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클럽 토론모임, 박산솔솔(벤처ㆍ4)군을 만나.



말할 수록 자유로워지는 곳, ‘수다(말할 수록 자유로워지다)’를 아시는지? 우리학교에 처음 생긴 독서토론모임의 이름이다. 누구나 예측기 쉽겠지만 구태여 설명을 깃들이자면 책을 ‘읽는’수준에 그치지 않고 ‘나누’려는 사람들이 찾기에 알맞은 곳이다. 수다를 이끌고 있는 박산솔(벤처ㆍ4)군을 만나봤다.

박산솔 군은 처음부터 ‘내가 우리학교에 독서토론모임을 만들어보자’ 해서 모임을 이끌게 된 것이 아니었다. 그 일은 아주 조용히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독서후기클럽(몇기지?)에 뽑힌 그는 박영철 팀장과 만남을 가졌다. 당시 박 팀장은 독서후기클럽에 선정된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고 있었고, 박산솔 군에게 넌지시 독서토론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건넸다. 이미 다른 독서토론모임에 참가중이었던 그는 당연히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했다. 물론 본인이 모임을 이끌어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어찌된 일인지 박 팀장은 그에게 진행하라는 말을 남기고 휑하니 가버리셨다. 얼떨결에 독서토론모임의 첫 운영자, 진행자가 돼버린 것이다. 4학년인 그에게 아무 생각없이 받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남들 다 신경쓰는 취업에 그 역시 소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를 회상하던는 박산솔 군은 웃음을 터뜨리며 “정말 급작스러운 자리였어요. 그렇지만 후회는 안하고, 도리어 자부심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본인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모임이었고, 우리학교에선 처음 생기는 것이었다. 이 작은 발판이 학교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1학년들이 많이 찾아오길 바래요. 신입생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길 바라고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에요”라고 1학년에게 적극 추천했다.


그가 이렇게 강조하는 건 다 경험에 의해서다. 그는 인터넷 검색 도중 북카페를 하나 발견했다. 책에 관심이 있던 그에게 서평을 쓰면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다는 건 솔깃한 일이었다. 어릴 때만 해도 책을 참 좋아했던 그였지만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서히 그 수와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책 읽고 있으면 공부는 언제 하냐는 둥, 시간이 많은 것 같다는 둥의 시선을 보내잖아요. 소설은 특히 더하잖아요. 서서히 덜 읽게 됐죠”라며 씁쓸하게 얘기했다. 물론 아직도 그 시선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고. 그런 그가 아쉬움을 덜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발견한 것이다. 가입해 활동하던 중 카페 지원센터에 지원을 요청하는 글을 보냈고, 10만원 상당의 지원을 받게 됐다. 이 계기를 통해 그는 한 달만에 운영진을 할 수 있었다.


이 곳은 서평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토론을 한다. 모임의 첫만남은 ‘김영하의 퀴즈쇼’라는 책의 주인공이 느낀 온라인에서만 만나던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단다. “이 모임에서 저는 막내에요. 10살부터 20살까지 차이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연령층 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세요”라고 그 곳의 분위기를 전한 그는 토론모임이 토론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 정도면 배울만큼 배웠다고 생각했고 책에 관심도 많고 많이 읽는다고 자신했지만 그 모임에 오신 분들을 보면 자신은 ‘새발의 피’, ‘피라미’정도라고. 토론모임을 통해 모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것이 바로 모임의 취지다.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그는 “책이라는 게 작가가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전하고자 하는 거잖아요. 이게 바로 책 본연의 의미를 살리는 일인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토론모임의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책에 쓰인 글이 시작이 되지만 결국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받아들이고 삶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이 모임의 궁극적인 도착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별다를 것 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이 모임을 이끌게 된 그만의 철학이기도 했다.


아직은 시작단계인 ‘수다’는 서서히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다. 한 주는 자유주제를 정하고 한 주는 후기클럽의 지정책에 대해 얘기한다. 자유주제란 책을 정하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제를 정하고 자신들이 읽은 책에 대해 애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른 분이 제안한 것이었는데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학교에서 하는 독서토론모임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북카페 같은 경우 서점이나 출판사로부터 책을 공급받는 위치에 있어 마냥 쓴소리만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독서토론모임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완전히 독립돼 있잖아요. 자유로운 비평이 가능하기도 하고, 한 책에만 집중할 필요도 없거든요”라고 전했다.


모임은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운영하고 싶단다. 온라인 모임의 장점이 바로 유령회원도 언제든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다는 점. 바로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하고 싶다고. 활동이 뜸하다고 해서 모임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이 부진했어도 마음에 드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 참가할 수 있는 모임을 원한다. 막 발을 뗀 모임인 만큼 운영원칙을 정하고, 회원을 관리하는 부분이 마냥 쉽지는 않을 테다. “책을 쓴 작가는 독자와 대화하고 싶어해요. 저자가 책을 통해 독자에게 말을 건네면 우리는 이제 서평으로 작가에게 말을 걸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 책으로 작가와 독자와 ‘대화’하는 그라면 ‘수다’ 또한 그렇게 이끌 수 있으리라 짐작된다. 책을 통해 사람과 얘기하고 그 얘기를 통해 모임을 이끌어 내니, 책과 사람은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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