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는 선수들의 이름을 알고자 하는 포수이고 A는 코치이다. A와 B는 모두 자이언트 팀으로 이적을 앞두고 있다. A가 B에게 선수들의 이름을 말해 주고 있다.


B :“나 자이언트 선수 이름 좀 알려줘.”
A :“1루수는 누구야, 2루수는 뭐야, 3루수는 몰라.”
B :“1루수는 누구야?“
A :“응.”
B :“아니 걔 이름.”
A :“누구.”
B :“1루수.”
A :“누구.”
B :“1루에서 뛰는 놈.”
A :“1루수가 누구야.”
B :“내가 형한테 물었잖아. 1루수가 누군지.”
A :“그게 걔 이름이야.”
(중략)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인터넷을 강타한 “1루수가 누구야?”라는 영상의 대사 중 한 부분이다. 오랜만에 정신없이 웃으며 이 짧은 영상을 몇 차례 반복하여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인간관계와 참 닮아 있구나!’ 우리는 때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 답답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해 힘들었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있을까? 이것의 대답이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그러니 서점에는 인간관계에 관한 심리 및 지침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각종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관계론의 첫 시간은 이러한 고민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첫 시간에 모인 학생들 약 80명 중 2/3 이상은 인간관계가 어렵고, 인간관계에 자신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어찌 어렵지 않을까? 내가 상대가 아니고 상대가 내가 아닌데…. 그러나 다행인 것은 학생들이 왜 어려운지를 ‘알고자 하는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 강의시간마다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듣고 이론적인 부분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여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다.

 


  미안하게도 학생들에게는 인간관계론 수업에서 상대방의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이나, 인간관계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속성으로 알려 주지 않는다. 사실은 그런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에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알 수 있어야 한다. 수업시간에는 자신에 대한 특성이나 성향을 알기 위한 각종 자가 검사들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자신이 소속된 팀에서 많은 토론을 하게 된다.‘조해리의 창’(Johari’s window)을 통해서 인간관계 시 자신을 어느 정도 개방하는지와 피드백 측면에서 자신의 인간관계를 돌아볼 수 있다. 또한 에고그램이나 간단한 성격유형 검사를 통하여 자신의 성향을 조금 더 알 수 있고 나와 상대는 다를 수 있음을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다. 이때 쯤 학생들은 “상대는 왜 그럴까
요?”라는 질문 대신에 “상대와 나는 다르구나. 다르다고 해서 상대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구나.”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제가 너무 제 입장에서, 제 잣대로 상대를 맞추려고 했어요.”라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의사소통이다. 효과적이고 긍정적이며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의사소통 방식을 익혀야만 한다. 자신에 대한 통찰과 자신이 주로 구사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알고,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의사소통과 그렇지 않은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업이다. Virginia Satir는 의사소통 유형을 회유형ㆍ비난형ㆍ초이성형ㆍ산만형ㆍ일치형으로 이야기한다. 가장 이상적인 의사소통 유형은 자신의 감정과 의사소통 내용이 일치하는‘일치형’이다. 그러나 사실 일치형 의사소통을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곧바로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 받고 사회화된 우리나라의 분위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풀어 내지 못하고 쌓아 두고 있으니 그것이 고스란히 분노와 오해가 되어 어떤 촉발 사건이 있을 때 예전에 쌓아 놓았던 감정들과 합해져 부정적 감정이 폭발하게 되거나, 상대와의 관계를 아예 단절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I-message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사건을 상대방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는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에 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때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큰 결심을 하고 상대방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서로 부정적인 상황으로 끝나거나 오히려 더 마음이 상하는 경험을 많이 해봤을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불쾌한 것을 표현할 때에는 더더욱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 비난이 아니라 상대방이 한 행동으로 인하여 내가 어떤 ‘감정’을느끼게 되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에이, 별 것도 아니네.’ 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Imessage를 쓰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화가 났을 때 일단 한 템포 쉬어야 한다. 말이 바로 나갈수록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을 먼저 하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그 감정을 상대에게 솔직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핵심이다. 끊임없는 성찰과 연습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Youmessage가 아닌 I-message를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 학기 수업을 통해 친구ㆍ이성ㆍ배우자, 부모-자녀, 직장 내 인간관계 등 많은 영역에서의 인간관계를 다루게 되지만 이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관계를 다룬다고 해도 결국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나에 대한 이해, 일치형 의사소통 구사,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려는 자세.” 이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무엇보다‘실천’이 중요하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나와 상대방이 A코치와 B선수의 대화를 하고 있지 않은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