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오마이뉴스

이번 13일, 우토로에 대한 취재로 김재범 감독과의 만남이 있었다. 우선, 그는 숭실대 철학과 86학번이고 당시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90년 숭실대 ‘영사위’를 발족시킨 초대회장이다. 그리고 부산 국제 영화제 제 2회에서 연출 작품이 초청작으로 출품 되면서 정식으로 감독 호칭을 얻기도 했다.


 [아름다운 게토]를 찍게된 계기는?


90년대 중반 쯤 우토로 문제를 방송에서 접한 것도 있고, 영화하는 사람들끼리 소재가 좋다는 이야기가 오간 것도 있다. 소재로 삼기엔 훌륭하지만 그쪽 사정이 굉장히 극적인 것의 연속이었던 만큼 제작 기간도 부담만 될 것 같아 다들 망설여 하는 분위기였다. 나도 처음엔 망설였지만 한두번 가다 보니 어느 새 정이 쌓여 궁금해지고 결국은 내가 맡게 됐다. 그러면서 8년이란 세월을 다큐 찍는데 보내게 된 것 같다.

 
다큐 제작과정은 어땠나요?


우선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이건 돈이 안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내 돈이 나가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동료 영화인들 덕택에 잘 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우토로의 악화되어 가는 상황 때문에 마무리에 대한 의문도 들고. 1999년부터 시작된 일본 민간 기업체가 우토로 마을에 건 소송은 정말 최악이었다. 소송 결과에 항소와 패소를 반복하다 대법원까지 갔는데 결국 대법원조차 일본 민간 기업의 손을 들어주더라. 이런 상황이면 폭력으로써 우토로 주민들을 내쫓는다 해도 별다른 방도가 없다. 하여간 한국 정부, 여러 재단, 우토로 대책 협의회 등의 관심 끝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 다큐가 완성될 수 있는 길이 보인 것이다. 이렇게 끝내겠다는 생각은 작년, 그러니까 2007년에 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8년이 흘렀고 올여름쯤엔 [아름다운 게토]를 좀 끝내 볼 생각이다.


다큐를 제작하며 느낀 점은?


우토로가 여러 매체에 조금씩 보도되면 사람들은 잠깐 감상적인 관심을 보이지만 적어도 며칠 지난 후 진심을 다해 ‘우토로는 지금 어떨까’라고 질문 던지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또 50년 넘게 한국 정부도 그쪽 사정을 알았지만 일명 ‘무지원적 형평성의 원칙’ 때문에 그냥 지나쳐 온데다 국민들도 역시나 관심이 없었다는 거다. 그렇기에 더욱 죄송하다. 왜냐하면 내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난 우토로 사람들의 삶이 잘 드러나도록 다큐를 찍는 게 내 일이자 임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사람들 간의 연대감에서 오는 것 아닌가. 한국정부와 우토로 주민, 일본정부와 우토로 주민과의 그것. 단지 난 그 연대감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고. 또한 내가 많은 지인들 도움 덕에 작업이 좀 더 수월했는데 그것도 일종의 연대감이기에 이 다큐가 무사했던 것 아닌가.


김감독님의 앞으로의 활동 방향은?


사실 대학 졸업 후, 극영화를 한번 다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뭔가 나랑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적으로 영화의 원조는 다큐며, 사실적인 예술로서 다큐가 먼저고 그 이후에 온갖 연출을 필요로 하는 극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난 그저 현실적 영화파를 추구할 뿐이다. 단지 예쁜 여배우 캐스팅, 분장, 상황 조작 등이 맘에 들지도 않고, 난 실제 눈물과 실제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더 좋을 뿐이다. 극영화는 100억을 줘도 절대 실제를 흉내 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살아있는 한 다큐를 지속적으로 다뤄 볼 생각이다. 



 


 

게토란?

중세 이후 유럽 각 지역에서 유대인을 강제 격리하기 위해 설정한 유대인 거주 지역, 이탈리아어이며 어원은 히브리어 ‘절연장(絶緣狀)’을 뜻하는 ‘get'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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