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열 교수의〈토론과 커뮤니케이션〉

“너나 잘하세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명대사로 꼽히는 이 대사는 우리 생활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에 논리적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흔히 이말을 사용할 경우 우리는‘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학생들은 이를 줄여서‘토커’라고 부른다. 토커생들이“교수님, 감사합니다.”라고 말
할 때마다, 나는“네,‘감’사오세요”라고 응답한다. 그리고 토커생들은 정말로 감을 사온다. 이것은 무슨 논리적 오류일까? 바로‘은밀한 재정의의 오류’이다. 우리는 이렇게 타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종종 논리적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그 오류는 커뮤니케이션의 답답함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늘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살아간다.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수업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그 답답함을 없애고,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백견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다. 백 번 보는것보다 그것을 해보는 것이 훨씬 큰 성과를 얻는다. 이론적 토대가 뒷받침되더라도 이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는 실생활을 위한 교양,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수업이 지향하는 바이다. 그래서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그 프로그램 중 가장 핵심이 바로‘실전 토론’이다. 글을잘쓰기위해서 다독(多讀)·다상량(多想量)·다작(多作)이 필요하듯,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전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실전 토론에서 학생들은 그간의 수업에서 익힌 것들을 직접 해보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둔다.

실전 토론은 한 학기의 중반 이후, 지금까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토론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시행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세 명씩 한 조를 이뤄 토론 팀을 짠다. 그리고 각 조 간에 열띤 토론전을 벌인다. 토론전은 예선과 본선으로 나누어 치른다. 본선은 수업 시간에 치르지만, 예선전은 공강, 야간, 주말, 공휴일 등에 행해진다. 학생들은 토론전 35분을 위해 자료 조사, 요약 정리, 입론 작성, 교차조사 만들기, 반박 준비, 최종 발언 정리, 팀원과의 의견 조율, 스피치 연습, 연기술 훈련 등 최소 2,3주를 고스란히 투자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실전 토론은 일종의 군대에서의 혹독한 유격훈련인 셈이다.

 “공항전신검색기 운영은 금지해야 한다.”오늘 실전 토론의 논제이다. 이 논제는 개인의 인권과 공공의 안전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치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논제이다. 탄탄한 준비와 확실한 논리로 무장하여 싸울 수도 있고, 마치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처럼 볼썽사나운 토론도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싸움을 행해야만 한다. 필요할 때는 논리(Logos)뿐만이 아니라 감정적인 호소(Pathos)나 권위(Ethos)를 이용하기도 한다.


토론전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어서 진행된다.‘찬성’과‘반대’가 아니다‘. 긍정’과‘부정’이다‘. 논제에 긍정
한다’혹은‘부정한다’라는 의미이다. 단순히 찬성과 반대로 나눈다면 자칫 공항전신검색기 운영에 찬성하는 것인지, 이를 금지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글을 읽을 땐 헷갈릴 리가 없을 것 같은데, 토론할 땐 헷갈린다. 정말.

토론 모형은 숭실대학교가 개발한 SSU 토론 모형을 채택하고 있다. 대부분 학생이 알고 있는 MBC 백분토론의 패널식 토론은 토론 자체가 루즈하거나 싸움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이에 반해 SSU 토론 모형은 CEDA 토론 방식을 기초로 하여 만든 것으로, 다른토론 모형보다 공격적이고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한순간 넋을 놓고 있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이러한 실전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수업에서 배운 이론을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법뿐만아니라, 준비과정에서는 필요한 정보의 습득과 정리, 논리 구축, 반론 예상등을, 토론 과정에서는 지식 통합능력,허점 간파, 임기응변, 자제 능력, 설득과 반박의 기술, 토론 매너, 역지사지의 원리 등을 터득할 수 있다. 이처럼 토론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다.


실전 토론이 끝났지만, 끝난 것이 아니다. 모든 실전 토론전은 녹화되어 그다음 수업시간에 영상으로 리플레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피드백 수업이다. 학생들의 표현을 빌리면,‘손발이 오그라들면서’본인 토론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한다. 75분 수업시간 내내, 영상을 하나하나 리플레이하면서 철저한 피드백을 해준다. 학생들은 피드백을 통해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지적받고, 고쳐야 할 부분을 알게 된다.


보통 이 과정에 가장 많이 지적받는 부분이 논리적 오류들이다. 앞서 <친절한 금자씨>의 피장파장의 오류를 비롯해,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논증의 오류, 개인의 정황에 호소하는 논증의 오류, 무지에 호소하는 논증의 오류, 정의에 의한 존재 강요의 오류 등우리가 생활에서 무의식중에 많이 범하는 오류들이 튀어나온다. 이러한 오류들을 바로잡는 것은 상대와 토론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보다 충실히 논증해 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토론 영상을 보며 얻는 것은 본인에 대한 피드백뿐만이 아니다. 토론을 잘하는 학생도 있고 익숙지 않은 학생도 있다. 잘한 학생의 토론을 보며 배울점들을 파악해 자신의 능력을 함양시킬 기재를 하나 더 얻을 수 있다. 이처럼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피드백 수업은 쉽게 접할 수 없는, 토론 능력을 함양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이 수업의 주인공은 철저히 학생들이다. 그리고 한 학기 수업은 학생들이 공연하는 한편의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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