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를 읽고서

  쿵푸(공부)하는 인간이란 뜻의‘호모 쿵푸스’는 곧 책 읽는 인간, 호모 부커스라고 명명한다.


  ‘개인적 취미나 교양’으로 간주되어 온 독서와‘실용적 지식을 배우는 것’이 공부라는 이분법에 길들여진 통념을 깨는 말이다. 고미숙 작가는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는 수단적인 공부가 아닌 내 삶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는 공부를 강조한다. 나 역시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했던 것들은 이미 많이 잊혀졌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독후감 쓰기나, 토의·토론 시간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정적일 수 있는 생각을 친구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넓혀 갔다. 더불어 선생님의 보충 설명을 들으면서 더 자세히 고민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분명 호모 쿵푸스가 말하려는 부분도 이와 같다고 본다. 즉 생각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질문이 없는 학교’다. 학문의‘문(問)’은 물을 문이다. 하지만 학문을 닦는 학교에는‘질문’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공부하지 않고,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시험에 무엇이 나오고, 어떤 것이 답인지가 중요한 오늘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더 깊게 탐구할 이유를 잃어버렸다. 알아야 할 것만 알면 되는 학교에서 질문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폭넓은 독서는 질문과 의문을 낳는다. 이는 곧 생각이 자라는 진정한 공부이다.


  12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 커리큘럼에 맞춰 공부를 하고 드디어 대학에 입학한 지 1년이 지났다. 호모 쿵푸스는 “지금껏 진정한 공부를 못한 건 자네들 탓이 아니라네. 하지만 대학에 온 지금, 진정한 공부의 세계에 한번 빠져 보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바로 나에게 하는 말이다. 공부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나도 이제부터 고전을 찾아 읽고 사색하며, 스스로 독후감을 써 보는 학생이 되어야겠다. 이 책을 이제 막 수능을 마친 후배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진정한 공부를 시작할 시점에 서 있는 나와 후배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책이라 확신한다.

박단비(행정·2)

 

박단비 학생에 대한 멘토평

  “자, 우리 이제 공부 시작할까요?”라고 말하면 머리부터 아파온다. 공부가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긴 한데, 그건 별종이다. 그동안‘학교’라는 제도적 틀에 갇혀, 이른바‘공부’에 대한 잘못된 관념과 습관에 길들어진 탓이다.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의 저자 고미숙은 우리 사회가‘공부의 정글’속에서 마치 철인 5종 경기를 방불케 하는‘장애물 넘기’를 강요하기 때문에 공부의 본질에서 멀어졌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다시 본질로 회귀하는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비록 과거로부터 온 것이지만 늘 우리에게 도래할 시간에 대해 예고’해 주는 고전(古典)을 읽는 것이다. 때문에 그가 말하는 호모 쿵푸스(Homo Kungfus)는 호모 부커스(Homo Bookus)에 필연적으로 닿게 된다.


  박단비 학생 역시 이 책을 통해 공부와 독서에 대한 그릇된 이분법적 사고에서 탈피하고 있다. 또한 학문에 대한 의미도 되새기는데, 책 읽기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스스로 모색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는 그의 깨달음은 우리 모두가 공감해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입시만을 위해 맹목적 공부에만 매달려온 후배들에게 이 책을 통한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는 박단비 학생의 바람에는 공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


  박단비 학생의 감상에 한 가지 통찰을 덧붙이자. 저자는 독서를 통한 공부만큼이나 삶의 모든 순간순간이 공부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책 읽기를 통한 공부와 삶을 관조하는 데서 얻는 깨달음이 균형감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에게 공부란 평생의 일대사(一大事)이고, 우리가 공부해야할책은 천지에 가득한 정기(精氣)이다. 따라서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다. 본문에 소개된 율곡 이이의 말씀을 소개하면서 끝을 맺는다. “지금 사람들은 공부하는 것이 일상 가운데 있음을 알지 못하고 망령되게도 높고 먼 데 있어 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하여 공부는 특별한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자기는 자포자기해 버린다. 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차봉준 (베어드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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