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연일 후보자들의 폭로와 비방이 심해지고 있다. 건전한 비판과 평가는 후보에 대한 검증의 과정으로 당연시되어야 하지만 사실이 아닌 일들도 일단 터트리고 보는 구태가 여전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전보다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정치 관련 정보의 소통이 활발한 상황에서 그 확산의 속도와 범위를 고려한다면, 잘못된 정보는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 사회의 건강함은 내재된 신뢰에 기반한다. 향후 벌어질 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사회의 필수조건이라면 사회 제도와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는 앞으로 나타날 미래를 예측하는 데 기반이 되는 요건이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개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보다 분명한 기준을 갖게 된다. 또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상호작용은 지속성을 지니게 된다. 믿을 수 없고 속는다는 느낌이 지배적인 상황에선 나 또한 방어적 기만에 충실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옅어지는 시점에서 두 영역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의 개인들에게 신뢰는 보다 복잡다단한 성격을 갖는다. 온라인 환경이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신뢰가 적용되고 운영되는 공간과 대상이 확장되었다. 일반적으로 신뢰는 대상에 대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인식을 통해 형성되거나 소멸되는 것으로, 그 존재로 인하여 관련 행위자들은 협력적 관계의 정립이 가능하고 불확실성을 통제할 수 있다. 신뢰를 통해 개인들의 규범성이 증진되고, 시장에서의 거래 비용이 감소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흔히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전형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러한 신뢰를 축적하는데 있어서 과정이자 결과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소통이다. 소통은‘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이나‘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의미한다. 선후를 규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신뢰가 있어야 소통은 활발해지고, 소통을 통해 신뢰는 축적될 수 있다. 산업화 이후 계몽주의적 국가의 모습은 쇠퇴하였고 시민의식의 성장과 성숙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왔다. 그동안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국정과제로 제시된 것이‘신뢰’와‘소통’이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아울러 만족할만한 성취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터넷 출현 이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형성된‘일 대 일’,‘일 대 다’, 그리고‘다 대 다’의 소통기반은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장(場)으로서의 의미와 함께 새로운 갈등의 근거로도 작동하고 있다. 소통을 통한 신뢰 축적도 이루어지지만 사안에 따라 불신의 확대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가 제고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해와 공감을 위한 소통은 ‘말하기’보다는‘잘 듣기’가 우선되어야 한다.‘말하기’가 우선되고 이해와 공감이 없는 소통은 오히려 반목과 갈등만을 키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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