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권력 의지의 표상으로서의 야곱

체코의 신학자였던 얀 밀리치 로흐만은 《무신론자를 위한 예수》라는 책에서 야곱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를 무신론자들이 전범으로 삼아야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야곱은 차자로 태어났으나 장자가 되기 위해 투쟁해 장유유서의 질서를 극복하고 장자가 되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야곱은 흔히 형의 장자권을 사취한 사기꾼, 비열하고 경쟁적인 각축자로만 알려져 왔지만 이것은 피상적인 평가다. 야곱은 자신의 인생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위험과 모험, 고난과 박해를 자취하는 아주 창의적이고 책임감 넘치는 인물이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은 장자 콤플렉스로 설명된다. 고대 셈족사회에서 장자는 부모의 영적 자산과 물리적 자산을 상속받는 자이면서 부모가 남겨준 땅을 관리해 세상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지도자적인 가부장이었다. 그것은 명예이기 이전에 혹독한 책임의 자리였다. 가부장적권위는 가문과 식솔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중개하는 권위였고 더 공동체에 가문의 참여와 기여를 주도하는 자리였다. 야곱은 과연 아머니 리브가의 뱃속에서부터 에서보다 먼저 세상에 나가려고 경쟁했다. 장자가 되는 것의 의미를 마치 뱃속에서부터 아는 자처럼 행동하다가 마침내 에서의 경거망동과 성급함, 장자권 경시 등의 자질 결핍을 이용해 장자권을 매입하고, 아버지 이삭의 가문전승의 축복을 상속받는다. 야곱이 받은 가문적 수준의 복은 후손 번성,가나안 땅 점유, 그리고 이웃과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 유통 사명이었다. 야곱이 추구한 권력은 사사롭고 이기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권력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님의 복을 유통시키는 통로가 되고, 즉 장자가 되려는 공적인 대의명분이었다. 야곱은 세상에 매몰되기보다는 세상을 바꾸려는 거룩한 권력 의지가 강했던 인물이었다. 거룩한 권력의 지자는 타자를 예속시키고 그 대가로 자신의 비릿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자가 아니다. 세상의 대세와 불합리한 질서와 체제에 순응하기보다는 사회의 공동선을 창출하기 위해 세상을 변혁하려는 지도자적 의지다. 야곱의 장자권 추구는 운명, 대세, 경직된 수구 질서의 전복을 위한 권력 의지였다. 숭실의 지성인들에게 이런 거룩한 권력 의지가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동작구청장직이 국회의원직에 숭실의 청년들이 도전할 날을 앙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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