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암복지재단 이사장?복지미래포럼 회장 김득린(법학·54) 동문

본교는 ‘진리와 봉사’를 교육이념으로 하여 그에 맞는 교육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본교에서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사회로 뻗어나가 그들 자신의 길을 걷는 중이다. 그런데 이들 졸업생 중에서 눈에 띄게 본교의 교육이념을 잘 따르고 실천하는 이가 있다. ‘사회복지계의 큰 별’이라 불리는 김득린 동문이 그 주인공. 무려 60여 년 동안 사회복지를 위해 힘써온 그를 만나봤다.  

그동안 사회복지를 위해 어떤 일을 해왔나요?
 저는 거의 평생을 사회복지에 힘써왔습니다. 복지 예산 증대를 위해서, 혹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사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해왔고, 정부를 대신해 사회복지의 큼지막한 사업들을 진행하기도 했죠. 또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을 위한 법 개정에도 힘을 썼고, 고아들이 큰 어려움 없이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사회복지법인인 송암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아 여러 복지시설을 운영 중이며, 복지미래포럼 회장으로서도 우리나라 복지 정책을 개발하고 복지와 관련해서 정부에게 제안 및 건의를 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모두 본교에서 배운 ‘진리와 봉사’ 교육 이념에서 우러나온 것입니다.

평생을 복지를 위해 걸어온 만큼,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한국전쟁을 경험한 세대에요. 전쟁이 끝난 후 죽어가는 아이들과 부모 잃은 아이들이 정말 많았고, 국가는 재정 부족으로 이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없었어요. 그런 아이들을 당시 임시 사회복지과장으로 근무하셨던 어머니가 거두어 먹이고 키우셨습니다. 나중에는 어머니가 고아들을 전문적으로 보살피고자 ‘시온육아원’을 설립하셨는데, 저는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고아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어머니는 일부러 저에게도 고아들과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밥을 먹이고 같은 곳에서 재우셨어요. 이는 고아들이 차별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우려해 신경 쓰신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난 사회복지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게 됐죠. 어머니처럼 불우한 이들을 정성을 다해 도와주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아, 어머니가 설립하셨던 시온육아원은 지금까지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답니다(웃음).

육아원 여러 곳을 운영하며 세월이 많이 지난 만큼, 온전하게 자란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새롭겠어요.
 물론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육아원이 다수 있는데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진출하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해요.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고아들은 고등 이상의 교육을 받거나 취업하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들 훌륭한 교육을 받아 누군가는 의사가 되기도 하고, 기업의 사장, 목사, 장교가 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뿌듯합니다. 명절이나 제 생일에는 그 아이들이 절 찾아오곤 하는데, 결혼해 낳은 자녀를 품에 안고 인사를 할 때면 눈물을 많이 흘려요. 이럴 때마다 제가 한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참 행복해요.

최근에는 송암복지재단에서 육아원인 ‘파인트리홈’을 준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4월에 파인트리홈을 준공했습니다. 육아원 아이들에게 최적의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약 30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어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와 서로 토론할 수 있는 공간, 현대식 숙소 등을 마련했고요. 이러한 공간 외에도 아이들의 재능을 개발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기획에도 힘썼습니다. 육아원 아이들은 저마다 마음의 결핍이 있는데 그 결핍을 파인트리홈에서 사랑으로 채울 수 있으면 합니다. 
 파인트리홈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설명하고 싶네요. 파인트리홈(Pine tree home)은 우리말로 ‘소나무의 집’입니다. 제 호가 ‘송암’인데 여기서 ‘소나무 송’자를 따서 소나무의 집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예전에는 고아원?육아원 이름을 ‘시온육아원’과 같이 누가 봐도 육아원인 것을 알 수 있게 이름을 지었는데 그게 아이들에게 상처가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 시설의 이름은 다른 방식으로 지어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자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복지에 관심이 있었는데, 대학에서 법학 전공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때는 법관이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법률로써 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항상 정의롭고 정당한 판결을 해 억울한 이들이 생기지 않게 하자고 다짐했던 듯싶어요.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배우면서 제가 가야할 길은 사회복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애환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졸업 즈음에는 완전히 사회복지 쪽으로 마음을 굳혔고요.

사회복지사, 법관 외에 다른 꿈을 꿨던 적은 없었나요?
 한때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학생일 당시에 총학생회장도 했었고, 후에는 본교의 총동문회장을 오랫동안 연임했어요. 또 국회의원 보좌관을 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경험들이 자연스레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 것 같아요. 특히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할 때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는데, 국회의원 곁에서 권력이란 거대한 힘을 경험했던 것이 큰 이유였어요. 그 때 전 ‘정치를 하게 되면 권력이란 힘으로 영향력 있고 좋은 복지 정책들을 더 쉽게 실현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국회의원이 되려고 몇 번 도전을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전 금방 사회복지사로 돌아섰어요. 제가 가진 재능은 정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복지를 위해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치인의 꿈을 금방 접은 거죠(웃음).

우리나라는 복지 예산 수준이 OECD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맞는 말이에요. 저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합니다. 첫 번째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했고 복지는 그 아래에 뒀다는 것. 이 때문에 복지가 경제 성장에 눌려 많이 성장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이다 보니 국방비 등에 예산을 많이 소비해 복지 예산에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소 작았어요. 앞으로는 복지 예산을 크게 늘려야만 합니다. 현재의 소모성 있는 예산을 줄인다면 복지 예산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어떤 점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표를 얻으려는 복지 포퓰리즘 정책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각 정당에서 많은 복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 복지가 포퓰리즘으로 가선 안 됩니다. 뚜렷한 문제의식과 목표 설정이 결여된 채 인기에 따라 복지 정책을 결정하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우리나라 복지는 안정화 돼있지 않고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합니다. 따라서 안정화 시키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것을 위해선 우리나라 복지의 목표와 방향을 연구와 토론을 통해 정확히 설정해야 하고요. 이 때 외국의 긍정적인 복지 정책 사례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한국적 복지를 개발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이 좀 더 노력한다면 경제 성장과 복지를 양두마차 격으로 함께 성장시킬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질문에 답변하기에 앞서 다음 대통령은 누가 당선될지 몰라도 복지를 잘 모르는 사람은 당선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만큼 복지는 무척 중요한 것이니까요.
 앞으로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첫 째로 현재의 근로 복지가 개선입니다. 현재는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돈을 지원하는 식으로 복지를 행하고 있으나 이는 쉽게 말해 땜질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니에요. 일자리 창출 확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래를 내다보는 복지가 구현돼야 해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노인을 위한 복지를 향상시켜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통일을 대비한 복지도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하고요. 먼 이야기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통일이 이뤄졌을 때 생길 혼란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복지 측면에서 북한이 소외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본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대학시절이 유한적인 기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줬음 해요. 학생들이 허송세월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며 자기 능력을 개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학 때야 말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큰 기회니까요. 그렇게 개발한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나가서는 모두와 나눌 수 있었으면 해요. 흔히들 돈을 기부하는 것만이 나눔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돈을 기부하는 것은 시혜지 나눔이 아니에요. 물질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이웃과 나누고, 육체적으로 봉사하는 것들이 나눔이죠.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것 또한 큰 나눔이고, 봉사고, 복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대학생활을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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