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을 읽고 나서

 

우리는 노력에 의한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닌 사회적 지위에 따른 결과를 얻는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를 가리켜 정의롭지 못한 사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일까?《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정의를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공리나 행복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추구, 둘째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 셋째는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두 번째 방식인 자유지상주의자들의 정의관을 선호했다. 모든 사람들의 출발선이 동일하다면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얻어지는 이익은 정당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경쟁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출발선이 동일하다는 데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모든 사람의 출발선이 동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그 출발선을 조정하지 않고 경쟁을 부추기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세 번째 정의관, 공동선의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선의 정치 역시 정답은 없다. 어떤 사회에서는 시민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강조할 수도 있고, 어떤 사회에서는 도덕을 강조할 수도 있다.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정의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정의관들이 충돌한다. 정의관 충돌의 대표적인 예로 무상 급식을 들 수 있다. 무상 급식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학생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므로‘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다. 반면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무상 급식은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돌역시 공동선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나의 정의관이 어느 상황에서나 언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를 반성하게 되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말하면서 동성애의 법적 혼인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한 예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정의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날 수 있었고, 정의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정의관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동선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평강(정치외교·2)

 

이평강 학생의《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멘토평

《정의란 무엇인가?》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20여 년 연속‘정의’라는 과목으로 매년 천여 명에 이르는하버드 대학생들을 매료시키고 감동시켜 왔다. 마이클 샌델과 한국의 뜻깊은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한국 철학회의 초대로 한국을 방문하여‘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주제로 강연하였고, 현재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의 김선욱 학장님과 전주 한옥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인터뷰내용을 바탕으로 짐작해 보면, 샌델의 인기 비결은 어려운 철학을 스토리텔링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점이다. 구체적 맥락과 현실에 대한 이해로부터‘정의’라는 주제를 이끌어 낸 덕분에 대중의 공감을 얻고 변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김평강 학생은 이 책을 읽고‘정의’의 핵심을 잘 정리하고 있다. 샌델에 따라 정의를 공리나 행복의 극대화, 선택의 자유, 공동선으로 구분하고 이 중 세 번째 공동선을 주장하는 맥락을 잘 짚어 내고 있다. 김평강 학생은 정의의 두 번째 방식인‘자유지상주의’를 선호한다. 자유지상주의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출발선이 동일하다면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얻어지는 이익은 정당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는 모든 사람의 출발선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샌델의 주장대로 공동선의 정치가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김평강 학생은 무상 급식의 예를 들어 잘 이해하고 있다.

 샌델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자유지상주의와 공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도덕적 가치와 종교적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위해 그는 고대 아리스토텔레스의‘덕’과‘선한 삶’의 개념을 빌려 온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복한 삶이란 개인의 쾌락이 아니다. 그것은 덕과 선이 실현된 삶이며, 타인과의관계에서 덕이 실현될 때‘정의’가 되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정의가 지나치게 개인의 자유와 효율성만 추종하여 왔는데, 샌델의 주장을 통해 사회적 균형을 기대하게 된다.

박연숙(베어드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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