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를 Herstory로 바꾼 할머니들의 외침

 

△ 투쟁 끝에 돌아가신 할머니들을 위해, 별도의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5월 5일(토) 어린이날 드디어,‘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개관했다. 박물관은 일본군‘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서 문을 열었다. 박물관 설립을 추진한 지 9년 만이다. 대지 규모 350여㎡의 지하 1층 지상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 박물관은 △기획 전시실 △메인 전시실 △자료실 △추모 공간 등으로 이뤄졌다. 과거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일본군‘위안부’문제는 여전히 역사의 뒤안길에서 그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강요당한 침묵을 깨고 시작된‘할머니들의 외침’은 그 진실을 밝히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매주 열리는 수요시위, 그리고 최근 개관한 박관.‘할머니들의 외침’을 듣기 위해 박물관을 탐방해 봤다.

편집자

 

9년 만에, 드디어 개관

  박물관 건립까지는 9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할머니들의 삶만큼이나 사연이 많은 박물관이다. 기금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립은 200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추모하기 위해 처음 추진됐다. 기업들은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후원을 거부했고, 정부와 국회의 지원은 건립 비용 25억 원 중 5억 원에 불과했다. 2009년 서울 서대문독립공원 부지를 제공받았지만,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혔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허미례 간사는“2012년 5월 5일 박물관이 개관했지만, 국가 보조금을 거의 받지 않았어요. 비록 최근에 아주 일부의 보조금을 지원 받았지만, 이는 수 천명의 모금을 통해 마련된 민간 기금이예요. 더불어 위안부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점심 값 아낀 돈으로 박물관을 짓게 됐죠.”라고 전했다. 박물관은 지난 어린이날에 개관했다. 이는 아이들에게 평화로운 세상이라는 어린이날 선물을 주고 싶은, 할머니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너무 무서워요…. 대체 어디로 가는 길인가요?

  지하 1층. 할머니들의 얼굴과 손을 석고로 본뜬 부조물들이 보인다. 회색 자갈이 계속 밟힌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혼자 있는 기분. 한 발자국 디딜 때마다 통곡 소리가 들리고 공포스럽다.‘이 길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가는 길인지….’ 이 길은 할머니들이 걸었던 길을 재현한 것이다. 취업사기 혹은 인신매매 등으로 강제 연행된 할머니들은 자신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알 수 없던 여정의 끝은 바로 군부대였다. “열여섯 살되던 1944년 6월 경에 여자 근로 정신대 1기생으로 일본에 갔다. 밤이었다. 철조망을 쳐들고 나와 전에 도망갔던 데와 다른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공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군인에게 잡히고 말았다…. 차를 타고 가 부대에 도착했다. 하루에 10명 이내로 사람을 받았다….”라고 제시한 강덕경 할머니의 진술이다.

 

 

 △ 단칸방은 위안부 여성들이 겪은 고달픈 삶의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들의 공부방 마련, 할머니들에게는 휴식처가 될 수 있길”

 

  박물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구성돼 있다. 그런데 보통 박물관과는 차별화된 공간이 눈에 띄었다. 박물관 안에 웬 마당? 그렇다. 박물관은 단순 전시만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쉬기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더불어 단순히 학업만이 아닌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가르치고, 평화를 알려 주기 위한 이유도 있다. 허 간사는“보통 박물관처럼 전시품으로만 꽉 채우면, 더 많은 내용을 전시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공간이예요.”라고 답했다.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더불어 할머니들이 이곳에 와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고, 같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해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마련됐다.

 

평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허 간사는“이곳이 성미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요. 이곳에는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시민단체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래서 마을과 연계한 관광과 마을의 평화지도를 만드는 것을 계획중에 있어요.”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녀는“박물관을 찾아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대사관 앞에 평화비를 본다거나 수요시위에 함께 참여한 후에, 다시 박물관을 둘러본다면 참 의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할머니, 평화가 있는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

  2층 테라스에는 별도의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한 장 한 장 쌓아 올려진 검은 벽돌만큼이나, 평화를 찾기 위해 노력한 할머니들의 쉽지 않은 여정이 느껴졌다. 투쟁 끝에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이름과 날짜…. 벽돌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마치 할머니들의 삶과 대조되는 듯했다.

 

제한된 공간, 그 속에서의 말 못할 고통
 

  단칸방 안에는 멍석 위에 신발만 놓여 있다. 사람 두 명이 들어가면 가득찰 정도로 조그마한 공간이다. 이는 지난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을 묘사했다.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이 걸어온 삶, 제한되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그들의 아픔이 상상됐다.

 

“원통해서 못살겠다. 내 청춘을 돌려다오.”

  지하 1층에서 2층을 올라가는 계단 벽에 새겨진 할머니들의 유언을 담은 문구다. 사진과 함께“우리 아이들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라는 자필 문구가 적혀 있다. △“한국인들 정신 차리시오. 이 역사를 잊으면 또 당합니다.”△“내가 바로 살아 있는 증인인데 일본 정부는 왜 증거가 없다고 합니까?”△“한 마디라도 진실한 사죄의 말을 듣는 게 소원이죠.”

 

1000회를 넘긴 수요집회

  9일(수) 오후 12시.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및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번이 벌써 1021차 집회였다. 현재까지도 할머니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편, 정부에 등록된 234명의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61명으로 줄었다.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과정에서‘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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