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벤처중소·4) 군은 작년, 겨울이 오는 문턱의 기말고사기간,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학생회관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았다. 그때 그는 카페베네(Cafebene)라는 카페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인도네시아 자바섬으로 올바른 커피문화를 배우며 현지에서 봉사를 하는 청년봉사단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보게 됐다. 그렇게 기말고사가 끝나고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그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은 그를 변화시켰다. 그 기억과 감성이 흐릿해지기 전에, 그가 겪었던 4박 6일간의 커피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사람에 대한 향기로운 추억을 우리학교 학생들과 공유해보고자 한다.

                       

 

 

 

 

루왁커피?

봉사는 반유양이 소재, 개인 로부스타 커피농장에서 진행됐다. 루왁커피의 생산과정을 배우고, 실제로 우리가 그과정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나는 커피에 대해 넓고, 깊은 지식으로 충만한 사람이 아니다. 대부분의 남자들과 같이 장기하가 끈적하게 부르는 200원짜리 싸구려 커피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커피 문외한도 알고 있는 커피가 바로 루왁커피다.
루왁커피는 잔당 4~5만원에 팔린단다. 그만큼 커피 중에서도 최고가의 커피인데, 이 지역에서만 살고 있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향고양이는 야행성 고양이과 동물로 수확철이 아닐 때는 아무거나 먹지만 커피수확철이 되면 잘 익은 커피열매만 먹는 영리한 고양이다. 고양이의 뱃속에서 커피열매가 적당히 수분을 흡수해 배설되기 때문에 커피의 맛이 일품이라 한다.
이렇게 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열매들을 모은다. 열매껍질인 파치먼트를 기계로 제거하면 속살인 순수한 커피 빈을 볼 수 있다. 그 후에도 참 손이 많이 가는데, 썩거나 불량 상태인 빈을 채로 골라내고, 빈이 타지 않게 쉴 새 없이 주걱으로 저어준 다음 이것을 빻아서 커피분말로 만든다.
맛은 어떨까? 일단 신맛이 조금난다. 그리고 쓰다. 하지만 향기롭다. 필터가 없었기에 분말가루가 침전되길 기다렸다가 조금씩 맛을 봤다.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우리가 만든 최고급 수제 루왁커피. 때마침 한 차례의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려줘 비와 커피가 만들어 주는 최고의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Coffee break를 즐겼다.

 

장비 준비완료!

톱·가위·비료·삽 등의 농장비를 챙겨 가지치기·거름주기 등 본격적으로 커피나무를 기르게 하기 위한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설명을 들어도 많이 서툴러 가지치기도 엉뚱한 것을 하였지만 조금씩 어떤 것을 제거해 주어야 하는지 눈에 보였다. 빨갛게 익은 열매가 바로 커피열매다. 처음엔 시퍼런 색이었다가 익게 되면 빨갛게 변한다. 빨갛게 생겨 일명 체리라고 불렸다.

 

아라비카 + 로부스타

인도네시아의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커피나무를 개량했다. 열매가 열리는 줄기 쪽과 영양분을 잘 흡수하고 강한 뿌리를 가진 서로 다른 종인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커피나무를 잘라 접붙이기를 해 작은 나무를 화분에 담아 기른 뒤 어느 정도 성장하면 농장에다 옮겨 심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각종의 장점들로 만들어진 커피나무를 통해 좋은 품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

 

대량생산 과정과 사향고양이

두 번째 날은 수작업으로 만든 루왁커피가 만드는 과정을 봤다면 이날은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에서의 커피제조 과정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바로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향고양이의 실체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본 고양이는 관광객을 위해 몇 마리를 잡아 가둬 놓은 것이다. 잡아둔 고양이의 배설물은 일반 야생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의 배설물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져 이 고양이의 배설물로는 커피를 못 만든다고 한다. 원래의 루왁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장이나 산에 널부러져 있는 고양이의 배설물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고 한다.

 

핸드픽(Hand Pick) 작업

생두 단계에서 첫 번째로 행하는 핸드픽은 돌과 같은 이물질과 결점두를 골라내기 위한 과정이다. 요리도 재료가 좋아야 맛있듯 꼼꼼한 핸드픽으로 결함 있는 재료들은 골라내고, 로스팅을 해야 맛있는 원두가 만들어진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이지만, 결점두가 0이 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책상처럼 생긴 것에 커피 빈을 쏟아 붓고 일일이 불량 원두를 골라내야 한다. 우리가 너무 꼼꼼했나? 꽤 오랜 시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한 자루의 원두도 걸러내지 못했다.

 

POST SCRIP

2010년 1월, 저는 카페베네 청년봉사단의 첫 번째 기수로 인도네시아를 다녀왔으며, 그동안 무심코 마셨던 커피에는 우리가 몰랐던 사람들의 땀방울과 눈물의 결실로 맺어진 열매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청년 봉사단 말고도 우리가 커피를 먹기까지의 커피 재배과정을 알게 돼 사람들이 앞으로는 좀 더 의미를 되새기며 커피를 마시게 되길 바랍니다. 6월경 2기를 모집해 여름방학 기간중 1기보다 더 긴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또는 다른 커피생산국으로 커피문화 배우기와 문화교류, 봉사 등을 목적으로 한 청년 봉사단을 전액 무료로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봉사를 다녀온 1기들은 봉사활동 UCC공모전, 전국 150개 매장에서 진행된 사진전 등을 열었습니다. 또 한 학기 동안 일정 활동비를 받으며 홍보대사로 활동해 본사에서 진행되는 커피교육, 서울 F/W 패션 위크 참가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2기에는 더 많은 인원을 모집한다고 하니 우리학교 학생들이 많이 참여해 한국인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작은 지역에 사랑과 희망을 전달함으로써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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