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에 취직해 오랫동안 그곳에서 돈을 벌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이는 대부분의 20, 30대가 꿈꾸는 모습이다. 그런데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마다하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매번 직업을 바꾸는 이가 있다.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의 신상철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 지난 2일(수) 회계학과의 전문가 특강에 초청돼 본교를 방문한 신 대표를 만나봤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카멜레온 같이 변신하는 남자,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본교와 특별한 인연이 있어 이곳을 방문했나? 
 솔직히 특별한 인연은 없다. 굳이 연결시킨다면 신혼 때 살았던 집이 숭실대 바로 뒤에 있었던 정도?(웃음)회계학과 전규안 교수님과 대학원 선후배 사이였는데, 전 교수님이 강의 부탁을 하셔서 이렇게 오게 됐다. 
 대학생이면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텐데 그런 시기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도 왔다. 숭실대 근처에 우리 매장도 있는데 강의도, 인터뷰도 잘해서 팬들을 만들어야지.(웃음)

본인을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2009년부터 할리스커피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전문 경영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회사에 상관없이 전문적인 경영을 업으로 하는 사람 말이다. 전문 경영인은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대개 CEO가 되려면 회사의 말단사원부터 단계를 밟아나가 CEO가 되는 것을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나처럼 회사를 옮겨 다니며 그 회사의 CEO로서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직장을 옮길 의향이 있다는 뜻인가? 
 지금 내가 경영인으로서 하는 일은 회사가 몇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것 아니냐. 만약 내가 더 이상 회사에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되면 직장을 옮길 수도 있다. 예컨대 할리스커피가 해외 시장을 주무대로 두겠다 하면, 이때 필요한 역량을 가진 CEO를 초청해 올 수도 있는 거다. 허나 현재로서는 내 자신이 할리스커피의 가치와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직업관이 어떤지 궁금하다. 
 일을 즐기는 게 최우선이다. 이왕 일을 한다면 즐거운 게 좋지 않겠느냐. 그래서 매번 고민한다. '내가 하는 일이 좀 더 좋아지는 일이면 좋겠다.' '지금보다 훨씬 즐거운 방식으로 일하면 좋겠다.' 하고. 언젠가 돈은 좇아다니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어차피 돈을 좇아다닌다고 무조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내가 일할 때 즐거우면 된 거다. 그러면서 돈도 많이 벌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웃음)

그동안은 무슨 직업으로 어떤 일을 해왔나? 
 나의 첫 직엄은 회계사였다. 대학원에서 회계학과 조교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회계사가 됐다. 당시 나는 LG 그룹이나 두산 그룹 등의 회사를 감사하는 일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감사를 하다 보니 LG임원이 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당시 LG는 시작 단계를 거치고 있어서 더욱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년 만에 회계사를 그만두고, LG텔레콤의 창립 멤버가 됐다. 
 LG텔레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일도 물론 재밌었다. 내가 직장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때는 1997년 IMF였다. IMF임에도 불구하고 LG텔레콤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회사를 보니 회사 사정 때문에 해고 당하는 직원들이 많더라. 이를 보면서 무언가 허무함을 느꼈다. 저 양반들은 평생을 회사를 위해 헌신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니 이렇듯 버려지는구나 하고. 
 그때부터 나는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창업을 그냥 할 수가 없지 않은가.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학을 가기 위한 좋은 방법을 찾다 보니 외국계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더라. 그래서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취직해 경력을 쌓았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굉장히 재밌고 적성에도 맞았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혁신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는 게 내 역할이었다. 예전과 다르게 회사 밖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분석하니 새로운 것들이 많이 보였다. 원래 훈수 두는 사람들이 보이는 게 많은 법이다. 유학을 위해 찾았던 직장이었지만 어쨌든 즐거웠다. 유학은 한참 뒤에야 MBA로갔다. 
 그리고 내 바람대로 1999년에 창업을 했다. 당시에는 벤처 기업 붐이 일던 시기였는데, 여기서 벤처 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벤처 기업들을 도와주면서 함께 성장했다. 일도 정말 잘됐다. 그런데 벤처 기업 입장에서는 컨설팅 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투자를 받고 싶어 하더라. 그래서 나중에는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M&A 회사로 탈바꿈했다. 이 직업은 약 5년간 했는데, 가장 오래한 직업이다.  
 컨설턴트로 일하다 보니, 훈수를 두는 일이 아닌 사업을 직접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 회사의 신규 사업 본부장으로도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IT회사의 CEO로도 일을 했다. 당시 나이가 마흔이었는데, 이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직업이 CEO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잘할 수 있는 직업이 CEO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3년 전부터 지금까지 할리스커피의 CEO 직을 맡고 있다. 어떤 일을 잘한다는 것은 항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나는 할리스커피의 가치를 창출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86학번인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에는 민주화 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때문에 나는 대학시절에 공부를 열심히하기보다, 시위에 주로 참여했다. 내 자신에 대한 고민보다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듯싶다. 진로에 대해서는 요즘 학생들처럼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후배들은 나보다 더 많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서 미래를 설계했으면 한다. 또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여유도 있었으면 한다. 나는 직장을 옮길 때면 그렇게 내 삶을 돌아보곤 하는데 이게 앞으로의 일들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더라. 마지막으로 직장을 돈 버는 수단보다는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한다면 본인의 시야가 더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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