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작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장애학생과 동행하며 그의 캠퍼스생활을 취재해 봤다.
                                                                                                                                              편집자

다급했던 첫만남

숭실대입구역에서 김우림(국어국문·2학년)학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1시 20분. 그때 개찰구를 향해 걸어오는 우림 학생이 보였다. 그렇게 강의시간 10분을 남겨 두고


다급한 동행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저는 약시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시각장애 2급이지요. 그래서 사물이 보이지 않고 흐릿하게 보입니다. 지하철과 등굣길 은 이젠 익숙해져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시각이 불편하다 보
니 다른 감각들이 빨리 익숙해짐을 느껴요”


혹시 불편해 하진 않을까 조심스레 장애를 물었던 기자에게 그는 친절하고 차분한 설명을 해줬다. 어찌나 친절하던지 빨리 수업 들으러 가야 하는 길, 혹 오늘‘동행’때문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던 기자에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긴장을 풀어 주며 취재에 흔쾌히 동참해 주셨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우림학생이 초·중·고 시절 신문기자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난 이때부터 나보다 경력이 많으신 기자에게 리드당하고 있던 것이다.)

 


높은숭실대학교, 김군의등교‘루트’

지하철에서 우림 학생이 강의를 들으러 가는‘조만식기념관’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계단이 많다. 다행히도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는 길은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나와 정문에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많은 계단, 높은 지형, 눈앞에 보여지는 등굣길이다. 1시 24분, 시간을 보니 내 마음이 오히려 더 다급해졌다. 그는 먼저 자기만의‘루트’가있다며 길을 소개했다. 그 길은 우리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경상관’쪽 길이다.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물론 사람들이 많이 없는 곳도 안전하지만, 시야가 확보되는 곳이 더 안전하고, 중요해요. 옆에 벽과 계단 사이가 넓은 길보다는 양옆에 벽들이 가까이 붙어 있는 이쪽 계단을 오르는 것이 시야 확보에 유리해요!”


그렇다 이‘루트’는 우림 학생이 학생들을 피하려고 걷는 길이 아니라 단지 시야 확보에 편리한‘루트’인 것이다. 또한 이‘루트’는 우림 학생이 공부하는 모든 강의실이 포함된 루트 이다. 학교측에서도 장애학생들의 수업을 주로 ‘조만식기념관’이나‘진리관’·‘형남공학관’쪽으로 많이 배정한다고 한다. 이유는, 그쪽 건물과 시설이 장애학생들을 위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엘레베이터는이용하지않아요, 계단을이용합니다.”

1시 30분‘조만식기념관’에서 엘레베이터로 향하며 그가 말했다. “ 우선은 엘리베이터의 숫자 버튼이 보이지 않습니다. 약시들은 점자 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약시들은 전맹과는 달라서 특수 학급을 가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기가 힘듭니다. 약시들이 전맹에 비해서 티가 잘 안 나기 때문이죠.”설명을 들으며 계단을 올랐다. 우림 학생은이 계단 또한 익숙해짐에 따라, 지금은 올라가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점자는 노란색이어서 눈에도 잘 띄고, 내려올 때는 많은 도움을 줘요. 그러나 계단에 나무, 벽돌 재질은 특성상 모서리가 잘 안 보여요, 그래서 계단 모서리 색도 좀 더 진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올라갈 때 내려갈 때 둘 다 도움이 되거든요!”계단은 우림 학생에게 안전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시설이었다. 어느덧 강의실 앞에 다다랐다. 강의실을 찾는 데에도 처음에는 푯말이 보이지 않아 난감하여 고생했다고 한다. 지금은 외웠지만, 그래도 현재의 푯말 색깔이 진한 색이 아니기 때문에 눈에 잘 띄는 밝은 색이면 좋겠다고 하며 수줍게 강의실로 들어갔다.


긴장zone
우림 학생에게 아찔한 곳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2시 45분, 수업을 마친 우림 학생을 기다렸다가 함께 강의실을 이동해 봤다. 물론 지금은 익숙해져 찾아가는 길이 어렵지 않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의 이동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강의실 이동뿐만 아니라, 신학생회관 앞의 큰길도 사람들이 많아 항상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는‘긴장 zone’이라며, 다음 수업은 여유롭게 이동하여 들어갔다.


‘방과후옥상’대신지원센터
조만식기념관 1층에는‘장애학생 지원센터’가 있다. 우림학생은 수업을 마친 후 동아리활동(밴드·견학), 외부활동(검도·사격) 등도 하지만 주로 이곳에 자주 온다.


“장애학생 지원센터라고 무조건적인 보살핌을 받지는 않아요, 우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부분도 있고, 또 그래야만 해요. 서로 이끌어 주고 밀어 주는 것은 동아리 활동 같아요.”이곳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장애학우들이 지원센터에서 휴식도 취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장애학생들은 이런 공간이 있어 매우 좋다고 한다.


“내눈이되어주는사람들”
“저는 과거 군사과학·항공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쪽 분야와 관련하여 진로로 계획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의 시각장애가 결국 걸림돌이 되고 말았어요. 그때 당시에 가장 좌절감이 컸어요. 제 삶에서 제일 힘들었던 기억 같아요. 하지만 어렸을 적 신문기자로 활동했던 저는 글쓰기와 독서에도 취미가 있어요. 그래서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하게 됐죠. 물론 아직까지도 군사과학·항공 분야에 관심은 갖고 있어요. 그래서 졸업 후 진로는 전공과 관심을 살려서 작가, 그리고 연구원과 작가를 결합한 흥미로운 직업을 갖고 싶어요!” 호기심 많고 다양한 분야를 접한 우림학생에게 학과 공부를 하는 데에 시각적인 불편함은 없을까?“ 제 눈이 되어 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물론 아직도 영상 자료나 PPT 발표 자료를 볼 때에는 시각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E-campus도 활용할 수 있고, 추가적으로 학교에서 제도적인 장치로 지원해 주는‘도우미 학생’들이 있어요. 필기를 도와주고 교재 자료도 챙겨 주고요.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죠. 또 같은 과 L양도 고마워요. 학기 초 학과 생활에 적응을 못했던 저에게 먼저 다가와 참여를 이끌어 주고, 학과에 적응하도 록 많은 도음을 줬어요!”


‘동행’을마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답해 준 우림 학생은 끝으로“장애학생 입장에서 대학생이 많은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을 알아요. 우리 대학생은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어요. 장애학생, 특히 중증장애 학생들도 원하는 것을 다 해요. 장애학생도 이 정도 하는데 일반 학생들은 못할 것 없잖아요”라며 격려해 줬다.

 

신하은 수습기자 haeun512@ 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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