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이 끝났다. 지난 학우들의 생활을 면면들이 들여다보고 과연 나의 방학생활은 어떠했는지 되짚어 보기로 하자. 기나긴 방학 동안 우리 학우들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그 다양했던 체험속에서 얻은 좋은 추억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주

 

안정수(정통전·4)   


 내 겨울방학 목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는 것이었어. 그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은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과 우리학교 필리핀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었지.


 졸업도 하지 않은 내가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일할 수 있었던 건 우리학교 97학번 오세훈 선배의 도움이 컸어. 인지도 높은 사진작가인 선배가 작년 4월 10일에 ‘디카동’이라는 사진커뮤니티를 오픈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거든.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좀 다룰 줄 알았던 터라 나도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 프리랜서 운영자로서 프로그램버그 수정, 커뮤니티 서비스 기획 등의 일을 맡았는데 꽤 재밌게 일한 것 같아. 방학기간에는 커뮤니티 회원들의 활동이 위축돼 흥미있는 서비스를 기획하느라 고생도 했지만, 곧 취업을 해야하는 나로서는 사회경험도 하고 스스로 돈을 벌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어. 커뮤니티 운영하는 일은 앞으로 학기 중에도 계속할 생각이야.
 필리핀해외봉사의 경험도 방학 동안 얻어낸 큰 성과라고 생각해. 더운 날씨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아직 머릿속에 해맑은 필리핀마을 아이들의 모습이 남아있는걸 보면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온 것 같아. 봉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계기였고, 타지에서 졸업과 취업에 대한 복잡했던 생각들을 잠시나마 잊고 지낼 수 있었으니까.


 이번 방학생활에 점수를 굳이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 주겠어. “10대에는 사랑을 해보고 20대에는 독립을 해봐라”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스스로 독립해 다양한 경험을 했던 시간이었거든. 하지만 4학년으로서 학업에 조금은 소홀히 했고 프리랜서를 하면서 학생의 시각은 잃어버린 채 냉소적인 시각으로만 살았던 것 같아 아쉬움도 남아.

 

김재인(법학ㆍ2)


 이번 방학동안 솔직히 구체적으로 목표한 계획은 없었어. 남들처럼 어학 공부를 준비한 것도 아니고 체력단련을 한 것도 아니고, 결국 방학을 한달정도 남겨 놓은 상태에서 나랑 뜻이 맞는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공모전을 준비했지. 모기업 마케팅 공모전이였는데, 나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어. 방학동안에도 학교에 나와서 서로의 생각을 의논하고 그를 바탕으로 마케팅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이야기 했지.
 법을 전공하는 나로써는 마케팅 분야는 늘 새로운 분야였어. 마케팅에 종류도 너무 많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도 몰랐지만 같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마케팅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나는 배우는 입장이였지. PPT자료를 만들기 위해 사전 시장분석과 자료조사는 물론 그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무수히 쏟아 졌지. 결국 우리가 원하는 마케팅 전략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써가는 과정을 이번 기회를 통해 배웠어. 경영학에서 쓰이는 용어도 배우면서 말이야. 솔직히 우리는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어떤 결과를 바라보기 보다는 그 과정을 중시했던 것 같아. 처음 다 같이 모여 했던 공모전이 였기 때문에 서로 배우자는 입장이였어. 결과는 마감전까지 초를 다투며 PPT를 만들어야 했고, 제출마감 데드라인까지 입이 바싹 바싹 마를 정도로 긴장했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했던 공모전 준비였기 때문에 상을 바라진 않아. 그래도 약간의 기대는 하지!(웃음) 이번 방학 동안에 나름 공모전 준비에 대한 발판을 마련했던 계기였다고나 할까!

 

김혜란(산업정보ㆍ06)


58일간의 배낭여행, 세상을 사는 여유를 얻은 소중한 체험.


 인도에서 돌아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개강이라니!!! 아직도 바라나시에 있는 갠지스 강을 바라보며 아침에 요가를 하던 기억이 새록 새록 나는 군. 나는 이번 겨울 방학 동안 장장 58일동안 인도, 태국, 캄보디아, 네팔로 친구 한명과 배낭여행을 떠났어. 혼자서 인도로 여행을 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그것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지.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기나긴 여행을 한번에 풀어내기가 어려워. 우선 우리의 배낭여행 일정을 따라가면 태국에서 3~4일, 캄보디아에서 3~4일, 태국에서 6일간, 나머지 시간을 보냈어. 국경을 넘나들며 보냈던 그 시간들을 잊을 수가 없어서 아직까지 여행에서의 순간순간들의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우선 나와 내 친구는 인도를 가기 전에 태국과 캄보디아 네팔을 경유하면서 그곳에서 몇 일씩을 묵었는데 여기서 보냈던 경험들은 아마 앞으로도 다시 하기 힘든 경험들일꺼야. 네팔 치드완에서는 흥정을 한 덕분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네팔의 하늘을 나는 경험을 했어. 게다가 정글 투어라는 것도 했어. 나보다 한살어린 영국과 스웨덴에서 온 친구들과 코끼리를 타고 정글투어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정글에 대한 무서움 보다는 즐거움이 앞섰지. 우리와 동행했던 영국친구와 스웨덴 친구는 정글 투어를 하는 도중에 너무 겁을 먹어서 인지 몸살을 앓기도 했지. 남자애들이 어찌나 연약하던지...(웃음) 그렇게 네팔에서 2박 3일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한 우리는 태국으로 넘어갔어. 솔직히 여행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국경과 국경을 넘나드는 순간인데, 10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넘게 90도의 철제의자에 앉아 덜컹거리는 버스와 기차를 타며 이동하는 순간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는지... 내가 다 신기할 정도야.


 태국하면 많은 사람들이 카오산 로드를 떠오르지. 우리도 역시 카오산 로드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이곳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어. 그곳은 세계에서 모인 여행객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지. 낮과 밤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늘 화려한 네온사인과 길 거리에 모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이곳에서 여유로움을 느끼기란 어려웠지. 카오산 로드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도심부로 들어가 팔레스 궁전같은 유적지들을 보며 관광도 하고 영화도 보고, 현지에서 쇼핑도 하고, 특히 파타이라는 볶음면 요리는 아직도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었어. 태국에서는 여유를 느끼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치며 다양한 문화를 배웠던 좋은 경험이였어.


 인도로 일정을 옮긴 우리는 정말 생활의 여유란 이런것이구나를 절실히 느꼈지. 5일 정도는 수행자들을 뜻하는 사두(바바)들에게 요가를 배웠어. 갠지스강 주변에는 시체를 태우는 가트라는 장소가 있는데 붕대로 칭칭 감은 시체들을 화장하는 장면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됐어. 어찌나 기분이 묘하던지. 인생에 대한 허무함 보다는 역설적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생각과 명상과 여유라는 삼박자의 조화를 느꼈던 것 같애. 또 인도사람들은 우리와는 달리 생활 자체에 ‘여유’라는 것이 묻어나 있어. 상점을 방문 한 사람들이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모두가 친구가 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 ‘돈이 뭘 중요해. 친구가 더 중요하지.’ 라고 말하며 짜이(밀크티의 일종)을 건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터놓는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따뜻해져. 한국으로 돌아올 때 반지가게 주인이 나와 내 친구를 위해 직접 만든 반지를 건네줄 때는 눈물이 핑 돌았어. 물론 한국에 와서도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긴 해.


 이번 여행을 통해 난 행복의 척도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 인도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일상속에 다시 던져졌지만 삶의 여유를 즐기며 생각의 폭을 넓혔던 좋은 시간이였어. 늘 No Problem이라며 말하던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긍정적인 생활과 다양한 문화권사람들과 만나며 그들의 문화를 익혔던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 벅찬 58일간의 여행을 통해 나는 내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진 값진 시간이었어.

Tip
58일간의 여행을 하면서도 든 여행경비는 200만원! 12월말부터 2월까지는 동남아 지역의 비행기 티켓 값이 비싸므로 미리 10월 초에 표를 예매해두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경유를 통해 가는 경우라면 더욱 더! 인도를 가서 물건을 구입할때는 여행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애초에 반값을 부르면서 표정변화를 살피며 적정가격을 부른다.

 

 

노경규(화학ㆍ2)


 뭐랄까, 겨울방학 목표는 솔직히 지금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게 정말 계획과는 다른 생활을 했거든. 여름방학보다 시간여유도 더 있는데다가 이제 한 학년이 올라가는 만큼 준비를 많이 해보고 싶어서 계획만은 원대하게 세웠어. 특히 ‘꼭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부분은 어학공부였어. 영어교육이 최근 강조되고 있는데다가, 2학년 때 들어야하는 토익800과 Practical Reading & Writing 수업을 더 열심히 듣고 싶었거든.
 처음에는 혼자 하려고 했는데, 확실히 나태해지더라. 아무도 관리해주지 않으니까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해야지’라는 게으름으로 시간을 많이 허비했어. 게다가 잘 모르는 게 나올 때는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 찾아보고 익혀야 하는데, 그것도 힘드니까 그냥 넘어가버리다 보니 모르는 게 늘어나 공부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더라구.


 그래서 학원을 신청했는데, 안타깝게도 게임에 빠져버렸지 뭐야. 방학동안에 와우 만렙을 찍었어. 게임에 그렇게 열중하는 바람에 학원 갈 시간인데도 ‘이것만 하고 가야지’ 그러다가 학원을 빠지곤 했지. 이래저래 불성실하게 학습한 방학이었어. 그래서 방학 끝나기 전에 토익 2월달 시험을 봐서 800점을 따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결과적으로는 시험도 치지 못했어. 2월달 시험 접수기간이 됐을 때도 목표한 것의 절반도 채 공부하지 못하고 있었거든.


 생각해보면 많이 아쉬워. 학기 중엔 학점 관리하느라 따로 공부할 시간내기가 어려운 만큼 방학때 열심히 해 좋은 성과를 얻어둘걸. 그래서 다음 여름방학때는 이번 일 같은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로 결심했어. 또, 나 같은 경우에는 의지가 약하고 놀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니까, 혼자 하기보다는 친구 또는 모르는 걸 알려줄만한 선배와 공부해 능률을 높이고 의지를 굳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실적으로 보면 F를 받는게 당연하겠지만 약간이나마 깨달음을 얻었다는 점에서 나한테 C-를 주기로 했어. 점수로 따지면 한 60점 정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정말 열심히 할 거니까, 다음 방학이 끝날 때쯤에는 꼭 나에게 계획한대로 실천했다는 A를 줄 수 있도록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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