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마음을 얻는 지혜)”를 읽고서

 

 고2 때부터 나는 누군가와 함께 토론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곧잘 나서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나는 자신감과 확신, 추진력 같은 능력들을 얻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력만큼 늘어나는 건 타인과의 잦은 충돌과 그로 인해 오는 스트레스였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성미 탓에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게 원인이었다. 문제를 고쳐야겠다고 느낄 즈음, 나는 입시와 입학을 거치면서‘듣는 것의 부재’에 대한 고민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행정학부 모의국무회의의 대본을 학과 선배와 동기들과 함께 만드는 기회가 생겼고, 대본을 쓰면서‘듣지 못하는’내 모습과 과거의 고민들이 떠올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접하게 된 책이 R경청R이었다. 평소 음악 듣기는 좋아하지만 주변의 이야기엔 닫혀 있는 이토벤은 종양으로 인해 청력의 문제가 생김과 동시에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자신의 아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바이올린을 만들겠다며 재직하던 회사의 공장으로 내려가게 되고, 자신처럼 듣는 것에 인색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결국 경청의 참뜻과 주변 사람들의 신임, 행복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는 청취의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던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특히 고2 때 활동했던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에서의 김지수 팀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경청하지 않고 의견을 밀어붙이는 것이 사람들을 이끄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듣지 않았고 말하기에 바빴다. 팀원들의 잠재력과 꿈보다 내 의견이 우선시되었던 잘못된 모습이었다.

 세상은 점차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고 우리의 지식과 문제점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개인이 지닌 지식이 분명한 한계를 가지도록 만들었다. 이젠 들을 수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공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듣지 않고 이야기만 하던 내게 이 이야기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던 과거를 반성함과 동시에, 타인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선사해 주었다. 특히 정치라는 또 다른 경계를 넘어 보고 싶은 내게 듣기의 의미를 되새겼던 이 시간은 매우 소중하기까지 했다.

김지수(행정·2)

김지수 학생에 대한 멘토평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야 공천 후보들은 이제 저마다 선거공약을 발표하며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소리 높여 주장할 것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국민들은 잘듣고 판단하여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또한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자신들의 주장만 앞세우지 말고 싸움이 아닌 정책으로 유권자를 설득하고, 사람을 공격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바로 이 점에서 조신영과 박현찬이 공동 집필한 《경청》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지수 군은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자신의 성격을 고치려고 고민하던 중에 행정학부 모의 국무회의의 대본을 쓰면서 《경청》을 읽게 되었다. 《경청》의 주인공 이토벤은 평소 남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심지어 자신의 목소리조차 듣지 않는 성격으로, 어느날 건강검진결과 뇌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되어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아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바이올린을 만들어 주는 작업을 통해 악기 제작팀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듣는 것에 인색했던 팀원들에게 마음의 공명을 일으키는 데 성공하는 주인공 이토벤의 변화를 보면서 김지수 군은 감정이입이 되어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

 독후감 마무리에서 이 책을 통해 듣기의 참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김지수 군은 앞으로 정치에 도전해 보겠다는 꿈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은 겸손한 경청을 의미한다고 볼 때, 잠재력 있는 예비 정치인 김지수 군은 이미 중요한 요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제논(Zeno)' 이라는 그리스 철학자는“사람이 눈은 둘, 귀가 둘, 입은 하나인 이유는 많이 보고, 많이 듣되, 적게 말하라.”고 가르침으로써‘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겸손하게 상대를 인정하며 말하기를 절제하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의 길인 것이다.

김경숙(베어드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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