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즐기기 위하여?!

 

 

  대학 축제의 계절인 5월도 지나가고 대학들은 하나 둘 축제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축제의 지나친 음주와 호객 행위, 선정성과 즉석 만남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실제로 기자가 조사한 서울 소재 대학 7곳 모든 대학 축제에서 주점을 열고 있고, 소위‘테이블팅’이라 불리는 즉석 만남을 이용해 손님에게 홍보를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시립대학교 총학생회는 축제 기간인 5월 24일(목)부터 이틀간 일명‘헌팅 팔찌’4000개를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이는 홍대 주변 클럽가에서 볼 수 있는‘클럽 팔찌’를 본뜬 것이다. 또한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결혼 정보 업체‘듀오’의 이름을 패러디해‘어쩌면, 매번 그냥 스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헌팅해듀오’라는 문구의 현수막도 내걸었다.

 

“들어가서 얼굴 보고 맘에 안 들면 그냥 술 안 시키고 나와도 돼요.”
 

  5월 30일(목), 취재차 서울 소재 A여대의 축제에 참여했다. 후문 안쪽으로 들어가다 두 여학생을 마주했다. 허벅지가 드러나는 치파오를 입은 두 여학생은 홍보 판넬을 보여주며“기다리는 일행이 없다면 우리 과 주점에서 놀다 가세요.”라 말하며 기자에게 팔짱을 끼고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두 여학생을 지나쳐 학교 정문 쪽으로 갔다. 가는 길목에는 여러 학과가 운영하는 주점들이 줄을 이었다. 삼삼오오 정문으로 들어오는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운동장 쪽으로 가는 기자 옆으로 남학생 몇 명을 붙잡은 여학생들이 지나갔다. 몸에 딱 붙는 옷에 핫팬츠 차림이었다. 돌아다니던 기자들에게도‘호객 행위’가 이뤄졌다. 몸매가 드러나는 옷에 눈을 둘 곳이 없었다. 기자들에게 여학생이 다가왔다. “일행 더 있으세요?”, “저희 과 주점으로 놀러 오세요.”, “몇 살이에요?”하고 물으며 팔을 잡고 주점쪽으로 기자들을 데리고 갔다.

  여학생의 손에 이끌려간곳에는 해당 학과가 운영하는주점이 있었다. 30여 개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두 자리하고있었다. 여자 대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의 절반 이상은 남학생들로 채워져 있었다. 안주를 만드느라 바쁜 과 주점의 여학생들과 기자들을 이끌고 온 여학생은 술과 안주를 주문하게 했다. 잠시 후 나온 음식은 밀가루 맛이 느껴지는 김치전과 막걸리 한 병이었다. 값은 만 원이었다. 여학생이 동석해 주는 대가가 가격에 포함된 게 아닌가 싶었다. 기자들을 주점으로 데리고 온 여학생은 학교나 이름, 여자친구가 있는지 등을 물으며 말을 걸었다. 그러다 기자가 여학생을 더 데려오지 않을 거냐고 떠보자, 그 여학생은 잠시 후 두 명의 여학생과 함께 자리로 돌아왔다. 두 여학생 역시 기자들과 서로 이름을 주고받으며 간단한 소개를 했다. “술 잘 먹어요?” 라는 말을 시작으로 서로 이름을 주고받으며 간단한 소개를 했다. 기자가“혹시 저기 요리하고 있는 여학생이랑 같이 앉을 수 있어요?”라고 묻자 동석한 여학생은 곧바로“네, 누구라고요?”라고 되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 여학생을 데려오려고 했다.

  두 여학생을 보내고 잠시 후 주점을 나섰다. 운동장 한복판에서는 초대 가수의 노래가 한창이었고, 그 앞의 주점에는 여학생들에게 이끌려 온 남학생들과 다른 여학생들이 어울려 있었다. 합석을 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선택해서 같이 앉게 된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점들이 즐비한 길을 지나가는 동안에도 호객 행위는 끊이지 않았다. 기자가 혼자 있게 된 상황에서도 토끼 모양의 머리띠를 하고 의도적으로 속옷을 드러낸것처럼 보이는 여학생들이 유유히 다가와“혼자 있지 마세요.” 라며 팔을 잡아끌고 주점으로 데려가려 했다. 여학생들은 “들어가서 얼굴 보고 맘에 안들면 그냥 술 안 시키고 나와도 돼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 학교에 재학중인 2학년 김 모 양은“아무래도 여자 대학교의 특성상 축제기간에는 주변 남학생들이 많이 놀러 오는 편이다. 남학생들도 여대생들과의 술자리를 원해서 오고, 여대생들도 평소와는 다른 캠퍼스 분위기 속에서 재미와 추억을 쌓으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뤄지는 것 같다. 물론 몇몇 주점이 수익성을 내기 위해 자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1학년의 경우 선배들의 강압적 지시에 의해 강제적으로 주점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학 시절 추억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취재를 마치고 학교를 나오는 와중에도 여학생들의‘호객행위’는 이어졌다.

 

“아무 문제없다.”vs “대학의 모습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소재의 B여대에 재학중인 2학년 조 모 양(21)은“우리 학교의 축제는 그리 선정적이지 않다. 다만 일일호프는 손님몰이를 위해 다소 선정적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트부의 경우 일일호프를 열었을 때 스트립쇼를 하는 여자들을 불러서 선정적인 공연을 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번 그러는 것도 아니고 짧은 축제 기간 동안만 즐기자는 것인데 너무 안 좋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대학 축제의 주점 문화와 부킹 문화를 부정적 시선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의 C 대학에 다니는 2학년 권 모 양은“성인이 된 대학생들은 자기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몇몇 사람은 대학교 축제의 일부 선정적인 모습에 대해서 도덕적 잣대만을 들이대며 성인인 대학생들을 아이 취급하며 훈계하려고만 한다. 창녀로 보이고 싶든, 선녀로 보이고 싶든 그건 개인 의사다. 나이는 어리더라도 어엿한 성인인만큼, 우리들의 행동에 지나치게 사회·윤리적 관점을 강요해 자유를 침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라며 대학 축제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 대해 반박했다.

  반면 서울 소재의 D여대에 재학중인 1학년 손 모 양(21)은 “축제가 되면 학교를 올라오는 언덕에서부터 호객 행위를 시작한다. 특정과의 경우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치파오를 입고 손님과 합석하기도 한다. 그런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술값을 비싸게 받기도 한다.”며“구경 온 사람들이 서빙하는 학생들에게 합석을 부탁하고 술을 따라 달라고 요구하며, 심지어는 여자를 데려와 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대학 축제가 아닌 유흥가에서나 볼 만한 행위들이다.”라며 대학 축제의 지나친 선정성을 비판했다.

  또한 서울 소재의 E여대에 재학중인 1학년 김 모 양(21)은 “우리 학교는 축제 기간이면 각 단과대나 동아리에서 여는 주점에 아예‘합석존’이 있다. 그리고 이에 학생회가 문란 행위나 호객 행위를 하는 곳에 1차 벌금 10만 원을 부과하고 재적발되면 주점을 못 열게 하는 등 단속을 한다.”며“단속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개방적인 형태의 축제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분명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축제로 인해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들어진 축제가 아닌 만들어 나가야 할 축제


이처럼 대학 축제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음주와 호객 행위, 선정성과 즉석 만남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대학 축제를 대학생 시절의 낭만과 잠시뿐인 일탈로 볼 것인지,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을 잠재한 위험 요소로 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