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연결하는 ITU의 여성 리더

  

지난 10() 본교에서‘ITU소개 및 국제기구로의 한국인 진출을 주제로 특강이 진행됐다. 특강의 연사는 UN 산하기관 ITU 지역 본부장인 김은주 박사. 최근 많은 한국인이 국제기구로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어, 이 일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들을 대신하여 김은주 박사에게국제기구에서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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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곤조곤한 말투, 그는 분명하고 예리한 단어 선택을 하며 차분하게인터뷰에 응했다. 단 한 번도 더듬는 소리 없이 말끔한 말을 쏟아 내는 그에게서 강력한 내공을 느꼈다. 결코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서 전 인류를 상대하는 국제기구 리더의 한 자태를 볼 수 있었다.

 

ITU, 그것은 곧 인간다움

  “ITU는 네 개의 지역사무소를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의 지역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ITU‘InternationalTelecommunication Union’의 약자로, 한국어로는국제전기통신연합이라고 불리는 UN의 산하기구이며, 정보통신의 발전을 위해 필요에 따른 지원과 자문을 합니다. 현재 이 기구에는 40개의 지역 회원국이 있으며 약 80개의 회원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국가들 중에는 발달된 나라도 있으며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는 개발사업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국가 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가교역할을 합니다. 특히, 장애인·여성·기술과 자금이 없는 나라 등 소외계층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들로 하여금 정보통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ITU는 단순히 정보통신능력의 증진을 위한 기구가 아니다. 인간이 기본적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정보통신으로써 하나의 장을 만들고, 그 틀 안에서인간다운 인간을 키운다. ‘Humanity’그의 연설 화면에 가장 커다랗게 띄운 단어다. 김은주 박사는 ITU를 휴머니즘으로 설명했다.

모기 물리는 일은 다반사

 제가 젊었을 때 ITU 프로젝트로 몰디브에 간 적이 있어요. 몰디브는 각각의 섬들이 굉장히 아름다워요. 하지만 당시 몰디브는 최빈국이었죠. 섬과 섬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 보트를 타고 다녔는데, 저는 수영을 못해서 그게 싫었어요. 그리고 몰디브에는 주거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섬에서 가장 높으신 분의 집에 거주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도 없었고, 매일 세 끼 참치를 먹었죠. 그리고 매일 밤 벌레와 사투를 벌이며 모기에 많이 물렸습니다. 일주일 동안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그는 웃으며 말했다.

 

 

 

저의 숙제는긍정적인 개발’”

 하지만 이내 눈빛이 바뀌었다.“고생도 고생이지만, 섬의 수장들과 섬 주민 모두를 교육시키면서, 최빈국이었던 몰디브가 현재처럼 발전된 나라로 입문하도록 저희가 도왔다는 것에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그는 찬찬히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특히 부탄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들은 처음에 프로젝트 작성법을 아예 몰랐습니다. 하지만 10년 뒤에는 작성법뿐만 아니라, 그들이 ITU 이외의 다른 국제기구와도 많은 연관을 가져서 GNS(global national happiness)라는 자체적인 기구를 주도하고 있죠. 그렇게 빠르게 발전한 나라를 보면 굉장히 흐뭇해요.

  저희의 노력에 힘입어, 발전을 하는 나라를 보면 굉장히 뿌듯해요. 그런데 오히려 거꾸로 가는 나라를 접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지도자를 잘못 만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그렇게 되지요. 그럴 때는 굉장히 가슴이 아파요.”그는 아련하고도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래서 요즘 다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개발이 긍정적인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될까? 매일 고민하고 있지요. 이 물음은 저의 숙제입니다.”

 

국제기구를 위한 스펙, 자비와 사랑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국제기구로의 진출은 선망의 대상이다. 따라서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스펙을 쌓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적성에 맞아야 합니다. 국제기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꼭 좋다고만 평가할 수 없어요. 어떤 것을 할 때 자기가 가장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그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국제기구라면, 오셔서‘compassion’을 해야 합니다.”

 김은주 박사는‘compassion’을 감정이입·자비·사랑이라고 정의했다. 아픈 사람과 함께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국가기구 안에서 조금 더 나은, 그리고 더 밝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키워드라고 그는 말한다.

 

행복하고 더 나은 사회 만들기

  저는 정보통신이라는 걸 전공으로 공부했지만, 이것은 단순한 기술에 지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그는 정보통신으로써 인간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의 궁극적 목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끄는 하나의 수단으로 정보통신을 활용하게끔 교육하여, 스마트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

  어떤 나라에서는 가슴 아파서 돌아온다고 했죠? 그곳의 문제는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부정과 부패입니다. 그런 것들을 투명성 있게 해주는 수단이 정보통신기술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어떤 나라의 어려움이실업일 수 있는데, 우리는 그곳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정보통신서비스를 개발하여 그들에게 더 많은 직업을 창출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본인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본인이 행복해야 나라도 행복해 질 수 있는 거예요. 이런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직장, 가족같이 생각하고 가족처럼 대하기

  저는 직장 따로 가정 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은 곧 제 생활이며 생활은 곧 제 일이지요. 따라서 우리 직원들은 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의 가족이죠.”

  그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구조적이고 경직된 관계를 지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그가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원천이었다.“팀원이 열 명이든 백 명이든 모두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을 허물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어요. 업무량이 너무 많고, 샘 작업을 해서 스트레스가 쌓이더라도 서로 신뢰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정신적인 고통이 줄어들어요. 따라서 일을 효과적이고 능률적으로 할 수 있죠.”그의 직원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말도 불사하며 열심히 일하는 까닭은서로 가족처럼 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성 리더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노력

  리더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리더십. 그리고 능력, 인간관계 등 이모든 것들을 인정받아야만 한다. 더군다나, 여성의 몸으로 리더가 되는 것은 좀 더 많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김은주 박사는 여성으로서본부장이라는 리더의 자리에서 그 모든 일을 진두지휘한다. 이 모든 일은 그의 땀으로 얼룩진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려서부터 국제기구에 관심이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ITU와 관련해 박사과정까지 밟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ITU 담당업무를 맡게 됐죠.”그는 어릴 적부터 목표가 분명했다. 따라서 한 길만을 따라서 달려왔기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전공분야를 선택하고, 그 열정을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갖고, 거기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가 공부한 것을 활용해, 국내에 ITU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관련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조직을 결성해 홍보 및 교육을 진행했고,ITU에 이런 국내의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무척 힘이 들었지만,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저의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세요.”그가 국제기구에 채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국내에서 했던 프로그램과 국제기구가연결이 돼 그것이 채용의고리로써 작용했다고 말한다.

 

꿈을 꾸세요.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현재에 열심히 사세요. 그러면 어느 새 그 꿈은 당신 옆에 와 있습니다. 매 순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산다면, 그것이 결국은 자기가 원하는 꿈으로 닿는 데 길이 돼 있을 거예요.”

 

누구나 꿈은 갖고 있겠죠? 허나, 크게 가지세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의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원대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 봐요!”

  

live now and here with your passion

  열정을 갖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

  - 김은주 박사 -

 

백윤주 수습기자 yzuu@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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