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탐색 기획 인터뷰 이미라(미디어ㆍ05년졸)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장학생 베이징 연구소 연구원




청년실업이라는 말이 너무도 친숙하게 들리는 요즘 4학년, 즉 졸업반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다. 인크루트 설문결과 2000년대 신입사원 이력서 지원 횟수가 70년대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나, 평균이력서 제출횟수가 13.9회에 달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취업공황상태라는 이 시대에 ‘학문’, ‘공부’, ‘연구’라는 말이 낯설게만 들리진 않는지.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분명 전공을 살려 계속해서 심도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 이들은 ‘공부’에 취업한 셈이랄까. 진로탐색 인터뷰에서 만난 이미라(미디어학부ㆍ05년졸)씨가 ‘공부’에 취업한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미라씨는 우리학교 미디어학부에 입학해 컴퓨터학부를 복수전공하고, 현재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과정 1년차에 있다.
이상적일지 몰라도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최고라며, 자신이 찾은 적성이 바로 ‘공부’이고, ‘공부’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미라 씨를 만나보자.

-진로를 ‘학업’으로 잡게 된 계기를 말해 달라.

처음엔 수학과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성격이 비슷할 거란 생각에 미디어학부에 들어왔다. 복수전공은 컴퓨터학부를 선택했는데, 두 전공의 수업을 들으며 할만하다 싶기도 했지만, 내 기대에 석연치 않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소모임의 선배가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를 추천했다.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전산분야의 이론에 강한 흥미를 느꼈고 교수님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원하는 바를 찾기 위해서 엇나갔던 퍼즐을 하나씩 꿰맞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턴쉽 경험이 내 적성을 찾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일랜드에서 인턴으로 있을 때 정말 즐겁게 회사를 다녔지만 공부를 안 하다 보니 뭔가 이상하고 어색했다. 좋은 곳에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때 진짜 내 적성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항상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적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들을 보면 딱히 적성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잘해 속상할 때가 많았다. 카이스트는 워낙에 한다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더욱 심했고, 허탈한 마음도 컸다. 하지만 결론은 즐기면서 한다면 남들 보다 느릴지는 몰라도 결국엔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일을 즐기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 게 없다. 진정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았다는 것이 더 기쁘고, 그것에 만족한다.


- 학부생활은 어땠는지 말해달라.

3,4학년 때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학과 공부에만 매달리기 보단 소모임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 때 프로그래밍 문제만도 몇 백 개는 풀었는데, 덕분에 문제 푸는 데 훈련이 됐다. 가입한 소모임 중 ‘ISTEAM’이라는 곳은 프로젝트를 위주로 하는 곳인데 들어가려면 시험도 봐야 하고 방학을 전부 투자해 스터디를 해야 하는 만큼 성실성을 많이 요구하던 곳이었다. ‘SCCC'는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진대회를 주로 준비한다. 각자의 곳에서 내 역할을 할 수 있었고, 그 소모임들이 아직도 잘 되고 있어 참 뿌듯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이면 미국에 위치한 UIUC대학교에 6개월 간 있을 예정이다.
많은 인재들이 모이는 곳인 미국에 꼭 가고 싶었다. 마침 카이스트에 전산이론분야의 권위자이신 교수님이 오셨을 때 미국에 가고 싶다고 어필했고, 정말로 같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UIUC는 전산분야에서는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곳이다. 최고의 학생들만 모이는 곳에 간다니 부담되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 학생으로서 다음에 올 학생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하고 싶다.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아시아 장학생으로 뽑혀 베이징 연구소에서 6개월 동안 인턴쉽을 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에서는 아시아 각 대학에서 박사과정 1년차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천을 받는다. 최종합격자를 선발해 베이징 연구소에서 6개월 간 인턴쉽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은 매년 5명이 지원 가능한데 이번에 고려대학생 1명과 내가 기회를 얻게 됐다. 일반적으로는 바로 인턴기회를 활용하지만, 나는 내년 6개월 간 미국에 위치한 UIUC에 아마 내년 가을쯤에 베이징 연구소에 가지 않을까 싶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수는 아니지만 숭실대 학생들이 매년 2명 쯤은 들어오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우리학교 출신들이 잘하고 있다. 몇 년 전 석사를 1등으로 마친 사람도 우리학교 출신이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기 때문에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좋은 평가와 앞으로 올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후배들도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나는 진로를 찾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또 고민했고, 그렇게 내 적성을 찾아갔다. 그만큼의 도전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학과공부 외에 소모임 같은 곳에도 다양하게 참여해보길 바란다. 그것은 대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즐길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고 나에게 맞는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행복이다. 그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