈단다. 어떻게 보면 자국민으로서 안타까운 모습이다.

  유난히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뻬카는 핀란드에서 생각했던 한국음식과 많이 달라 놀랐단다. 김치로 대표되는 한국음식이 많이 매울 줄 알았는데, 맵기는커녕 그녀에게 안성맞춤이다. 치킨과 맥주를 좋아한다고 했던 리타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돼버린‘대리운전’에 놀랐다고 한다. 핀란드는 주류와 관련된 법에 엄격할 뿐만 아니라 주인이 아닌 사람은 아예 운전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대리운전’이 그들에게 생소할수밖에.

  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을 먹을까? 아니다. 처음 한국생활에 적응할 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젓가락질이였다. 맞다. 그들에게 가장 어려웠던건 바로 이‘젓가락질’. 하지만 꼭 잘하지 않아도, 이미 그들은 불편 없이‘잘’먹는다.

  “라리, 리타 남산은 말이지…”

  서울에서 가본곳 중 가장 인상깊었던 곳을 꼽아보라고 했다. 과천 서울대공원도 나오고 할로윈 파티 때는 신촌에서 파티를 즐기며 나름대로 많은 추억을 쌓았단다. 하지만 가장 인상깊은 추억은 라리와 리타가 함께 간 남산이다. 그들 스스로도 남산에 도착해서 무안했다는…. 분명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커플들 천국이었을 남산에서, 둘은 나름대로 그들만의‘낭만(?)’을 만끽하고 왔다니 더욱 인상 깊었을것이다.

  리타는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돌아가겠다고 부모님과 약속했다는 리타와는 달리, 라리는 한국에서 일하는 핀란드인들과 함께 일하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만끽하겠단다. 뻬카는 내년 3월까지 제출해야될 졸업논문 준비로 아쉽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친다고 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그들에게 비춰질‘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마지막까지 좋은 추억으로 간직될 ‘한국’이길바라본다. See 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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