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의 아들인 이삭(Isaac)은‘웃다’라는 뜻이다. 이삭은 아버지의 인생 만년에 닥친 신앙적 시련 때문에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25년간의 기다림 끝에 얻은 독자 이삭을 모리아 산 제단에 번제물로 바치라고 명하신 것이다. 즉 인신 희생을 요구하신 것이다. 당시의 종교 관습으로 볼 때 경건한 사람이 신에게 드리는 최고의 예물은 맏아들 인신희생이었다.


 아브라함은 야훼 하나님의 명령을 전적으로 믿고 순종한다. 브엘세바에서 모리아 산(예루살렘)까지 아브라함은 불과 칼을 들고, 이삭은 번제에 땔 화목(火木)을 짊어지고 영적 등반을 떠난다. 아버지 아브라함은 사태의 진실을 알지만, 이삭은 모리아산 번제에 쓰일 희생제물이 정작 자신이 될 줄 확실히 모른 채 걸어간다. 하지만 이삭은 당시의 맏아들 인신희생관습에 비추어 아버지에게 불과 칼, 화목은 있는데 번제할 ‘어린 양’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친히 준비하실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 안에 차오르는 공포와 전율을 간신히 다스린다. 이삭이 맏아들을 번제로 바쳐야 하는 아버지의 고뇌와 갈등을 어느 정도 감지하자 모리아 산 제단에 도착한다. 그 순간에 아버지가 비장한 표정으로 이삭을 결박하기 시작한다. 이때 이삭은 늙은 아버지를 밀치며 탈주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결박을 받아들이고, 번제단 위에 드러눕는다. 아버지의 도살용 칼이 이삭의 목을 향해 육박하는 바로 그 순간에 하나님의 극적 간섭이 일어난다. 이삭에게 겨눈 칼을 거두라고 소리치신 것이다. 대신 수풀 더미에 뿔이 걸린 숫양 한 마리가 번제물로 제공된다.


 이 모리아 산 번제단 결박 사건에서 이삭은 온유의 극치를 보여 준다. 이삭은 아버지와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그 번제단 도살 위기의 공포를 견디었다. 하나님을 믿고 아버지 아브라함을 신뢰함으로써 그 부조리한 상황을 견디어 낸 그 태도가 수동형 능동 신앙의 진수다. 성인이 된 이삭은 가나안 토착세력에게 우물을 세 번이나 빼앗기는 부조리한 압제를 당하면서도 하나님이 준비하신 더 크고 좋은 우물을 선사 받는다. 이삭은 부조리하고 잔혹한 현실을 편법과 복수심으로 대처하지 않고 절대 온유와 신적 인내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크게 성공하며 자신의 원수들에게까지 하나님의 사람, 중보자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숭실은 이삭처럼 부조리한 현실까지도 초극하는 절대 온유의 인재를 길러 내는데 집중하는 하나님의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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