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권 위해 다시 모인 촛불들

지난 2일(수)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촛불집회에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4년 만에 다시 열린 촛불집회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즉시 수입을 중단하라! 민주주의ㆍ국민주권ㆍ국민안전 지켜내자!”지난 2일(수)부터 이틀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연 지 4년 만이다.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주축이 된 이번 집회는 첫째 날엔 주최측 추산 5000명, 경찰 추산 1500명의 시민이 참석했고, 둘째 날엔 주최 측 추산 1000여 명, 경찰 추산 400여 명의 시민이 촛불을 밝혔다.
한 손에는‘수입 중단’, ‘국민주권 지켜요’라는 문구의 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여 집회 자리를 지켰다. 행사는 2008년 촛불집회와 동일하게 일반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자유 발언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졌고, 진행은 참여 연대 안진걸 민생경제팀장이 맡았다. 당초 사회를 맡기로 했던 등록금넷 김동규 정책팀장이 지난해‘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집회 첫날 강서경찰서에 연행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지난해 10월 발부된 영장을 이제 와서 집행한 것은 분명한 집회 방해 의도”라
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서는 자유롭게 행사를 진행하려던 주최측과 주변 질서를 유지하려던 경찰측이 폴리스 라인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경찰은 주최측이“집회 신고를 낸 인도뿐 아니라 차도까지 침범했다.”며 해산 명령을 내렸고, 주최측은“합법적인 집회를 경찰이 방해하고 있다.”며 맞섰다. 그러나 집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촛불의 첫 물결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연 인원 약 100만 명이 참여했던 대규모 촛불집회로부터 시작된다. 서울 도심과 전국에서 전개됐던 4년 전 촛불집회는 그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최대 사건으로 꼽힐 만큼 큰 화제가 됐다. 2008년 5월 2일(금) 한 인터넷 카페의 주최로 열렸던 집회를 시작으로,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행렬은 100일 이상 이어졌다. 교복 차림의 10대 중고교생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가족 단위 참가자와 연예인의 동참도 눈에 띄었다. 당시 집회의 발생 원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으로 인한 광우병 우려의 확산이었다.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졸속 협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합의한 데 대한 여론이 부글부글 끓는데도, 이를 괴담이나 배후설로만 일축하는 정부 대응에 민심이 폭발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집회활동을 벌여, 결국 한·미 간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제외 자율결의라는 합의가 도출됐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광우병 소 발생시 수입 중단 등의 단호한 조치를 약속했다.

 

4년 후 정부 약속 뒤집어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농장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한 것은 2006년 이후 6년 만이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한 발병 경위 등을 파악할 때까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수입 소고기 제품의 개봉 검사 비율을 현행 3%에서 10%로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했던 약속과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검역 및 수입을 중단할 권한은 갖고 있으나, 통상마찰 예방을 위해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번 청계광장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미국 광우병소발견에 대한 정부의 이러한 대응을 비판했다. 먼저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국민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렸다는 것에 분노했다. 학생인 박자은 씨는“2008년 집회 때 시위의 규모가 점차 커지자, 그것을 누그러뜨리려 광우병 발생시 수입 금지
를 한다고 약속했었는데 말을 바꾸고 있다.”며“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정부 차원에서 나서서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또한 정부가 국민의 주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MBC노동조합 김종훈 노조원은“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수입을 제한해야 하는데도 검역을 중단하지 않는 현 정권은 국민을 우습게 안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며 “식품의 안전성과 같은 국가 차원의 문제는 정파를 따지지 말고 옳고 그름을 따져 행동해야 한다.”고 전했다. 회계사 서재유 씨도“건강권과 같은 기본적인 국민 주권까지 무시하
는 정권의 실상에 대한 반감이 시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도록 했다.”고 말했다. KBS스페셜에서‘광우병 특집’을 다뤘던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은 정부의 주장에 반박하며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우려가 팽배함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정부는 30개월 이하의 소만 수입되니 안전하다고 말하는데, 미국은 지금 소의 연령을 확실하게 구분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특정 위험 부위를 육안으로 골라내 제거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지만, 미국의 도축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도축 속도가 세 배 이상 빠르다.”며“위험 부위를 제대로 골라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젖소는 수입 하지 않아서 괜찮다지만, 소고기에는 젖소인지 육우인지그 구별이 없다.”고 했다.

 

조사단 출국, “제대로 된 조사 아냐”

광우병 발생 이후 논란을 빚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증을 위해 민관합동조사단이 미국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30일(월) 워싱턴에 도착한 조사단은 1일(화) 메릴랜드 주의 동식물검역소, 2일(수) 아이오와 주 에임스에 있는 국립수의연구소를 거쳐, 3일(목)에는 문제의 소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가공공장 인근의 캘리포니아 주 프레즈노에 도착했다. 이번 조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광우병 젖소가 살았던 목장을 직접 방문하는 일인데,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목장주가 조사단 방문을 거부하고 있고, 미 당국도‘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서재유 씨는“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검사하기 위해 파견된 조사단은 정작 쇠고기가 생산되는 미국의 농장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조사단의 구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었다. 여의도에 사는 한 시민은“총 아홉 명 중에서 여덟 명이 농림부 공무원이거나 전직 공무원 출신이다. 이번 조사는 공무원 친목회가 유랑 가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더 큰 문제는 조
사단의 단장이 2008년 쇠고기 졸속 협상의 협상실무팀이었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공무원들을중심으로 이번 조사단이 꾸려진 것이다.

 

촛불집회 4년 전의 파급력 생기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됨으로 인해, 다시 쇠고기 수입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번 집회의 의미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는 엇갈렸다. 김모 씨는“이번 촛불집회가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며“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찾기 위해 나온 것 자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엔지니어인 이충원 씨는“4년 전과 같이 다시 촛불집회를 시작하긴 했지만그영향력이클것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이런 시민운동이 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결집시킬지 몰라도, 관심이 없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적어서 실제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촛불집회는 참여도나 방식ㆍ규모 등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것이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의 안전성 문제이기 때문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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