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지구에서 중력보다 더 큰 속도로 물체를 던지면 어떻게 될까? 이론적으로 초속 11.2km의 속도보다 빠르게 물체를 던지면 지구를 탈출할 수 있다. 이것을 지구 탈출 속도라고 부른다. 또 지구보다 더 강한 표면 중력을 갖는 목성의 탈출 속도는 초속 59.5km이다. 지구나 목성보다 상상을 초월하여 중력이 강한 천체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 천체의 탈출 속도는 어떻게 될까? 마침내 광속, 즉 초속 30만km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광속보다 큰 탈출 속도를 갖는 천체가 존재한다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공상과학소설에서 태어난 이런 아이디어 하나에서 블랙홀이 탄생했다. 하지만 허구가 아니다. 천체망원경 제작 기술의 발달로 과학자들은 블랙홀의 생성원인 중 하나인 중성자별을 발견하면서, 이를 계기로 블랙홀에 대한 연구가 1950, 1960년대에 걸쳐 활발히 진행되었다. 중성자별이란 중성자만으로 구성된 별이다. 핵과 전자로 구성된 원자가 굉장한 압력을 받게 되면 전자가 핵으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가 된다. 이 중성자들이 모여 있는 별을 중성자별이라고 하는데, 중성자별이 그 고압의 중력에서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중성자 간의 반발력인 ‘축퇴압’ 때문이다. 축퇴압이란 하나 이상의 전자가 동시에 같은 위치를 가질 수 없다는 파울리 배타 원리에 의해 발생하는 힘이다. 이는 백색왜성을 붕괴로부터 막아주는 힘이다. 그러므로 중성자별은 축퇴압이 중력과 균형 잡혀 있는 초고 밀도의 별이다. 중력이 축퇴압을 넘어 버리면 한없이 찌그러져 블랙홀이 된다. 이렇게 생성된 블랙홀은 결국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암흑의 공간이 된다. 블랙홀은 앞으로도 21세기 천문학과 물리학의 상징적 위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인류가 블랙홀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