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정 교수 (베어드학부대학)

스로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몇몇 학생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손을 든다.“그럼 성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또 몇몇 학생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손을 든다.“그럼 성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조금 더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든다. 20대를 위한 심리학 수업은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20대 대학생들.. 법적으로는 성인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휴대폰도 자기 이름으로 살수 있고, , 담배 구입도 자유롭고, 본인이 원한다면 혼인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힉생이라는 신분으로 부모님께 학비나 생활비를 보조 받는 것을 보면 독립적이며 자급자족이 가능한 성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여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성인의 지표는 결혼과 직업 세계로의 진입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학생은 결혼을 하지도 않았고, 뚜렷한 직업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대 대학생들은 스스로를 볼 때 어떤 면에서는 지신을 성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당당하게 성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조금 떳떳하지 못한 자세를 보이게 된다.

<20대를 위한 심리학> 수업에서는 우리 시대의 20대의 특징 중 하나를 사이에 끼인 시기라고 정의한다. 청소년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면서 성인이 되어 가는 과도기에 있는 시기가 바로 20대인 것이다. 이 시기에 대학생은 사랑과 직업에 있어서 다양한 가능성

을 탐색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까지 정해진 시간표에 의해 생활이 움직였다면, 대학생이 되면서는 나름대로 자신의 시간표를 짜서 움직이며 부모님의 간섭도 덜 받게 된다. 수업 이외의 시간에 동아리·여행·인턴·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배경이 다른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된다. 이렇게 펼쳐진 기회와 가능성 속에서 때로는 뭔가 정해져 있지 않음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러한 불안감은 대학생이 누리는 자유에 대한 대가

일 것이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 자신을 이해해가고, 대인관계 기술을 향상시키며, 직업관 및 결혼관을 세워 나가는 과업을 수행하는 시기가 또한 20대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너무나 중요한 기술과 세계관을 연마하는 시기인 것이다.

20대의 발달적 특징을 살펴본 후 학생들은 토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의 숭실대학교에서 20대를 보내고 있는 우리 숭실 학생들은 20대의 성공 지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대학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학생들은 여섯 명으로 구성된 조에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리고 각 조에서 논의한 내용을 수강생 전체가 함께 나눈다. 어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동아리·여행·

모전 등의 활동 및 경험을 강조하고, 어떤 학생들은 학점 관리를 강조한다. 연애 경험이나 대인관계의 기술 등 관계적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취업 문제로 고민이 많은 4학년 학생들은 스펙이 될 만한 활동에 좀 더 비중을 두는가 하면, 새내기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면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통해 어떻게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데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프로이드라는 심리학자는 인생의 성공을일과 사랑으로 보았다. , 자신의 적성에 맞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보았다. 우리 숭실 학생들이 논의한 내용도 종합해 보면 프로이드가 한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에 대한, 타인에 대한,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직업 및 대인관계에 대한 구체적 설계를 해 나갈 수 있다면 20대 대학생활을 잘한 것이 되리라.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심리사회적으로 성숙해 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의미 있는 대인관계를 만들고 유지해 가는 능력,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능력,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하면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가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면 진정으로 성공한 20대를 보낸 것이리라. 이렇게 시작된 수업은 학기 전반에 걸쳐 20대가 고민하는 여러 가지 주제

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학기초반에는 20대의 심리사회적 특성과 발달적 과업, 자기(self)와 관련된 여러가지 심리학적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존중감 및 자기효능감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 등이 소개된다. 중반에는 부모-자녀 관계, 남녀 차이, 사랑, 우정 등의 대인관계적 측면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증진시키고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도록 돕는 요건이 소개된다. 후반에는 20대가 고민하면서도 쉽게 꺼내놓지 못하는 동거, 음주, 인터넷 중독, 자살 등의 주제를 심도 있게 고찰해 본다. 학생들은 조별활동을 통해 20대의 고민을, 자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때로는나는 누구인가”,“나의 결혼관은등의 주제로 미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생

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보게 자신의 심리와 고민을 심리학적 용어

로 풀어낼 수 있게 된다. 자신은정체감 유예기에 있으며,‘권위적 양육방식을 가진 부모님 밑에서 자라났으며, 자신이 추구하는 사랑은친구 같은 사랑이며, 음주에 있어서잠재적 위험군에 속하기 때문에 조금 줄일 필요가 있으며 등등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20대를 위한 심리학> 수업에서 학생들이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또한 심리학적 지식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알아가면서 각 사람이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감사하게 된다.

학기에 개설되어 겨울 계절학기를 지나 이제 세 번째 학기를 맞이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이 호응하는 모습을 보며 20대를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이 참 필요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수업이 숭실 학생들에게 자신을 성찰하고 심리사회적 발달 과업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인생을 건설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정말 의미 있는 교양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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