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교육개혁, 그 빛과 그림자》를 읽고

  초등학생에게 학습지를 풀어야 하는 이유를 들어 설득하기보다“학습지 안 하면 저녁 없어.”와 같은 말로 위협하는 것은 학습지 푸는 것을 더욱 싫어하게 만든다. 이 책에 의하면 미국의 공교육 개혁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잘하면 당근을 주고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주는 책무성 중심의 교육 개혁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학교를 개혁하려는 시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미국에서는 공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국가가 아닌 각 주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였고, 그 평가에서‘능숙’의 정도를 받는 기준 또한 각 주가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그 결과 각 주에서는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을 너무 크게 느껴서 표준성취 기준을 모호하거나 느슨하게 정하는 일이 나타났으며, 그 기준 안에서 각 학교들이 설정한 표준성취기준이 실제보다 낮아지는 일이 나타났다. 결국 학교간경쟁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평가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정부는 2014년부터 현행 상대평가제를 절대평가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였다. 과거 절대평가 방식으로 성적을 산출했을 때 시험을 쉽게 출제해 점수를 부풀려 온 폐단을 막기 위해, 이번에는 과목평균과 표준 편차 등을 기록하여 상대평가의 요소도 가미한다고 한다. 하지만내생각에는 고등학교에서 시험문제를 어렵게 내지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입시 이외의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며, 교사들도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불이익을 받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대학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서 고학년이 저학년 수업을 재수강하거나 난이도가 낮고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은 수업을 선택하여 학점을 높이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결국 미국에서 있었던 것처럼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낮추는 데로 이어질 것이다.

신지윤(중어중문과 3)

 

 

신지윤 학생에 대한 멘토평

  이 책은 미국의 부시 정부와 클린턴 정부 때 교육부 차관보로 활동했던 다이앤 래비치가 쓴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사립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는 공립학교를 개혁하기 위해 여러 정책이 추진되었다. 각 학교는 주 정부가 관리하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했으며, 일정 기준 이하의 공립학교는 주 정부의 관리하에 향상 계획을 제출하여야 했고, 어떤 경우에는 문을 닫아야 했다.


  교육학계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들을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이라고 통칭한다.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학교를 경쟁시키면 모든 학교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들의 전망과는 달리 미국의 공립학교는 개혁 전보다 더 열악해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차터 스쿨이나 마그넷 스쿨에우수한 학생을 빼앗긴 대부분의 공립학교는 이전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이 정책을 추진한 결과, 많은 교사는‘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풀기 훈련을 시키게 되었다. 교사는 전문가가 아니라 정부의 관리와 감시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전락했으며, 사기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문제는 전술한 미국의 공교육 개혁이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제고사를 통해 학교를 서열화하고 있으며, 교사들은 일제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기 위한 훈련과 편법을 주입시키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부여한 결과, 비선호학교로 낙인 찍힌 학교가 나타났으며, 학부모의 사회 경제적 배경에 따라 학생들이 나뉘는 현상이 나타났다.


  나는 지윤 양이 이와 같은 배경 지식을 갖고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기를 바란다. 지금 쓴 독후감에는 미국의 공교육 개혁이 진행된 맥락과 특성,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이고, 그 대안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백병부 교수(베어드학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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