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자연계에서 관측되는 현상을 이론으로 정리한 큰 공을 세운 과학자다. 처음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본 사람은 그가 아니지만, 그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생각해 냈다. 그런 새로운 발상에 사람들은 그를 현재까지도 최고의 과학자로 꼽는다.
 본교에도 새로운 발상으로 콘크리트 재료의 복잡성을 단순하게 이론화한 건축학자가 있다. 지난 18일(일) ‘미국 콘크리트학회’로부터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건축학부 최경규 교수를 만나 봤다.

편집자

 

이번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논문은 어떤 논문인가?
 ‘콘크리트’라는 재료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용된 재료고, 원소의 비율이 땅과 가장 비슷한 재료다.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콘크리트를 대체하기 위해 더 좋은 재료를 개발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지구와 가장 비슷한 재료인 콘크리트가 가장 자연스러운 재료였다. 아마 앞으로도 가장 오래 사용될 재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콘크리트를 이해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여러 단계로 나눠져 있는 강도를 이해하고, 콘크리트가 발휘할 수 있는 성능이 어디까지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알아야만 정밀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설계가 가능하다.
 또한 콘크리트가 파괴되는 데에는 다양한 파괴 요소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 중에서 ‘전단파괴’라는 것은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외형적으로 특별한 징후없이 ‘꽝’ 하고 콘크리트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콘크리트 구조 설계를 하는 데 있어 주의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심지어 전단파괴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회의론까지 나왔을 정도로 난해하다. 이런 콘크리트의 난해함을 두 가지 핵심적인 식으로 간단히 설명해 낸 내용이 이번 논문에 실렸다.

 

콘크리트의 복잡함을 간단한 이론으로 설명한 이 논문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
 현대 건축 기술로는 800층의 초고층 건물까지 짓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건물들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이론과 실험 연구가 계속 진행되지만,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실험에 근거해 ‘이 정도면 안전하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식을 세운다. 복잡한 이론들에 대해 학자들 간에는 아직도 논란이 많을 정도로 무언가를 이론적으로 완벽히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건물은 지어야 한다. 이론 연구, 실험을 위해 지어 달라는 건물 공사를 늦출 수 없기 때문에 경험적 설계 방식을 이용하게 된다.
 이론 연구는 복잡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실무 설계자들이 복잡한 이론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이론 모델이 사용될 가능성도 적다. 또한 이론이 어렵고 복잡할수록, 실제 건축에 적용해 보면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아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번 논문은 이론 모델이지만 쉽고 간단한 이론이다. 학부 2,3학년 정도의 지식을 근거로 해서 만들어 낸 이론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고, 실제 실험을 통해서도 검증이 됐다. 쉽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이런 장점들이 앞으로의 건축 설계에 있어 어떤 효과들이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콘크리트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사람들은 다양한 노력을 한다. 여러가지 화학적·물리적인 첨가제를 넣어 보고, 그럴 때마다 새로운 설계식들을 도입한다. 경험적인 설계를 해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건에서 검증이 안 되면 또 다른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는 좋은 재료가 개발돼도 검증이 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설계식은 1970년대까지 사용했던 중·저강도 콘크리트에 의한 설계식들이다. 그러나 현재 초고층 건물들을 짓기 위한 콘크리트는 그것들의 강도보다 2,3배가 높다는 고강도 콘크리트다. 이를 이용해 건물을 지으려면 또다시 새로운 실험을 재현해야 한다.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론이 다양한 건설 재료에 동일한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으로 보인다. 또한 변형과 강도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이론이기 때문에 내진 설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회의론까지 나온 콘크리트의 복잡함을 식으로 간단히 설명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가?
 파괴라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다양하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결국은 재료가 갖고 있는 강도가 인장(잡아당김)으로 파괴되는 것과 압축으로 파괴되는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이는 학부 2학년 재료역학 수준의 개념이다. 이런 기본적인 개념이 결국엔 다양한 부재의 파괴를 다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또한 여러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통합적 이론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설계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상을 수여한‘미국 콘크리트학회’는 어떤 학회인가?
 1904년에 설립이 됐으며, 현재 미국의 콘크리트 구조 설계 기준을 만드는 곳이다. 미국의 건축이 세계의 경향을 많이 주도하기 때문에, 캐나다와 우리나라 등 21개국의 설계 기준이 이곳에 근거해 만들어진다. 학자들 욕심에는 이런 권위 있는 학회가 매달 논문을 출판해 주면 고맙겠지만, 이곳은 엄밀한 심사를 통해 두 달에 10편 정도의 논문을 출판한다. 이렇게 1년에 60편 정도 실리는 논문 중에서 구조 분야와 재료 분야로 나눠 각각 1편씩 최우수 논문상을 수여한다. 이번에 수상한 나의 논문은 2009년에 낸 논문이며, 2010년에 출판됐다. 특히 이번 수상을 통해 우리나라 설계 기준의 일부를 변경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설계 기준을 변경한 선례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주 많은 논의와 발표, 공청회, 합의, 토의 등의 과정을 통해 주요 설계 기준이 변경됐다. 그 과정에서 이론의 논리성도 큰 힘이 됐지만, 학회에서 받은 상의 권위 또한 학자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실어 준 것 같다.

 

연구하는 학자가 되기까지 공부를 하는 데 힘든 점은 없었나?
 공부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공부를 하며 회의를 많이 가졌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꼭 그 방법밖에 없는지에 의문이 갔다. 이처럼 학생들도 달랑 식만 외워서는 안 된다.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그 방법이 해결책이 되는지 더 개선될 수는 있는지와 같은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학자인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대학에 왔다면 우선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논리에 빠져 드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하고 있는 공부가 실제 왜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필요하다. 단순히 “졸업해서 취직하려 하죠.”라는 이야기는 답이 되지 않는다. 그 과목에서 배우는 이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꼭 그렇게 돼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해하려 하고, 반문해야 한다. 스스로의 이해 없이는 당장의 시험은 잘 볼 수 있어도, 그 이론을 활용할 수는 없다.

 공부는 잘하는데 연구를 못하는 학생, 연구는 잘하는데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후자의 경우가 더 좋은 공부를 한 학생인데, 식의 섬세한 부분은 모두 이해 못 했어도 전체적인 의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전자의 학생이 성적은 더 잘 받을 수는 있다. 시험 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은 시험 범위만큼의 지식으로 평가 받을 수 없다. 지식이 체득되지 않으면 후에 무언가를 이뤄 낼 수가 없다. 부디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길 바란다. 그것을 통해 학문을 스스로에게 적용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논문 연구가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연구를 하는 데 얼마나 걸린 것인가?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검증하는 것은 이틀 정도 걸렸다. 비록 그 뒤 논문을 작성하는 기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예전 연구는 두 시간 만에 끝난 것도 있었다. 어떤 연구는 1년에서 3년까지도 걸린다. 장기간에 걸친 연구도 좋은 학회지에 실렸지만, 단기간에 연구한 논문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약간 아이러니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 분야에 잘 숙성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어느 순간 무언가가 번쩍하고 보인다. 학생들도 자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확신을 갖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언젠가 어떠한 형태로든 본인이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건축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웃음).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전공을 갖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선택한 후라 바꿀 수 없다면, 마음을 붙이고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곳에서 재미가 생기게 될 것이다. 항상 공부하는 분야를 의심하며, 이 분야는‘내 길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발을 딛지 못하면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면 결국 수업을 듣더라도 성적을 따기 위한 도구가 된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것은 좋은 공부법이 아니다. 마음을 붙이고 배우는 과목에서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지를 몸과 마음으로 느꼈으면 한다.

 

건축 구조 설계 및 해석을 연구하는 건축학자로서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설계 기준은 미국에 많이 의존돼 있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부터 바꿔나가 우리나라만의 독립적인 설계 구조가 생겼으면 한다. 구조 설계는 여러 구조로 나뉜다. 그 중 핵심 설계는 다른 설계에 비해 기간이 짧지만, 경제적 가치가 나머지 설계보다 10배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설계들은 우수하지만, 핵심 설계 부분이 미약해 미국에 많이 의존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연구 경험과 건축 조건을 반영한 우리만의 설계 기준이 필요하다. 한국의 독립적인 설계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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