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은 언제나 마음을설 레게도 하고 놀라게도 만든다. 가는 곳곳마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니,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와 길바닥에 뒹 구는 돌멩이 하나도 결코 허투루 보 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간간히 들려 오는 사람들의 실랑이 소리는 또 무 슨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강한 이탈리어 말의 억양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언성을 높였을 때와 아주 흡사하게 들린다. 반도 국가 사람들의 특징이 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비슷하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 세계에서 가 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도시 볼로냐 를 지나, 꽃의 도시라 불리는 피렌체 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어디선가 고등학교 세계사 선생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과 같은 환청 같은 것이었 다. 피렌체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 도 다빈치, 단테, 마키아벨리 등과 같 은 위대한 천재의 주요 활동 무대였 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심장은 뛰 기 시작했고, 그들의 후예들이 아직 도 피렌체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 같다는 생각만으로도 긴 여행에서 오는 피곤함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수놓는 폰테베키오 다리의 나이는 무려 667살. 이상하게도 그 오래된 다리에서 모던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이것을 과연 ‘모던 클래식’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 한 해답은 아직도 못 찾고 있다. 그러 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이 다리만큼은 폭격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 을 때, 난 위대한 건축 디자인에 비로 소 눈을 뜨게 되었다. 피렌체를 피렌 체답게 만드는 두오모 성당의 아기 자기한 웅장함과 다비드 상의 수려 한 당당함은 도시의 매력을 배가해 준다.
 피렌체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하기 를 원한다면, 단연 미켈란젤로 광장 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붉은 지 붕으로 가득 찬 도시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붉은 지붕들이 표현하는 피 렌체를 보면서 난 한국의 단풍이 생 각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다양성 속의 조화미를 느끼고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피렌체 여행 은 이미 값진 추억이 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로마 하나만으로도 이탈리아 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 는 나의 경솔함에 피렌체는 겉으로 는 화려하지 않지만, 실제로 엄청나 게 화려했던 옛 도시의 영광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